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불법축사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태안읍 인평리 주민들이 행정기관의 직무유기로 인해 또 다시 제2차 피해를 보고 있다며 태안군수와 목장주, 태안군담당직원 등을 고발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제부터는 법정투쟁 불법축사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태안읍 인평리 주민들이 행정기관의 직무유기로 인해 또 다시 제2차 피해를 보고 있다며 태안군수와 목장주, 태안군담당직원 등을 고발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동이

관련사진보기


불법축사로 인해 지하수가 오염돼 마을주민의 30%가 암이 발병하는 등 30년간 피해를 봐 왔다고 주장하고 있는 태안읍 인평리 주민들이 결국 태안군수와 목장주 그리고 태안군청의 해당 담당직원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관련기사 : 마을주민 3분의 1이 '암'... 우리가 소·돼지만도 못한가).

지난해 12월 초 태안군상하수도사업소가 해오던 식수 지원도 끊기자 불만이 최고조로 치닫은 상태. 주민들은 형사고발과 축사허가 취소 소송,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이르기까지 모두 세 건의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22일 서산검찰로부터 수사지휘를 받은 서산경찰서 수사과를 찾아가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7월 여름 처음으로 찾았던 태안읍 인평리 마을은 입구에서부터 소똥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하지만, 마을주민들은 축사 신축 반대 투쟁을 벌이면서도 소똥 냄새에는 이미 만성이 된 듯 미간을 찌푸리는 기자와는 달리 겉표정은 평온해보였다.

당시 주민들은 "마을에 들어선 불법 축사로 인해 지하수가 오염됐다, 실제 (주)신성생명환경연구원에 수질검사를 의뢰한 결과 발암의 원인으로 학계에 보고된 질산성질소가 기준치의 4배 가량 많은 수치가 검출된 가구도 있다"며 불법축사 반대 투쟁에 본격 돌입했다. 특히, 마을주민들은 2000년 이후 마을주민의 30%에 이르는 31가구 34명이 암으로 사망하거나 투병 중이라는 점을 집중 주장하면서 역학조사 등 대책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불법축사반대 인평리 주민들, 이젠 법정 투쟁으로

인평리 마을입구에는 태안군청과 목장주를 비난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인평리 마을입구에는 태안군청과 목장주를 비난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 김동이

관련사진보기


첫 방문 후 6개월 뒤인 지난 1월 23일 다시 찾은 태안읍 인평리 마을. 축산분뇨가 추운날씨로 인해 얼어버렸는지 지난 여름 코끝을 자극하던 소똥 냄새는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마을로 들어서는 진입로상에는 '불법축사 조장하고 비호하는 태안군청 규탄한다'를 비롯해 '마을주민 한목소리 목장은 이전하라' '소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30년간 피해봤다 목장은 이제 그만' '목장 OUT! 소 OUT!' 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또, 마을주민들은 지난해 10월부터 마을입구에 콘테이너 박스를 설치하고 불법축사반대투쟁위원회(아래 반투위)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들은 매일같이 이른 아침부터 차가운 콘테이너 박스를 지키며 6개월이 넘도록 힘든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불법축사 논란을 빚은 이후 태안군상하수도사업소에서 1주일 단위로 식수용으로 제공해 오던 1.8리터들이 먹는 물도 지난해 12월초에 중단돼 주민들은 더욱 어려운 곤경에 처해 있다. 그나마 식수가 지원될 때는 밥이나 국을 끓여먹고 모자라면 사다먹기도 했지만, 지난해 12월 이후부터는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심지어 김장도 다른 마을에서 배추를 씻어와서 담궜을 정도다.

반투위의 홍재표씨는 "그동안 군에서 최소한의 지원만 해왔다, 이젠 이마저도 지원을 중단했고 자체로 해결하라고만 하고 있다"며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는데, 다른 지역에 지하수에 문제가 있어 식수를 지원해야 하는 곳도 없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중으로 마을에 상수도 공사가 착공될 예정인데 그 이전까지만이라도 식수 지원을 해줘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불법축사로 인해 마을이 곤경에 처하자 인평리 주민들은 법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기로 했다. 주민들을 어려움에 봉착하게 만든 태안군수와 목장주·태안군청 담당직원을 검찰에 고발한 것.

"비정상적인 우리 마을 정상으로 되돌려 달라"

불법축사 반대 투쟁에 나선 주민들은 추운 겨울임에도 콘테이너 박스에 나와 불법축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 콘테이너 박스에 마련된 반투위 사무실 불법축사 반대 투쟁에 나선 주민들은 추운 겨울임에도 콘테이너 박스에 나와 불법축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 김동이

관련사진보기


반투위는 지난해 12월 19일 이들을 형사 고발하는 한편, 불법축사 허가취소 소송과 함께 국가 또는 지자체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반투위는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비정상적인 우리 마을을 정상으로 되돌려 주시길 간절히 앙망한다"고 전제하며 "30년간 이해하며 참고 살아왔으나 이제 마을 주민들도 살아야겠다, 마을주민들은 최대한 법적인 부분은 피해보려고 많은 시간을 참고 기다렸으나 고발까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이라도 목장을 우리 마을에서 안하겠다고 한다면 모든 것을 용서하고 백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투위는 ▲ 30년간 축산분뇨 수만톤을 마을 한복판에 위치한 논 바닥에 무단 투기하여 마을 주민들의 식수원인 지하수가 오염, 오염된 지하수를 장기간 음용한 마을 주민들이 각종 암으로 투병·사망에 이르게 하고 주민들의 권리를 침해한 점(원주민 54가구 중 30여 명이 암으로 사망·투병) ▲ 문제가 불거지자 논바닥에 불법 투기한 축산분뇨를 치우고 풀을 심는 등 증거 인멸한 점 ▲ 가축분뇨 수집운반 허가도 없이 축산 분뇨를 반출 판매한 점 ▲ 2012년 6월 14일 이전에는 퇴비사가 없었으나 태안군청 준공서류에 퇴비사가 있는 것으로 되어 새로이 정부보조금을 지원받아 퇴비사를 신축한 바 이때 보조금 지급이 적법하게 되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수사해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반투위는 법률적 근거와 그동안 반투위가 제기했던 민원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이같은 불법행위가 목장주 혼자가 아닌 태안군과의 밀접한 유착관계로 인해 자행된 것임을 주장했다.

반투위는 ▲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배출시설 허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축사 연면적을 허위로 작성 신청하고 허가 취득한 점과 이를 관계공무원이 확인했지만 묵인하고 허가한 점 ▲ 지난해 6월 17일 태안군에 정식으로 악취측정을 요구했으나 목장주가 소 170여 마리를 서산 지곡으로 이주시키고 난 뒤 3개월이 지나서야 악취측정을 한 점 ▲ PVC관을 매설하고 불법으로 축산분뇨를 하천으로 방류하고 죽은 소를 불법으로 매장한 점 등의 의문도 제기했다.

홍재표씨는 "주민들이 악취측정을 요구한 지 3개월 만에 측정을 나왔는데, 소를 다른 곳으로 다 옮긴 다음에 악취 측정한 것은 증거 인멸을 도운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충남보건환경연구원에 확인한 결과 태안군에 측정 장비가 있어 피해가 발생해 주민이 요구할 경우 수시로 측정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태안군에서 목장주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편법 행정을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홍씨는 "또 환경정책기본법에 의해 연간 2회 행정단속을 하게 돼 있는데 단속을 소홀히 해 마을을 병들게 한 점 등 행정기관의 직무유기로 마을주민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 모든 사태가 태안군청의 묵인 방조 속에 진행된 것으로 보여지며 이와 관련된 불법축산업자와 행정기관의 유착관계 여부와 상급기관의 외압여부 등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하기 위해 지난 22일 주민대표 8명이 서산경찰서를 방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소환조사, 피의자는 방문조사?

축사 인근에 정화조가 설치돼 있지만 실제 사용되지 않고 있다. 반투위 주민들은 30년 동안 축사를 운영해왔지만 이 정화조가 비로소 3년전에 설치됐고, 나머지는 정화조도 없이 불법으로 축사가 운영돼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 구색만 갖춘 정화조 축사 인근에 정화조가 설치돼 있지만 실제 사용되지 않고 있다. 반투위 주민들은 30년 동안 축사를 운영해왔지만 이 정화조가 비로소 3년전에 설치됐고, 나머지는 정화조도 없이 불법으로 축사가 운영돼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 김동이

관련사진보기


반투위는 또 주민들의 민원으로 지난해 11월 환경산림과에서 조사 당시 피해주민들은 군청으로 불러들여 소환조사를 하고, 목장주는 방문조사를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반투위의 한 주민은 "경찰에 고발했는데 경찰이 피해자는 경찰서로 불러 조사하고, 피의자는 집으로 방문해서 조사하는 꼴"이라며 "마치 태안군이 불법축산업자를 비호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구성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투위 측은 또 "축사이전을 위한 법률에 지원받을 수 있는 법적근거가 있어 태안군에 의견을 전달했고, 군에서 목장주를 찾아가서 설명을 했는데 목장주가 들은 적이 없다고 발뺌을 해서 3자 대면하자고 했더니 거부하더라"라며 "목장주에게 주민들이 실리와 명분까지 도와주려고 했는데 의도를 갖고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겠다는 의도로 밖에 비쳐지지 않아 고발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인평리가 속해있는 관할 관공서인 태안읍 관계자는 "태안읍에서는 군 상하수도사업소에서 지원하던 식수를 마을에 배달하는 임무만을 담당해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식수가 중단된 원인의 가장 큰 이유는 예산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인평리에 식수를 지원해왔던 군 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지금 현재 인평리 마을에 대한 상수도 공사를 위해 설계 용역이 진행 중이고 용역이 끝나면 곧바로 상수도 공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인평리에 대해 식수가 중단된 것은 예산이 모두 소진됐기 때문으로 상수도 공사가 끝날 때까지 집집마다 정수기를 놓으라고 마을주민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마을주민들도 정수기를 설치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상수도가 설치되더라도 자기네 집으로 상수도관을 인입하기 위한 인입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평리 반투위 주민들은 지난 24일과 27일 태안군에 또다시 악취측정을 요구했지만 태안군청 행정과 목장주와의 모종의 내통만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반투위의 홍재표씨는 "오늘(27일)도 악취측정을 재요구했는데, 목장주가 지난 24일에는 그동안 축사에 구비하고 있으면서도 작동하지 않았던 대형 선풍기를 작동시켰다, 냄새를 분산시킨 것"이라며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소독약을 뿌리는 등 태안군에서 악취측정을 나오기 바로 이전에 목장주도 악취를 없애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태안군과 목장주와의 모종의 내통이 있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을기금으로 콘테이너를 얻고 매달 임대료를 내면서 매서운 추위와 싸우며 불법축사 반대에 나서고 있는 인평리 주민들. 이미 주민들이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조만간 피고발인 조사에 나서며 법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인평리 불법축사 논란이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치닫지 않고 원만한 합의점이 도출되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태안읍 인평리, #불법축사, #태안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