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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우리 역사
 우리가 몰랐던 우리 역사
ⓒ 학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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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중국, 독일, 프랑스, 이집트, 브라질 등등. 사람에게 이름이 있듯이 나라도 이름이 있다. 어떤 나라는 다른 나라 이름을 특별하게 부른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을 아름다운 나라라는 의미에서 '美國'이라고 하지만 일본은 '米國'으로 부른다. 왜 미국을 'USA'로 부르지 않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한반도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 그리고 고려와 조선이라는 국호를 가진 나라가 존재했다. 지금은 대한민국이다. 국호는 아무렇게나 정한 것이 아니다. 국호 하나 하나가 매우 뜻이 있고, 정한 이유가 있다. 한반도에 존재했던 국호 비밀을 찾아나선 책 한 권이 나왔다. 

국호는 국격과 정체성

<우리가 몰랐던 우리 역사>는 그동안 우리나라 국호를 연구한 책으로 "고구려는 태왕국이자 동아시아의 맹주로서 팍스 코리아나(Pax Koreana) 세계를 형성했고, 백제는 대해상제국이었으며, 발해와 고려는 황제국이었다"고 주장한다. 국가 정체성과 국격이 국호에 묻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전라도는 훈요십조에서 말하는 배반의 땅이 아니라 유사 이래 지금까지 한반도를 굳건하게 지켜온 충절의 땅이며, 우리나라 제1 성씨 김씨는 황금을 뜻하는 '금'씨였다"는 것을 밝힌다. 특히 우리 역사가 모화사대사상과, 식민사관에 휘둘러 왜곡되고 조작되어 민족의 혼이 얼마나 멍들었는지 보여준다.

"또한 기존 우리 역사에서는 고구려를 제후국쯤으로 여겨 국주의 칭호를 '왕'이라 부르고 있다. 자주국이자 천자의 나라라 정의했던 고대국가들 중에는 흉노는 선우, 몽골은 칸, 여진은 완안, 일본은 천황, 중원은 황제, 백제는 어라하라 했다. 그리고 고구려도 국강상광개토평안호태왕 비문과 모두루 묘비명, 그리고 충주 고구려비에서 나타났듯이 '태왕'이라 했다." (92쪽)

사극을 보면 조선 시대는 '전하'로 부르지만 고구려와 신라 시대를 그린 드라마는 '폐하'로 부른다. 특히 백제는 '어라하'로 불렀다. 그 유래는 명확하지 않았다. 지은이는 "일부 학자들은 온조가 남하하여 지금의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에 나라를 세우면서 북방계인 지배세력의 언어와 토호세력인 마한 지역의 피지배층 간의 언어차이로 보는 등 여러 학설이 있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백제는 부여국의 후손으로서 천손의식을 가지고 있었고,여러 곳에 제후국을 거느려 황제국 이상의 화려하고 엄정한 국격을 갖추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에 통상적으로 쓰던 '왕'이라는 칭호를 거부하고 독자적 천하관과 천자국을 뜻하는 '어라하'를 썼던 것이다." (121쪽)

고구려·백제·발해는 황제국... 섣부른 판단은 일러

발해 역시 황제국이었다. 그 이유는 "대조영이 국호를 외자인 '진'으로 정한 것은 중원 땅에서 발원했던 나라들이 자주국이자 황제국이라는 의미로 외자를 사용했던 것과 같이 발해 또한 황제국임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하였던  뜻이 숨어 있다"며 "이후 독자적 천하관에 의해 국호를 '진'에서 '발해'로 변경하였다. 발해라는 국호는 대조영이 처음 나라를 세웠던 동모산 인근의 홀한해라는 거대한 호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홀한해는 '바다처럼 넓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길림성 돈화시 인근으로 지금은 '거울처럼 맑은 호수'라는 뜻의 '경박호'라 부른다"고 말한다.

"발해는 명·청나라가 자금성이라 했듯이 황제국답게 '궁'이라 하지 않고 '성'이라 했다. 그리고 당나라와 요나라가 발해를 오랑캐라 하지 않고 '해동성국'이라 불렀다는 사실러 미루어 보면, 발해가 그들 이상의 국력을 가졌던 황제국임을 인정한 것이다." (221쪽)

고려 역시 태조 왕건이 '천수'라는 독자 연호를 썼고, 중앙관제를 황제국이 사용하는 행정제도를 채용하고, <고려사> 6대 성종 1원조에 "황제가 직접 환구에서 기우제를 지내면서 풍년을 기원했다"는 예를 들어 황제국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이 같은 주장이 우리 마음을 흥분시키는 것은 맞지만 섣부른 단정은 이르다. 고구려와 백제, 발해 그리고 고려가 황제국이 된다고 우리 역사가 제대로 평가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자료와 사료를 통해 평가를 내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 하나는 왜곡된 역사는 바로 잡아야 한다. 그 중 하나가 '훈요십조'다. <우리가 몰랐던 우리 역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고려 왕건이 남겼다는 '훈요십조'다. 지은이는 이것이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훈요십조는 태조 26년(943년), 왕건이 박술희에게 직접 전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8조 "차령 이남 공주가 밖 지방은 산세가 거꾸로 달려 역모의 기상을 품고 있으니 결코 그 지역 사람을 중히 쓰지 말라"다. 차령이남은 충청도 일부와 전라도 지방이다. 8조는 이후 전라도 차별의 전여물이 되었다. 지금도 차별은 이어지고 있다.

"전라도는 배반의 땅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싸운 땅"

지은이는 "16세기 말 일본이 조선을 침공하여 경상도를 비롯한 한반도 전체가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손아귀에 넘어갔지만 훈요십조에서 말하는 배반의 땅 전라도 백성들은 일본에게 자기 땅을 결코 넘겨주지 않았다"면서 "역사에서 '만약'은 존재하지 않는다지만, 만약 전라도 백성들의 눈물겨운 투쟁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강조한다.

"훈요십조가 탄생할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역사적 사실들을 살펴보면 전라도 땅은 결코 배반의 땅이 아니라 한반도 어느 지역보다 더 목숨을 걸고 굳건히 져졌던 곳이다. 전라도 백성들은 황제국을 넘어 어라하의 나라 대백제의 DNA를 가진 충절과 충성, 약속의 땅이라는 것이 증명된다. 또한 백성들을 굶주림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었던 민생고 해결의 제1선이었던 곳도 전라도이다." (298쪽)

요즘도 전라도는 지역차별, 아니 지역모독을 받고 있다. 일부 극우성향 누리꾼들은 전라도를 비하하는 '홍어'를 당당하게 쓴다. 한국일보 논설위원 출신인 고종석씨는 지난 26일 자신의 트위터(@kohjongsok)에 "지역주의는 전형적 극우이념인 파시즘의 모든 특징을 나눠갖고 있다"면서 "우선 지역주의는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이다. 그래서 그것은 늘 편견에 노출돼 있다. 경상도사람과 관련돼 거론되는 긍정적 특질들과 전라도 사람과 관련돼 거론되는 부정적 특질들을 비교해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대중은 정부수립 이후 첫 전라도 출신 국가수반이지만, 아마 앞으로 오래도록 유일한 전라도 출신 국가수반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박정희 이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을 제외하고(임기 중 하야한 최규하는 강원) 모두 경상도 대통령다. 2017년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도 대부분 경상도 출신이다. 고종석 주장이 전혀 틀린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적어도 '역사치(歷史癡)'는 되지 말아야

지은이는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면 한민족은 하늘을 경외하고, 땅을 신성시하여 장중하고 황홀한 문화를 일구었으며, 활달한 기상의 당당한 자주적 민족성을 뽐냈다"지만, "우리 역사가 이 땅에 유교가 정착되면서 중원 역사의 입맛에 맞게 이리저리 휘둘렸다. 그리고 일제식민지를 거치면서 더욱 심화되어 자학사관에 빠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노래를 잘 못하는 사람을 음치라 한 것처럼, 역사를 잘 모르면 역사치라 할 수 있다. 세계인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대단히 영민하고 재주가 많은 우리 민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호 뜻 조차 모르는 역사치들이 너무 많다. 기가 막힐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이것은 사대주의와 자학사관에 휘둘려져 민족의 뿌리에 대한 진정한 정체성이 말살된 어두운 그림자인 것이다." (본문에서)

일본 극우총리 아베 신조가 26일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하자, 우리 정부는 "개탄·분노 금할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이날 위안부 피해자들이 "교학사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자주성을 부정하고 일제의 침략을 정당화하며 대한민국 존립 근거를 부정하고 있다"며 교학사 교과서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주목받지 못했다.

물론 우리 역사를 '자랑스럽게'만 생각하면 국수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사를 잘 모르는 역사치는 되지 말아야 한다. 2013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1조가 유린당하고 있다. 지은이는 '대한민국' 뜻 조차 모르고 있다고 한탄한다.

대한민국 국호...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와 공화제"

국호 대한민국은 어디서 왔을까? 1897년 10월 11일 고종은 "우리나라는 곧 삼한의 땅인데, 국초에 천명을 받고 하나의 나라로 통합되었다"면서 "지금 국호를 '대한'(大韓)이라고 칭한다고 해서 안 될 것"이라면서다.

따라서 '대한'이라는 국호 뜻은 "자주독립국 황제국으로써, 유구한 역사에 널리 평화를 사랑하고 백성들을 이롭게 한 삼한의 혼과 큰 뜻을 이어받은 나라"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민국'을 더하여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다. 이 국호는 1919년 4월 10일 중국 항해에서 임시정부를 수립하기 위하여 회의가 열렸을 때 신석우가 "대한으로 망했으니 대한으로 흥하자", 그리고 공화제를 뜻하는 '민국'을 덧붙여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제안하여 탄생하게 되었다. 그리고 1948년 제헌국회에서 이 국호를 계승하여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364쪽)

대한민국 국호, 그 의미가 참 깊다. 과연 대한민국은 지금 평화를 사랑하고 인민을 이롭게 하는 나라인가? 무엇보다 민주공화국인가? 대한민국이 묻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우리가 몰랐던 우리 역사> 송성표 지음 ㅣ 학민사 펴냄 ㅣ 18000원
오블에도 실립니다



우리가 몰랐던 우리 역사 - 나라 이름의 비밀을 찾아가는 역사 여행

송성표 지음, 학민사(2013)


태그:#우리역사, #대한민국, #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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