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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주남저수지 인근의 맛집에서 나온 용봉백숙입니다.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 인근의 맛집에서 나온 용봉백숙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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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 뭐니 해도 먹는 게 제일인기라~."

지인이 숟가락을 들며 하는 말입니다. 맞습니다. 오죽했으면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고 했겠습니까. 한 가지 우려 되는 건, 그러다 살기 위해 먹는 게 아닌 먹기 위해 사는 겁니다. 아무리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좋다한들, 이왕이면 먹는 즐거움을 알고 사는 게 인생의 묘미겠지요.

주남저수지 인근에서 찾은 곳이 용봉백숙 등으로 유명한 식당인 '해훈가든'이었습니다. '용봉백숙'이란 명칭 참 생소했습니다. 전설의 동물 이름을 딴 용봉백숙. 참 이름 거시기합니다. 아니, 용봉으로 백숙도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용에 해당하는 게 물에선 '잉어'고, 봉에 해당하는 게 땅에선 '닭'이라고 합니다. 배움이었습니다.

음식은 기분 좋게 먹어야 제일이지요. 그나저나 임금님 수라상에 올린 무병장수 보양식으로 용봉백숙 대령입니다. 자, 용봉백숙 속으로 빠져 볼까요.

주남저수지에서 잡은 잉어로 맛을 낸 '용봉백숙'

용봉백숙 밑반찬입니다.
 용봉백숙 밑반찬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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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고 걸쭉하며 부드러운 용봉백숙입니다.
 시원하고 걸쭉하며 부드러운 용봉백숙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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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을 훑었습니다. 용봉백숙 7만 원, 한방닭과 오리백숙 5만 원, 메기 메운탕 대 36천 원, 향어회 대 6만 원, 참붕어찜 대 6만 원, 메기 추어탕 7천 원 등입니다. 일행이 주문한 용봉백숙도 용봉백숙이지만 향어회와 참붕어찜에도 침이 꼴까닥 넘어 가더군요. 몸에 좋은 건 알아가지고….

밑반찬은 10여 가지, 맛도 있고 깔끔했습니다. 재미난 건, 밑반찬으로 나온 창원 단감이었습니다. 대개 후식으로 나오는 건데, 처음부터 밑반찬과 함께 나온지라 얼떨떨했습니다. 단감의 주생산지다운 발상이었습니다. 이는 자기 고장 농수산물을 잘 이용하는 음식점 주인의 지혜였습니다.

주인장이 용봉백숙을 내왔더군요. 그에게 잉어는 어디서 잡는지, 백숙은 얼마나 삶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주남저수지에서 직접 잡은 자연산 잉어를 깨끗이 손질해 가마솥에서 8시간 고아 토종 산닭과 함께 1시간을 삶았습니다. 4개월 간의 금어기에는 인근 낙동강에서 잡습니다. 저희는 채취 면허가 있어 직접 잡는 게 가능합니다."

물어본 김에 한방백숙에 대해서도 여쭸습니다. "21가지 한약재를 12시간 가마솥에서 달인 후, 토종 산닭 및 오리 등과 함께 1시간을 삶아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보양식"이라나요. 몸에 좋은 건 다 들어간 겁니다.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은 먹는 사람이 귀신같이 알아챕니다. 손님 꽤 많더군요.

"닭 먹을 줄 모르네. 날개부터 먹어야지~!"

용봉백숙에 사용하는 닭은 촌닭이라 그런지 살도 푸짐했습니다.
 용봉백숙에 사용하는 닭은 촌닭이라 그런지 살도 푸짐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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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디 진한 용봉백숙 국물 맛 끝내주더군요.
 진하디 진한 용봉백숙 국물 맛 끝내주더군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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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 봐야 맛을 알죠. 용봉백숙 국물 색깔이 누르스름하니 진하게 고운 색입니다. 요런 국물은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는 '진액'입니다. 지인이 다리를 쫙~ 찢어 사진을 찰칵. '어디 보자~, 사진 찍고 누구 줄까?'하고 봤더니, '에구에구~, 자기가 먹네~~~^^.' 맛있는 건 알아가지고….

이판사판 공사판. 저도 염치 불구하고, 팔을 걷어 부치고 닭다리 하나 차지했습니다. 그리고는 호기롭고 흐뭇하게 한 입 옴싹 베어 물었습니다. 헉~^^, 이 맛이란…. 맛을 느끼고 있는데 옆에서 그러대요.

"닭 먹을 줄 모르네. 닭은 날개하고 껍질부터 먹어야지~."

겸연쩍었습니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우리네 음식 미덕을 잠시 잊은 겁니다. 이는 닭다리를 양보할 줄 모르는 배부른 돼지였던 먹쇠 놈을 깨우치게 하는 한 마디 가르침이었습니다. 역시, 배우는 데는 시간과 장소 불문인 게지요. 

그런다 치고, 토종닭은 보통 질긴데 질김이 없더군요. 그건 바로 오랫동안 삶아 낸 주인의 배려였습니다. 흐뭇하더군요. 그런데 잉어와 닭, 목이버섯, 석이버섯, 표교버섯과 갖가지 재료를 우려 낸 걸쭉한 국물에 닭죽을 만들지 않더군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국물이 좋다고 손님들이 다 마시는 바람에 맨밥만 드립니다."

용봉백숙, 얼마나 정신없이 먹었던지 배 터질 지경이었습니다. 힘이 불끈불끈 솟는 것 같습니다. 오랜 만에 흡족한 한상 받은 기분은 포만감이었습니다.

촌닭인데도 질기지 않고 부드러웠습니다. 용봉백숙 닭다리 한 번 뜯으시지요.
 촌닭인데도 질기지 않고 부드러웠습니다. 용봉백숙 닭다리 한 번 뜯으시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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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용봉백숙, #닭다리, #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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