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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여러분들에게 제가 마지막으로 상기시키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단 두 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먼저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는 말과 '당신 삶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 자신이다'는 말입니다."

국내 첫 '기숙형 공립대안학교'인 경남 태봉고등학교가 9일 2기 졸업식을 연다. 위는 여태전(53) 교장이 쓴 회고사의 한 대목이다. 여태전 교장은 태봉고가 개교할 때부터 재직해 왔고 임기 4년을 마감하고 오는 3월부터는 다른 학교로 자리를 옮긴다.

<오마이뉴스>는 2009년 교장공모제를 통해 태봉고 교장으로 임명되었던 여 교장의 인터뷰("대안학교는 귀족학교? 공립이 바꿀 겁니다")를 통해 대안교육의 방향을 제시했던 적이 있다. 또 <오마이뉴스>는 그 이후 태봉고의 크고 작은 행사와 일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보기)

전국 첫 기숙형 공립대안학교인 경남 태봉고등학교는 9일 제2회 졸업식을 갖는데, 여태전 교장도 임기를 마무리 하고 3월부터 다른 학교로 자리를 옮긴다. 사진은 여태전 교장이 교장실에서 학생들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전국 첫 기숙형 공립대안학교인 경남 태봉고등학교는 9일 제2회 졸업식을 갖는데, 여태전 교장도 임기를 마무리 하고 3월부터 다른 학교로 자리를 옮긴다. 사진은 여태전 교장이 교장실에서 학생들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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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 박사인 여태전 교장은 '대안교육 전문가'로 알려졌다. 그는 양산 효암고와 진주 삼현여고 교사, 산청 간디학교 교감을 거쳤고, 대안교육 현장을 짚은 책 <간디학교의 행복찾기>(우리교육 간)를 펴내기도 했다.

태봉고는 2010년 3월 개교했고, 지난해 1월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번에는 두 번째로 45명이 졸업하는데, 33명이 진학하고 3명 취업, 3명 유학, 1명 해외봉사, 5명은 진로모색하고 있다. 이 학교는 '졸업주간 행사'를 갖는데, '공포의 밤'(6일) '어울한마당'(7일) '졸업전야행사'(8일)을 한 뒤, 9일 졸업식을 연다.

여태전 교장도 이번에 임기를 마무리 하게 돼 태봉고를 졸업하는 셈이다. 여 교장은 지난 4년을 더듬으며, 졸업식 때 '회고사'를 할 예정이다.

여 교장은 회고사에서 "사람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그 어떤 부와 권력과 명예도 다 거짓이며 허구"라며 "사람을 무시하고 부와 권력과 명예를 얻느니, 차라리 '위대한 평민'으로서 사는 게 백번 낫습니다"고 강조했다.

전국 최초 기숙형공립대안학교인 경남 태봉고등학교에서는 29일 저녁 "새내기 한마당, 교육과정 설명회"가 열렸다.
 전국 최초 기숙형공립대안학교인 경남 태봉고등학교에서는 29일 저녁 "새내기 한마당, 교육과정 설명회"가 열렸다.
ⓒ 서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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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태봉고 여태전 교장의 회고사 주요 내용이다.

저는 무엇보다 먼저, 오늘의 주인공인 마흔 다섯 명 졸업생 여러분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태봉고 제2회 졸업식을 거행할 수 있어서 무척 기쁩니다. 저는 무엇보다 먼저, 오늘의 이 기쁨을 마흔 다섯 명의 졸업생 여러분들에게 돌리고 싶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없었다면, 우리들은 오늘처럼 이렇게 많은 내외 귀빈을 모시고, 이렇게 행복한 자리를 마련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졸업생 여러분들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여러분 한 명 한 명은 이 세상을 빛나게 하는 소중한 별들입니다. 3년 전 입학식 때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렀던 것처럼, 오늘 저는 다시 한 번 여러분 이름을 불러보고 싶습니다. (45명 졸업생 이름). 우리 태봉고가 낳은 마흔 다섯 명의 둘째 아들, 딸들에게 다시 한 번 큰 박수로써 오늘의 졸업을 축복해주십시오.

사랑하는 태봉고 졸업생 여러분! 지난 3년 동안 우리는 여기 태봉에서 "서로 배우고 함께 나누자"는 교훈을 실천하면서 살았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많이 웃고, 울고, 흔들리고, 아파하면서 3년을 보냈습니다. 오늘 태봉을 떠나는 졸업생 여러분들에게 제가 마지막으로 상기시켜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단 두 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먼저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는 말과 "당신 삶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 자신이다"는 말입니다.

여러분은 정말 '소중한 사람'입니다. 세상의 그 어떤 가치와 철학보다도 '사람이 먼저'라는 이 가치를 가슴 깊이 새기시길 바랍니다. 오늘 태봉을 졸업하는 여러분들은 세상 밖으로 나가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나누고 살다보면, 앞으로 돈 많은 부자가 될 수도 있고, 권력과 명예를 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디 여러분들은 그 돈과 권력과 명예로써 사람을 짓밟거나 무시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그 어떤 부와 권력과 명예도 다 거짓이며 허구입니다. 사람을 무시하고 부와 권력과 명예를 얻느니, 차라리 '위대한 평민'으로서 사는 게 백번 낳습니다. 여러분이 이 사실을 분명히 깨닫고 실천한다면, 여러분은 진정 태봉이 낳은 자랑스러운 딸이요 아들이 될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여러분은 진정한 성공을 이룬 것이면, 진정한 행복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진실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대접하고 모시는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 다 함께 손을 잡고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갑시다. 이것이 제가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마지막 기도이자 축원입니다.

다음으로, 태봉고 제2기 학부모님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대안학교는 자녀가 입학할 때 부모도 함께 입학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2기 학부모님들도 자녀들과 함께 태봉고를 졸업하는 것입니다. 부모님들의 졸업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태봉고는 학부모도 교육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서로 배우고 함께 나누는 학교입니다. 학부모님들은 경남 전역에 흩어져 계시지만, 거리가 멀어도 지난 3년 동안 참으로 줄기차게 학교를 드나들었습니다. 그 덕분에 태봉고는 개교 4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소문난 '행복한 학교'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태봉고의 정체성은 교육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부모님들이 지켜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음으로, 우리 태봉고등학교 선생님들의 노고와 헌신에 무한한 감사와 존경의 예를 올리고 싶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우리 태봉고 선생님들은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하자는 담쟁이 정신으로 '행복한 학교' 하나 만드는 일에 신명을 다 바쳤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우리 선생님들은 경남교육의 새로운 창 하나를 열었고, 한국교육사에서 공립 대안학교 시대를 여는데 밑거름 역할을 해왔습니다. 획일적이고 경직된 공교육 체계 속에서도 우리 모두는 포기할 수 없는 꿈 하나 가슴에 품고 때로는 용감하고 대담하게! 때로는 부드럽고 온화하게! 학교를 넘어선 학교 사랑과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어 왔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저와 함께 이와 같은 꿈을 꾸어 오신 우리 선생님들의 노고와 헌신에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선생님들은 이곳에서 훌륭한 교사, 참 좋은 교사로서 거듭나는 삶을 살았습니다. 저는 우리 태봉고 선생님들이 진정한 교육자라고 만방에 알리고 자랑하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졸업생들처럼 우리 선생님들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습니다만, 차마 시간 관계상 그러지 못함을 이해해주십시오. 대신 지금 계신 그 자리에서 우리 태봉고의 전체 교직원 여러분들을 자리에서 한 번 일어나주십시오. 존경하는 내외귀빈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시는 모든 학생과 학부모님 여러분, 훌륭하신 우리 태봉고의 선생님들에게 큰 박수를 한 번 보내주십시오. 네, 감사합니다. … 고맙습니다.


태그:#태봉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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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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