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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경찰이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를 이유로 민주노총 사무실에 강제 진입한 것을 두고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시 경찰이 테이저건(Taser Gun) 수십 대를 사용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확인 돼 논란이 예상된다. 테이저건은 5만 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권총형 전기충격기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서도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또한 경찰은 진입 현장에서 벌어진 야당 국회의원의 폭력사태 저지 활동을 '영장 집행 방해'로 미리 규정하고, 이들을 조합원들과 격리 시키는 등 국회의원에 대한 별도 대응을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24일 오전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철도노조 영장 집행 관련 대책'이라는 제목의 경찰청 내부 문건을 열람하면서 밝혀졌다. 이 문건은 서울지방경찰청이 작성한 것으로 최종 결재자는 강신명 청장이다. 이 문건은 대외비로 지정돼 있어 국회의원의 직접 열람만 가능하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에게 쏜 테이저건, 민주노총 강제 진압 때도 준비

지난 2009년 경찰이 쌍용차노조 조합원 박아무개씨에게 테이저건을 쏴 박씨 얼굴에 맞았다. <자료사진>
 지난 2009년 경찰이 쌍용차노조 조합원 박아무개씨에게 테이저건을 쏴 박씨 얼굴에 맞았다. <자료사진>
ⓒ 쌍용차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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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문건에는 '캡사이신(등짐형 81개, 중형 74개, 소형 333개), 테이저건 (24개, 내부 진입조 8개 부대당 3개씩 소지)' 등 '내부 진입 부대 장비 계획' 항목이 적시 돼 있다. 또 '내부 진입' 항목 아래에 '비상계단 진입 시 : 진압 방패 조 -> 소화기·테이저건 조 -> 캡사이신 조 -> 해정 장구조(잠금 장치 파괴) 선두로 이동'이라고 적혀 있다.

경찰이 유사시는 물론 내부 진입 과정에서 테이저건을 사용하려고 한 것이다. 실제 경찰은 이날 테이저건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캡사이신(최루액)을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발사했고, 당시 얼굴에 캡사이신을 맞은 노조원들은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5만 볼트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테이저건은 사거리가 6~7m 정도며 대테러 및 시위 진압용 장비로 사용된다. 2009년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옥쇄 파업 당시, 파업 노동자를 진입하는 데 사용돼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인권위는 경찰에 테이저건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또 올해 8월, 인권위는 경찰의 테이저건 오발 사고로 실명당한 피해자를 위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해당 지역 경찰관에게 사용법 인식 교육을 권고한 바 있다.

국회의원의 폭력사태 저지 활동을 '영장 집행 방해'로 규정한 경찰

오병윤 통합진보당 원내대표가 22일 민주노총이 입주해있는 경향신문 1층 입구에서 진입을 시도하는 경찰 병력이 끌어내려하자 저항하고 있다.
▲ 경찰진압에 버티는 오병윤 의원 오병윤 통합진보당 원내대표가 22일 민주노총이 입주해있는 경향신문 1층 입구에서 진입을 시도하는 경찰 병력이 끌어내려하자 저항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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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문건에는 국회의원의 폭력사태 저지 활동을 미리 '영장 집행 방해'로 규정, 경찰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내부 지침도 담겨 있다. '건물 내부에서 국회의원의 영장 집행 방해시'라는 항목 아래에는 '남대문 서장, 과장 또는 기동대장이 영장 집행 중임을 고지하고 협조요청, 신변 보호팀 운영, 돌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시가 적혀 있다. 국회의원의 신변 보호팀을 운영해 노조원들과 격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국회의원이 사수대와 연좌 등 극렬 저항 시 국회의원은 분리, 고착시키고 사수대와 수배자는 현장 검거', '국회의원이 명시적으로 신변 보호 거부 의사를 밝힐 경우에도 근거리에서 우발사태 대비'라는 지침이 적혀 있다. 또 '보좌관의 내부 진입 주장시 공무 집행 방해 우려 명분으로 차단'이라는 문구도 있다.

22일 경찰의 강제 진입 당시 현장에는 진선미 의원을 비롯해 남윤인순·은수미·김현·설훈·유은혜·김현미 민주당 의원과 오병윤·김선동·이상규·김미희·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심상정·김제남·박원석 정의당 의원 등 야당 국회의원들 수십 명이 경찰의 강제 진입에 따른 폭력사태를 저지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진선미 의원은 "조합원들이 격렬하게 저항해 경찰이 테이저건을 발사했다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면서 "(경찰이) 가까운 거리에서 캡사이신(최루액)을 쏘는 등 노조원에 대한 안전과 인권이 방기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테이저건과 비상계단 진입 배치를 살펴보면 당초부터 과도한 체포 영장 계획이 수립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진 의원은 경찰이 강제 진입 전, 국회의원들을 '방해자'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한 경찰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진 의원은 "경찰은 사전에 국회의원들을 방해자로 설정하고 현장 대응에 나섰다"며 "이에 오병윤 의원이 경찰에게 멱살이 잡히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원들의 경찰 불법 공권력 집행을 예방하려는 활동마저 물리적으로 제압, 차단했다"며 "평소 국회의원들의 현장 감시 활동을 경찰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명확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24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기동대마다 우발적인 상황을 대비해 평소에도 테이저건이 준비돼 있다"며 "진입 당시에는 필요한 상황이 아니어서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영장 집행을 막았기 때문에 조치한 것"이라며 "유사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국회의원들을) 이동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그:#민주노총 강제진입, #진선미 민주당 의원, #테이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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