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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수레'는 역시 요란했다. 13일 오전 11시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 출범식이 열린 서울 광화문 KT 사옥 12층 회의실은 취재진과 정부 측 인사 수십 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고작 40명 규모의 작은 조직이 출범하는 자리에 현오석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를 비롯한 장차관 6명과 전경련, 경총 등 경제5단체 대표들이 총출동한 탓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 임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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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 등 장차관 6명·경제5단체장 총출동

이날 현판식을 겸한 출범식엔 창조경제 주무부처인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뿐 아니라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나승일 교육부 차관,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경제계에서도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비롯해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협의회 회장,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등 대표적인 경제단체장이 거의 모두 참석했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핵심 정책인 창조경제 실현에 경제계의 협조를 당부했고, 경제계는 오히려 정부 지원과 규제 해소를 요청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그동안 세간에 떠돌던 창조경제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올해 창조경제에 대한 실질적인 효과가 나올 것"이라며 "정부는 6조 5500억 원의 창조경제 관련 예산을 편성했고, 속도감 있게 집행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잔잔한 물이 100도가 되면 끓듯 질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을 '히팅포인트'라고 하는데 창조경제의 히팅포인트는 민관이 함께 만나는 민관합동 창조경제 추진단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 역시 "지난해는 창조경제가 시작하는 해로써 실현 계획 수립과 생태계 조성, 법률 재개정에 힘을 쏟았다면 올해는 민간이 창조경제를 주도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창조경제추진단에 따른 민간의 아이디어를 가시적 성과로 만들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 발언을 인용해 "추진단이 성공사례를 만들고 민간이 이를 확산시켜 2월이면 최종적인 방안이 수립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렵게 자리했을 윤상직 장관과 유진룡 장관을 비롯한 나머지 장차관 4명은 발언조차 하지 않았다.

경제계 '동상이몽'... "규제부터 과감히 풀어달라" 

창조경제추진단 출범식에 참석한 재계 인사들이 회의 준비에 한창이다.
 창조경제추진단 출범식에 참석한 재계 인사들이 회의 준비에 한창이다.
ⓒ 임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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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경제계 관계자는 창조경제 정책 협조를 약속하면서도 기업 관련 규제 완화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올해는 우리 경제가 국민소득 4만 달러 도약 기로에 서 있다"며 "새로운 시장과 산업 개척을 가로막는 규제도 과감히 개혁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덕수 무역협회 회장도 "창조경제는 세계를 바라보면서 정책과 프로젝트를 해야한다"면서 "정부 정책과 규제도 국제적인 기준이 기초가 돼서 추진되길 바란다"고 거들었고, 이희범 경총 회장 역시 "아이디어 실현을 위한 토양을 만들고 규제 개혁을 위한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은 한 술 더 떠 "금융산업에 다른 사업 지원 역할을 기대하는데 금융산업 자체도 중요한 성장동력 산업"이라며 "금융산업도 창조경제의 일원으로 띄워달라"며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다만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은 "벤처기업이 창조경제의 중요한 축을 맡고 있어 책임감을 느낀다"며 "그동안 벤처업계는 좋은 책을 많이 사주면 공부 잘할 것처럼 떼쓰는 꼴이었는데 이번에 '성적'을 올려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고 강한 실천 의지를 밝혔다.

이에 현오석 부총리는 "대통령이 연두회견 때 말한 것처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창조경제가 핵심"이라며 "민관이 합동하면 한국 경제의 '퀀텀점프'도 가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현판식을 마친 참여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현판식을 마친 참여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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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요란한 출범식에도 정작 창조경제 전망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말이 '민관합동'이지만 정부와 경제계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는 형국이다. 이날 '구체적․실질적 프로젝트 중심 운영'이라는 기본 방향을 밝혔을 뿐, 구체적 프로젝트는 오는 4월이나 돼야 확정된다.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 역시 민관 공동 단장을 두고 그 아래 부단장(정부)과 ▲기획총괄팀(정부) ▲신산업1팀(민간) ▲신산업2팀(정부) ▲문화확산팀(민간) ▲창조경제타운팀(경제) 등 직원 40여 명으로 구성되지만 직원들을 각 정부부처나 정부출연연구소, 경제단체 등에서 파견 형태로 차출해 조직의 안정성이나 영속성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말 그대로 4년 뒤 생사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조직이 또 하나 탄생한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임경호 기자는 오마이뉴스 19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창조경제추진단, #출범식, #KT, #현오석,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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