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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 강남 교보문고. 여러 명의 '로미오'들과 '줄리엣'들이 모인다. 주식회사 '놀공발전소'의 '놀공 클래식' 시리즈 중 두 번째인 '로미오와 줄리엣' 게임을 하기 위해서다. 게임으로 고전을 읽는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시리즈이다.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마포구 놀공발전소 사무실에서 만난 피터 리(한국명 이승택) 대표는 이 게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일부러 경쟁심 생기는 게임으로 갈등 감정을 만들어줘요. 그게 끝나면, 다른 공간에서 느린 템포로 둘이서만 게임을 진행합니다. 그런 후 다시 게임을 시작하면 뭔가 미묘한 감정이 생겨요. 공격하려고 보니 자신의 줄리엣인 거죠. 원작도 결국 조직에서의 나와 개인적인 관계 사이의 갈등 때문에 죽음을 맞은 거잖아요. 이 게임을 통해 원작 고전의 감정과 경험을 느끼게 해 주고, 그 사람의 안에 있는 '무언가'를 움직여 주려 했습니다."

놀공발전소의 놀공클래식 시리즈 2편 '로미오와 줄리엣' 참가자들이 게임을 하는 모습.
 놀공발전소의 놀공클래식 시리즈 2편 '로미오와 줄리엣' 참가자들이 게임을 하는 모습.
ⓒ 놀공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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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빅게임 페스티벌' 개최, '게임 학교' 열기도

'피터공'은 미국 유학 시절 "게임이 가장 순수한 매체"라는 생각을 하고 지인들과 '게임랩(Game Lab)'이라는 회사를 세웠다. 2006년 뉴욕에서 '컴 아웃 앤 플레이(Come Out and Play)'라는 '빅게임'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빅게임은 사람이 많이 참여해서 게임을 한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지하철에서 '마피아 게임'을 하고, 타임스퀘어에서 줄넘기 놀이도 한다. 지금도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연례행사로 열리고 있다.

"빅게임은 규칙을 통해 공간에 대한 경험을 바꾸는 것이 목적이에요. 예를 들면, 지하철에서 마피아라는 규칙을 통해 게임을 하며 지하철에 대한 경험이 바꾸는 거예요. 새로운 규칙과 그것을 함께할 사람들이 있으면, 똑같은 장소도 다른 곳이 되는 것입니다."

2009년에는 비영리 게임연구소를 차리고, 중·고등학교 과정인 '퀘스트 투 런(Quest to Learn)'이라는 학교를 열었다. 일반 학교와 비슷하면서도, 기말고사를 '끝판왕(Boss Level)'이라고 부르는 등 특별한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 2011년 시카고에도 개교하는 등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마포구 서교동 놀공발전소 사무실에서 놀공발전소 멤버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마포구 서교동 놀공발전소 사무실에서 놀공발전소 멤버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 놀공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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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세상을 바꾼다" 놀공발전소 차리고 여러 사업 진행

이 대표는 '교육과 문화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취지로 2009년 한국에 놀공발전소를 꾸렸다. '놀공발전소'라는 이름의 뜻은 '놀면서 공부한다'가 아닌 '놀듯이 공부한다'이다. 놀기와 공부하기가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 대표는 "'놀공'이라고 해서 게임으로 수학·과학을 가르칠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좀 다르다"며 "자신에게 의미 있는 활동이 바로 '재미'라고 생각하고, 이것을 경험하게 해 주려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도 말했다.

그는 자신을 '잠재력 담당 피터공'이라고 소개한다. 3~40명 정도 되는 놀공발전소의 멤버들은 모두 직책 대신 잠재력·관찰력·생존력 등 담당하는 분야가 있으며, 직함 대신 모두 이름 뒤에 '공'을 붙인다. 이 대표는 "'대리', '과장' 등 한국식 직함이 가지는 수직적 영향을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이런 별명을 붙이게 되었다"며 "멤버들의 연령의 차이를 극복해 주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놀공발전소는 현재 기업 창의교육, 어린이 교육, 한국판 빅게임 페스티벌인 '더놀자 페스티벌', '놀공 클래식'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 창의교육의 경우 각 기업에서 창의교육을 의뢰하면 그에 맞추어 게임을 짜고 진행한다. 어린이 교육의 경우 대표적으로는 2010년부터 유니세프와 협업을 통해 '유니세프 아름다운 우리 환경 캠프' 등에서 '구호 게임'을 진행했다. 아이들을 4~6명씩 짝지어 가상의 구호 활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구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게임이다.

아이들이 유니세프의 가상 구호대원이 되어 구호게임을 하고 있다. 뉴욕의 게임 학교인 'Quest 2 Learn'에서 진행하는 모습.
 아이들이 유니세프의 가상 구호대원이 되어 구호게임을 하고 있다. 뉴욕의 게임 학교인 'Quest 2 Learn'에서 진행하는 모습.
ⓒ 놀공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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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놀공발전소가 하는 일은 이름 지어지지 않은 것을 만드는 것"이라며 "해 보면 아는데,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정의했다. 그래서 게임도 여러 틀을 가지고 있다. 이 대표는 "몇 달 간의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낸다"며 "게임 취지에 맞춰 이 작품은 공연의 형태로, 이 작품은 연극의 형태로 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를 포함한 놀공발전소 멤버들은 18일 책 <노력 금지>를 내고, 놀공 클래식 시리즈 4편인 '파우스트' 개발(서울에 있는 독일문화원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과 내년에 열릴 '더놀자 페스티벌' 준비 등에 힘쓰고 있다. 이 대표는 "게임이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게임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 놀공의 목표이자 슬로건"이라고 말했다.


태그:#놀공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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