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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삼성인상 홍보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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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 블로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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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삼성은 제20회 삼성인상 시상식을 열었다. 이 상의 목적은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과 모범으로 삼성의 임직원의 본보기가 되는 인재를 격려하기 위함이다. 수상자의 면면을 보고 짐작하건대, 삼성이 말한 뛰어난 업적과 임직원의 모범이란 '실적'이다. 성공과 이익창출, 그것이 삼성이 '삼성인'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지난해 최대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 직원이 20명의 수상자 중 11명이나 되며, 이외의 수상자들도 모두 원비 절감, 순익 증가, 시장 확대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했다.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을 통해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1993년 회장에 취임한 삼성 이건희 회장은 곧바로 다음 해에 삼성의 '신경영'을 몸소 실천하는 임직원을 선별해 삼성인상을 수여했다. 그리고 2014년 올해, 삼성에서 주최하는 삼성인상은 20주년을 맞았다. 역대 최다인 20명이 삼성인상을 수상했다.

삼성은 막대한 부와 이익을 회사에 가져다 준 20명의 임직원의 '공적'을 치하하고, '승리'를 자축했다. 얼마나 대견했으면, 그냥 '삼성인상'도 아니고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이라고 이름을 지었을까. 지난해 삼성이 보여준 모습이 과연 이런 매출 증가와 영업이익 상승으로만 그려질 수 있을까. 아름다운 추억만을 기억하고 싶은 심보를 이해는 한다. 하지만 삼성인상이라는 포장으로 가린 삼성의 일상(日常)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인상 특별상 부분에서 마지막으로 수상했다. 삼성에버랜드가 "국민에게 꿈과 과 낭만을 주는 자연학습장"을 꿈꿨던 이병철 선대 회장의 설립철학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동물원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이 수상이유로 꼽혔다. 그러나 에버랜드의 변화와 혁신이 일부 국민에게 꿈과 낭만을 줬을지는 모르겠지만, 철창에 갇힌 동물들에게는 그저 고통이었을 뿐이다.

지난해 동물전문과·사육사·동물보호단체가 입을 모아 '최악의 동물원'으로 삼성에버랜드라고 꼽은 적이 있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을 위한 행동'이 지난해 7월 발표한 동물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 동물원은 서울대공원·어린이대공원·테마동물원 쥬쥬 등과 함께 동물이 신체적·정신적으로 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에는 동물원들이 상시행사처럼 운영하고 있는 동물 쇼에 대한 마땅한 규제나 관리 제도가 전무한 상태다. 심지어 동물들의 정상적인 생활을 위한 먹이와 휴식에 대한 명확한 기준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꿈과 낭만을 제공하는 '쇼'를 위해 동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학대받고 있다. 변화와 혁신으로 개선해야할 것은 바로 동물 보호를 위한 제도다.

영업이익은 최고치-노동자에게는...

지난해 삼성전자는 상여금으로만 3조 원을 넘는 액수를 지급했고, 최고의 영업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로고를 근무복에 새기고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에어컨과 냉장고 같은 생활가전을 수리하던 서른세 살의 최종범씨는 지난해 10월 31일 차에서 번개탄을 피워 숨진 채 발견됐다. 1년 중 열흘 남짓만을 겨우 쉬던 최씨는 10월 30일 처음으로 무단결근을 하고 "그동안 삼성전자를 다니면서 너무 힘들었어요"라는 유서를 남겼다.

최씨는 휴대전화비, 수리 재료비, 유류비, 차량수리비, 식비 등을 전부 직접 계산해야 했다. 백만 원이 넘는 돈을 경비로 직접 처리하고서야 남은 돈을 손에 쥐었다. 더 큰 문제는 일감이 떨어지는 혹한기였다. 9월부터 5월까지는 쉬지 않고 일해서 한 달 100만 원 정도의 돈을 버는 것이 수익의 전부였다. 최씨는 작년 7월 삼성전자 노조가 생기자 업무가 개선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삼성의 경영철학의 고압적인 태도에 동강났다.

삼성전자는 파견법 등을 활용하여 노조에 가입한 직원들이 일하는 지역의 일감을 줄여나갔고, 노조원을 대상으로 표적감사를 진행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이런 압박에 최씨 역시 감사 대상자로 선정됐고, 압박을 견디기 곤혹스러워 하던 최씨는 열흘 뒤 사망했다. 최씨는 작년 12월 24일 영결식을 치렀고, 삼성전자서비스는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탄압하지 말라"는 공문을 협력사에 보냈다. 그러나 표면적인 인사치레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올해 삼성전자서비스 해남센터는 노조 가입원들에게 폭언을 하며 노조가입을 비난했고, 탈퇴를 종용하는 등 여전히 '무노조 경영'을 직원들에게 강압하고 있다.

삼성, 세계 진출의 어두운 이면

올해 삼성인상에서 주목된 또 하나의 특징은 다수의 외국인이 수상했다는 점이다. 미주 지역의 제임스 엘리엇 VP, 스페인의 셀레스티노 가르시아 VP, 동남아의 시티촉 놉치나봇 디렉터, 터키의 셀축 미르자 디렉터 모두 각 지역에서 삼성의 시장 확대와 실익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 상을 받았다. 여기에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지역의 휴대전화 시장을 개척했다고 평가받은 박재천 상무와 중국 휴대전화 시장을 개선한 삼성전자 중국 휴대전화 영업팀까지 더해 한마디로 세계 시장에서 삼성의 매출을 극대화한 이들에게 상을 줄줄이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의 이런 세계시장 진출은 어두운 이면을 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 현지 공장의 노동착취 문제다.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삼성은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해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두고 현지 노동자들이 일하도록 했다. 그러나 한국보다도 제도적 열악함에 놓인 중국 노동자들은 삼성의 '신경영'에 맥을 추리지 못하고 있다. 2012년 미국의 인권단체 '중국 노동 감시(China Labor Watch)'는 삼성전자가 중국 현지에 둔 직영공장과 하청업체 등 노동자들에 189시간의 초과근무를 요구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중국의 초과근무 한도인 36시간의 5배를 넘는 수치다. 또 현지 공장에서 노동자들은 휴식시간도 없이 하루 약 12시간을 앉지도 못한 채 근무해야 했다.

일부 언론을 통해 국내에 보도되기는 했지만, 삼성은 '사실무근'을 주장하며 개선할 생각이 없었다. 다수 시민들 역시 이 문제에 삼성에 어떤 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주요했을 것이다. 오히려 이 문제는 한국이 아니라 프랑스에서 제기됐다. 지난해 2월 '국민연대'와 '셰르파' '인데코사CGT' 등 프랑스 인권단체는 삼성전자가 중국 내 직영 공장과 협력업체 공장에서 근로조건을 위반했으며, 비윤리적인 경영으로 노동착취를 일삼았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12월에는 프랑스24TV는 "삼성의 산업재해에 대한 한국 언론 보도를 접하기 힘든 편"이라며, 삼성전자 공장에서 일하면서 뇌종양에 걸린 한혜경씨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딸이 사망에 이르렀던 황상기씨를 소개했다.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삼성의 선언은 다른 방식으로 세계에 소개되고 있다.

해외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삼성의 소비자관

지난 9일,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 바깥에서는 삼성일반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백혈병 유족 정애정씨 등이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지난 9일,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 바깥에서는 삼성일반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백혈병 유족 정애정씨 등이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 삼성일반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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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유투브에는 재미난 동영상이 올라왔다. 12월 2일에 올린 동영상을 게재한 캐나다인 리차드 와이갠드(Richard Wygand)씨는 타는 냄새가 나서 확인해 봤더니 충전기와 삼성 휴대폰 갤럭시S4의 접촉 부분이 불에 타고 있었다며 실제 불에 탄 부분을 보여주었다. 불량제품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의 핵심은 리차드씨가 올린 다음 영상에서 제기된다. 리차드씨는 삼성전자가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읽어 내려간다. 삼성은 '비슷한 모델(a similar model)'로 교환해주는 조건으로 비디오를 삭제할 것이며, 삼성에 이 문제를 영원히 다시 제기할 수 없으며, 다른 이에게 알리지도 말 것이며, 다른 어떤 종류의 이의제기에 참여하지도 말 것을 요구했다.

10일 현재 두 영상 모두 140만 건의 조회수를 유투브에서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심은 삼상전자의 최신 휴대전화인 갤럭시S4 모델의 화재 사건이 비단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공감대를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 영상에서 보인 삼성전자 캐나다법인이 소비자에게 보이는 태도는 삼성이 기업을 '갑', 소비자를 '을'로 본다는 많은 소비자들의 인식과도 상통했다. 두 번째 영상(보기)에서 리차드씨가 격분한 이유는 바로 삼성전자의 태도 때문이었다. 소비자를 '봉'으로 생각하고, 제품하자에 대해서는 교환이라는 '보상'으로 입막음을 시도하려는 태도는, 안에서 세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셀 수 있음을 보여줬다.

삼성이 이렇게 연초에 삼성의 부 증가하는데 크나큰 공로를 세운 이들을 모아 시상하고, 일계급특진과 일억원의 격려금을 하달하는 순간 건물 밖에서는 삼성일반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백혈병 유족 정애정씨 등이 노동자에 대한 삼성의 비윤리적이고 비상식적인 행동에 대해 규탄하는 자리를 열었다.

그들은 "노동자들의 죽음을 외면하고 매도하는 반사회적인 기업 삼성족벌과 삼성자본의 기만적인 경영행태를 지적하고 폭로"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행사장 안까지 그들의 목소리는 전달되지 않았다. 삼성인상의 수상자들을 축하하기 위해 삼성의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슈퍼스타S와 밴드가 Queen의 < Don't stop me now >를 열창해 노랫말 만이 시상식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본 글은 다음주 20대 인터넷언론 고함20(www.goham20.com)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태그:#삼성, #삼성전자, #삼성인상,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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