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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았지만, 밀양은 여전히 울고 있습니다. 오늘도 움막에서 비닐 한 장으로 긴 밤을 지낼 할매·할배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과연, 송전탑은 밀양 주민들만의 문제일까요? 전국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서울의 에너지 자급률은 3% 정도. 지방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들이 밀양 등의 송전탑이나 가스관을 거쳐 서울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빚을 지고 있는 셈이지요. 어떻게 하면 그 부채를 줄일 수 있을까요? <오마이뉴스>와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기획 <송전탑 없앨 수 있다>를 통해, 에너지 자립의 대안을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셀수없을 만큼 끝없이 늘어선 송전탑입니다. 송전탑공화국인 대한민국은 정상이 아닙니다. 전기 공급 체계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합니다.
 셀수없을 만큼 끝없이 늘어선 송전탑입니다. 송전탑공화국인 대한민국은 정상이 아닙니다. 전기 공급 체계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합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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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넷…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고속도로변을 함께 달리는 거대한 송전탑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줄줄이 늘어서 있는 거대한 송전탑과 전선줄이 때론 두렵기까지 합니다. 고개를 들면 여기도 송전탑, 저기도 송전탑입니다. 산에도 송전탑, 바다에도 송전탑, 강변에도 송전탑. 송전탑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송전탑공화국'입니다.

송전탑공화국 대한민국, 왜 문제일까요?

송전탑이 산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산과 바다와 강... 작은 땅 대한민국을 휘감으로 아름다운 산하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송전탑이 산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산과 바다와 강... 작은 땅 대한민국을 휘감으로 아름다운 산하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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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왜 송전탑 공화국이 된 것일까요? 잘못된 전기 공급체계 때문입니다.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도시로부터 가장 먼 곳에 발전소를 건설한 후, 그곳으로부터 전기를 끌어오기 때문입니다.

전기가 필수인 현대 문명 속에 도시와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전기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전국토를 사방팔방 괴이한 철탑과 전선줄로 휘감는 송전탑은 문제가 심각합니다.

첫째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경관을 훼손합니다. 도시에 전기를 공급한다는 목표 아래 소중한 자연 경관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습니다. 잘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아름다운 산하가 송전탑으로 멍들고 훼손되는 중입니다.

흉물스런 철탑으로 둘둘말아버린 대한민국이 과연 정상일까요?
 흉물스런 철탑으로 둘둘말아버린 대한민국이 과연 정상일까요?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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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우리 민족의 얼과 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전국 산하에 맥을 끊는 철심을 박았습니다. 그런데 일제의 이런 만행은 송전탑에 비교하면 애교에 불과합니다. 송전탑 건설로 인한 재앙이 그만큼 끔찍하다는 말입니다.

둘째, 환경적 측면입니다. 무분별하게 세워지는 송전탑은 소중한 산림자원을 파괴하며 주변 생태계에 악영향을 줍니다. 송전탑 건설로 인한 산림 훼손과 관리 부실은 산사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전은 그동안 송전탑으로 인해 발생한 산사태에 대해 '자연재해'라고 변명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지난 2013년 5월 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는 산사태로 피해를 입었다며 경기도 연천의 한 주민이 건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송전탑 공사현장은 산사태 위험성이 높은 지역으로 건설사 등은 송전탑 설치를 위해 벌목과 토사를 굴착하는 공사를 할 때 산사태의 위험성이 높아질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는 공사를 피하거나, 공사할 경우 산사태 방지 시설을 갖춰야 함에도 조처를 하지 않았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그동안 한전이 주장해 온 내용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송전탑은 산사태 발생의 주범입니다. 높은 산에 송전탑을 건설하기 위해 이렇게 울창한 나무들을 무참히 자르고 숲을 파헤칩니다. 결국 여름 집중호우에 송전탑에서 시작한 산사태가 산을 할키고, 지역 주민들에게 큰 상처를 안겨줍니다.
 송전탑은 산사태 발생의 주범입니다. 높은 산에 송전탑을 건설하기 위해 이렇게 울창한 나무들을 무참히 자르고 숲을 파헤칩니다. 결국 여름 집중호우에 송전탑에서 시작한 산사태가 산을 할키고, 지역 주민들에게 큰 상처를 안겨줍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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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송전탑이 지나는 지역 주민에게 미치는 재산 및 건강상의 피해입니다. 평화롭던 마을에 어느 날 갑자기 송전탑 전선이 지나가게 되면 그 마을의 땅값은 폭락합니다. 송전탑 덕에 위험한 마을로 전락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송전탑이 근처에만 있어도 부동산 거래가 중단되고, 심지어 송전선이 지나가는 인근 토지는 감정평가서에 '고압 송전선로가 지나가고 있음'이라고 표시됩니다. 주민들은 송전탑으로 인해 땅값이 떨어질 뿐 아니라 더 이상 아무도 사려하지 않는 폐허가 되었다고 하소연합니다.

송전탑으로 인한 재산상의 피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주민들의 건강 피해입니다. 주민들은 송전탑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한 고통은 물론이요, 전자파로 인한 질병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충남 서산시 팔봉면의 경우, 송전탑이 지나는 주변 100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 73명 가운데 많은 이들이 암에 걸려 사망하거나 고통당하고 있습니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릅니다. 주민을 고통으로 몰아가는 송전탑은 이제 멈춰야합니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릅니다. 주민을 고통으로 몰아가는 송전탑은 이제 멈춰야합니다.
ⓒ 김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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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전선 100m 인근에 사는, 암 걸린 주민 명단입니다. 암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송전탑이 사람마다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송전탑 전선 100m 인근에 사는, 암 걸린 주민 명단입니다. 암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송전탑이 사람마다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 하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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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주민들의 암 발생 원인이 송전탑의 전자파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한전은 '송전탑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듭니다. 그러나 한전의 주장처럼 주민들의 질병과 암이 송전탑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증거가 없듯, '전자파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증거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증거가 있고 없음을 떠나 정말 중요한 문제는 현재 송전탑이 지나는 지역 주민들이 각종 암과 백혈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겁니다. 

밀양은 대한민국 탈핵을 향한 출발점입니다

지금 밀양에선 송전탑 건설로 인한 전쟁이 매일 벌어지고 있습니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송전탑은 자연과 사람에 대한 국가 권력의 폭력입니다. 허리 꼬부라진 밀양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국가와 한전이라는 거대 권력으로부터 자신들의 삶터를 지키기 위해 눈물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오늘도 밀양엔 송전탑 공사가 강행되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한 할매, 할배들의 눈물겨운 싸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밀양엔 송전탑 공사가 강행되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한 할매, 할배들의 눈물겨운 싸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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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의 송전탑 반대를 향해 "당신들은 전기 안 쓰냐?"며 비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밀양의 송전탑 반대는 결코 님비현상이 아닙니다.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 어찌 님비현상이 될 수 있겠습니까? 정당한 이유 없이 그저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폭력'입니다. 아무리 국가라 할지라도 이런 부당한 희생을 강요할 권리는 없습니다.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문제가 아닙니다. 도시에서 먼 곳에 발전소를 세워 전기를 공급하는 한전의 잘못된 전기 공급 체계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밀양의 아픔은 우리 모두의 아픔입니다. 밀양 송전탑은 밀양으로 끝나지 않기에 밀양의 미래는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14일 박근혜 정부는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을 골자로 하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심의, 확정했습니다. 2035년까지 전력설비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26%에서 29%로 높일 계획으로서 5∼7기의 원전을 더 건설하겠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단위 면적당 전 세계 1위의 핵발전소 공화국인데, 그것도 모자라 더 짓겠다고요?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합니다.
 지금도 단위 면적당 전 세계 1위의 핵발전소 공화국인데, 그것도 모자라 더 짓겠다고요?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합니다.
ⓒ SB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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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의 호소가와 전 총리는 도쿄지사에 출마하며 원전 제로를 공약했습니다. 일본의 원전 제로를 위해 고이즈미 전 총리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 발전으로부터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 탈핵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원전 추가 건설이라는, 재앙을 향한 무모한 도박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104개의 핵발전소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23개의 핵발전소를 운영 중이며 앞으로 최종 41기의 핵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국토 면적이 작은 대한민국이기에 단위 면적으로 따진다면 23개의 핵발전소를 보유한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1위 핵발전소 소유 국가입니다. 그런데 이것으로도 모자라 최종 41개까지 건설할 목표를 세우고 있으니 세계 초일류 핵 발전 공화국이 되는 것입니다. 핵발전소 하나라도 터지는 날에는 더 이상 사람 살 곳이 되지 못함이 분명한데 말입니다.

도심에서 가장 먼곳에 핵발전소를 건설하고 송전탑을 세워 장거리 전기를 공급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입니다.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세상을 위해 이제 대한민국의 전기 공급 체계를 바꿔야합니다.
 도심에서 가장 먼곳에 핵발전소를 건설하고 송전탑을 세워 장거리 전기를 공급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입니다.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세상을 위해 이제 대한민국의 전기 공급 체계를 바꿔야합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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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정부의 계획대로 41기의 핵발전소가 모두 건설된다면, 우리는 핵의 위험으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작은 국토는 사방이 송전탑과 전기 줄로 둘둘 말린 재앙의 땅으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송전탑이 넘쳐나 아우성인데, 원전 증설이 진행되면 전 국토가 송전탑으로 가득해질 것입니다.

그러기에 송전탑 건설을 막아내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밀양은 대한민국의 탈핵을 향한 전초기지요, 할매·할배들은 핵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싸우는 독립투사들인 셈입니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밀양에 햇빛을! 대한민국에 탈핵을!

지난 1월 16일 밀양에 독립형 햇빛발전소를 설치하는 행사가 진행 되었습니다.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주관하고, 밀양 765kV 송전탑반대대책위, 서울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준),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 한살림생산자연합회 등 10여 개 단체가 주최하여 마을별 농성장과 마을회관 등 20여 곳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하였지요. 

밀양에 햇빛을!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고생 중인 주민들의 움막에 햇빛발전소를 세워드렸습니다. 작은 몸짓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큰 걸음이었습니다. 움막 위로 한창 공사 중인 송전탑이 보입니다. 송전탑 STOP!입니다.
 밀양에 햇빛을!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고생 중인 주민들의 움막에 햇빛발전소를 세워드렸습니다. 작은 몸짓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큰 걸음이었습니다. 움막 위로 한창 공사 중인 송전탑이 보입니다. 송전탑 STOP!입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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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의 송전탑 건설은 밀양의 주민들을 위한 게 아닙니다. 서울과 도시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하는 것이기에 우리 모두가 공범이나 다름 없습니다. 이런 연유로 이날도 서울과 창원 등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새벽부터 달려와 햇빛발전소를 나누고, 고생하는 밀양의 할매·할배들에게 작은 위로를 보낸 것입니다.

하늘은 우리에게 대가 없이 태양과 바람 에너지를 선물하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원한다면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유해성이 10만년에서 100만년이나 지속되는 핵 발전 폐기물을 양산하는 지금의 핵발전소 건설은 미래 후손들에게 엄청난 범죄입니다.

또 밀양의 아픔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장거리 전기 공급이 아니라, 전기를 필요로 하는 도시에 발전소를 건설해야 합니다. 또 기업에 자가 발전을 유도하는 전기 자립 정책을 수립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해야 합니다.

밀양에 평화를!
대한민국에 탈핵을!

☞햇빛도시 개척단원 신청하러 가기

핵발전소와 송전탑 OUT,  태양 OK~입니다. 하늘은 우리에게 태양과 바람 에너지를 값없이 선물해주고 있는데, 탈핵 마피아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핵발전이라는 위험한 세상으로 달려가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핵 재앙은 여기서 맘춰야 합니다. 밀양에 평화를! 대한민국에 탈핵을!
 핵발전소와 송전탑 OUT, 태양 OK~입니다. 하늘은 우리에게 태양과 바람 에너지를 값없이 선물해주고 있는데, 탈핵 마피아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핵발전이라는 위험한 세상으로 달려가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핵 재앙은 여기서 맘춰야 합니다. 밀양에 평화를! 대한민국에 탈핵을!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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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밀양, #햇빛 발전소, #원자력발전, #핵발전,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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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생명과 평화가 지켜지길 사모하는 한 사람입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길 소망해봅니다. 제 기사를 읽는 모든 님들께 하늘의 평화가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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