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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앞바다에서 나는 생굴. 안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을 모릅니다
 우리 동네 앞바다에서 나는 생굴. 안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을 모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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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굴'

이맘 때가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특히 경남 사천시 사천만에서 나는 굴은 맛 좋기로 유명합니다.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우리 동네 사람들은 강남 돈 많은 사람들 식탁에 오르는 생굴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 굴을 보면 작습니다. 통영 굴은 큽니다. 크기가 다른 이유는 우리 동네 굴은 썰물과 밀물 영향을 받고, 통영굴 하루 종일 바닷물 안에서 자라기 때문입니다. 우리 동네 굴은 썰물 때는 공기를 들어마시고, 내리쬐는 햇볕을 받습니다. 그러니 더 맛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큰 형님이 생굴을 가지고 왔습니다. 보기만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습니다. 탱글탱글합니다. 물컹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입안에 넣었습니다. 싱싱하다못해 단맛이 납니다. 고추초장이 없어도 비린내도 없습니다.

"아빠 생굴 정말 맛있어요."
"맛있어?"
"응. 단맛이 나요."
"단맛이 난다고?"
"예. 이렇게 맛있는 생굴을 왜 오빠는 안 먹는지 모르겠어요."

"맞다. 단맛이 나는 생굴을 왜 안 먹는지 모르겠다."

중2 둘째 아이는 해산물은 다 좋아합니다. 이맘 때 먹는 생굴은 자리에 앉아 몇 백그램은 먹습니다. 큰 아빠가 가져온 생굴을 보자 정신없이 먹습니다. 아빠보다 조금 못하는 것은 고추초장에 찍어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딸 아이 젓가락에는 생굴 한 개 아니라 3~4개가 있을 정도입니다. 어떤 때는 아예 생굴을 고추초장에 비벼 먹습니다.

싱싱하다고 못해, 단맛이 납니다.
 싱싱하다고 못해, 단맛이 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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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예수님 탄생일을 맞아 떡국을 끓였습니다. 우리 동네는 서울과 달리 떡국에 쇠고기보다는 생굴을 넣어 먹습니다. 물론 쇠고기도 함께 넣을 때도 많습니다. 이날은 생굴과 쇠고기를 함께 넣었습니다. 생굴만 넣어 끓이면 국물이 시원합니다. 생굴이 들어가 비린내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워낙 싱싱하니 그럴 염려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쇠고기보다 더 맛있습니다. 또 둘째가 나섰습니다.

"아빠 나는 생굴 들어간 떡국이 쇠고기 들어간 떡국보다 더 맛있어요."
"아빠도 생굴이 들어가면 맛있다. 너는 생굴을 정말 좋아한다. 생굴만 있어도 겨울을 날 것 같다."
"나는 쇠고기보다 생굴이 더 맛있어요. 엄마가 쇠고기 가져가고 생굴을 제게 주세요."

"이제 엄마 떡국에 들어간 생굴까지 먹겠다고."

서울 사람들은 떡국에 쇠고기를 넣지만, 우리 동네는 생굴을 넣습니다.
 서울 사람들은 떡국에 쇠고기를 넣지만, 우리 동네는 생굴을 넣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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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대단합니다. 큰 아빠가 가져온 생굴은 둘째 아이 입 안으로 다 들어갈 모양입니다. 그래도 무엇이든 잘 먹으니 예쁩니다. 그것도 생굴을.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랄 뿐입니다. 싱싱함을 넘어 단맛이 나는 우리 동네 생굴을 먹다가 다른 동네, 그것도 물을 먹어 배가 부른 '굴'은 싱겁습니다. 우리 동네 굴은 입안에 들어가면 탱글탱글하지만 다른 동네 굴은 '물컹물컹'합니다. 싱싱하고, 단맛나는 우리 동네 생굴 생각만해도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태그:#생굴, #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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