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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200명 이상 학생이 자살하고, 6~7만 명 정도가 학교를 떠나는 가운데, '학교중단'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안적 교육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여태전(51) 태봉고등학교 교장이 "100% 대안교실 운영과 3% 대안학교 설립"을 제안했다. 태봉고는 경남도교육청이 2010학년도부터 세운 공립대안학교로, 2012학년도에는 3학년까지 학생을 두게 된다.

경남공립 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 여태전 교장.
 경남공립 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 여태전 교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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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교장은 지난 13일 경남도유아교육원에서 열린 "중도탈락 학생 예방을 위한 대안교육적 접근 방안 세미나"에서 이같이 제안했는데, <오마이뉴스>는 24일 그를 만나 구체적인 설명을 들었다.

학교중단 사태는 심각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낸 '위기학생 실태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2009)에 의하면, 전국 초·중·고교생의 24%(178만 명)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위기 상태'라는 것. 이중 가출․학교중단 등 고위험군은 33만 명이다.

대안교육(학교)에 대한 바른 인식부터 강조했다. 여 교장은 "가뜩이나 복잡 미묘한 교육문제의 '대안 찾기'는 처음부터 만병통치약 같은 묘약을 기대할 수 없다"며 "짧은 시간 안에 서둘러 뭔가 성과를 뚝딱 내놓으려 하지 말고, 다양한 관점에서 대양한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 '지속 가능한 종합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안교육이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며, 교육의 본래 목적을 외면하면서 대안교육을 운운해서는 안된다"면서 "엄격히 말해 '대안 교육'은 없고, '대안적 교육'만 실재한다. 그것의 궁극적 목적은 교육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학업중단'보다 '학교중단'이란 말이 적절하다고 한, 그는 "실제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이 학교 밖에서 다양한 형태의 배움터에서 뭔가 열심히 배우고 있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가령 '틈새학교'나 100일 동안 스승을 찾아 전국 여행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배우는 '100일 학교', 버스를 개조해 300일 동안 전국을 유랑하여 배우는 '공감유랑버스' 등이다.

미국은 더 심각 ... 대안적 교육은 선택 아닌 필수사항

미국은 우리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 여 교장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중도탈락률은 전체 학생의 1%이지만, 미국은 14% 정도다"며 "1983년 '위기에 처한 국가'라는 보고서가 나온 뒤 학생교육성취 수준 향상과 졸업률 향상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대안적 학교교육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조건이다. 일반학교에서는 더 이상 모든 학생들의 요구를 다 충족시켜줄 수 없다"며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대안적 학교교육의 필요성을 오래전부터 인식해 오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주는 지금 공립학교 35% 학생이 대안학교 또는 특성화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 교장은 학교중단 예방을 위한 5가지 방안을 제시했는데, '100% 대안교실'과 '3% 대안학교'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개선' '대안교육지원센터 설립' '조례 제정'이 그것이다.

그는 "굳이 대안학교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교육과정만 과감하게 손질하여 운영한다면 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두거나 학업을 중단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교육과정을 달리하는 학교가 대안학교다"고 말했다. 태봉고는 '작업장 학교'를 구상하고 있다.

또 그는 "한국교육이 아무리 파행으로 흘러간다고 해도 3%의 대안학교만이라도 교육의 본래 목적에 충실하면 더 이상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며 "경남에는 900여 개 학교가 있는데, 이 중 3%면 30개 학교다. 초·중·고교 각 10개를 대안학교로 설립하거나 전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립대안학교를 하나 둘 설립하는 차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시대상황에 맞게 기존 학교 구조와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바꾸려는 중장기적인 교육개혁 마스트플랜을 세워야 한다"며 "가령 공룡처럼 커지고 있는 도시의 큰 학교들을 '작은 학교' 몇 개씩으로 나누는 것도 좋은 사례다"고 덧붙였다.

대안교육지원센터 설립, 조례 제정 필요

그는 "대안학교가 마치 '문제아 저장소'나 '특수학교'인 것처럼 인식하는 것부터 바뀌어야 한다"면서 "대안학교를 총체적으로 연구․추진하기 위해서는 '대안교육지원센터' 설립부터 해야 하며, 이를 위한 조례 제정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여 교장은 "대안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안학교'라는 말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냥 좋은 학교, 행복한 학교만 있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가 선 자리에서 우리의 여건에 맞게 '방향 전환'을 하면 된다. 획일화된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다양화된 삶의 교육으로 돌아서면 된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방향 전환'이 아니라 '돌아서기'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수로서 비교한다면, 시골 대안학교 열 곳보다는 도회지의 일반학교 한 곳이 제대로 '돌아서기' 또는 '정상화'만 된다면, 시름에 빠진 아이들을 짧은 시간에 더 많이 구원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태그:#학교중단, #태봉고등학교, #대안학교, #여태전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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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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