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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활어시장.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통영활어시장.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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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물고기를 먹을 수 있는 통영 활어시장, 이곳에 올 때마다 옛 생각이 떠오릅니다. 아내와 단둘이서 "오늘은 숭어을 먹을까?, 도다리를 먹을까?"라고 고민하며 데이트를 했던 곳입니다. 봄이면 봄 도다리, 가을이면 '가을전어'를 먹던 곳입니다.

31일 통영 활어시장을 찾았습니다. 활어를 사려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들리는 소리가 통영 사람보다는 타지역 사람들 목소리가 더 컸습니다. 그리고 곳곳에서 흥정이 벌어졌습니다. 대형 마트에서 볼 수 없는 장면입니다.

"문어 6마리에 3만 원."
"…"
"처음인데 한 마리 더 얹어 7마리에 3만 원."
"그럼 주세요."
"돔 한 마리, 도다리 2마리, 방어 1마리에 5만 원만 주이소. 우찌(어떻게) 이렇게 장사가 안 되노. 사는 사람이 없다."
"아주머니 5만 원이라고요?"
"예. 좋습니더. 한 번 보이소. 이만하면 거의 공짜난 다름없습니더."

살아있는 물고기들
 살아있는 물고기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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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어치 게. 통영활어시장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저렴한 가격입니다
 만원어치 게. 통영활어시장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저렴한 가격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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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모듬회를 샀습니다. 좋아할 아이들 생각에 눈이 환했습니다. 그런데 회보다 눈에 들어온 것은 게였습니다. 20마리가 1만 원이었습니다. 살아있는 게가 1만 원에 20마리라니. 덤으로 더 주었습니다. 통영에서만 볼 수 있는 저렴한 가격입니다.

"아주머니, 이게 얼마입니까?"
"1만 원입니더."
"이 많은 것이 1만 원 밖에 안해요?"
"예, 쌉니더. 드릴까예?"
"예, 주세요. 정말 많이 싸네요. 옛날에 저도 통영에서 살았어요."
"지금은 어디 사는데예?"
"진주입니다."
"예, 몇 마리 더 얹어 줄게예."
"고맙습니다. 맛있게 먹을게요."

게가 살아 있어 서로 발을 잡고 있습니다.
 게가 살아 있어 서로 발을 잡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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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싱싱했는지, 진주 집에 도착해서 냉장고 안에서 두 시간 이상 있었는데도 살아 있었습니다. 살아있는 게를 본 막둥이는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습니다.

"아빠, 게가 살아있어요!"
"아빠도 놀랐다. 아직도 게가 살아있다니."
"아빠가 통영에서 사오셨잖아요. 그런데 아직도 살아 있다니... 놀라워요."

"게가 싱싱하니까. 그렇지. 약한 게는 처음에는 살아있지만, 차를 타면 금방 죽어. 통영에서 파는 게는 정말 싱싱하다. 아빠가 옛날 통영에 살 때도 싱싱한 물고기를 많이 먹었다."
"아빠, 오늘 게장 담아요?"
"응, 양념게장."

양념게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줄은 꿈이도 생각 못했습니다.
 양념게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줄은 꿈이도 생각 못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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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만든 양념게장, 사진을 보면 맛 없게 보이지만, 아이들은 정말 잘 먹었습니다.
 아빠가 만든 양념게장, 사진을 보면 맛 없게 보이지만, 아이들은 정말 잘 먹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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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게장을 좋아합니다. 특히 딸 아이와 막둥이는 게 뚜껑을 하나를 두고 치열한 싸움을 합니다. 저는 간장게장보다는 양념게장을 좋아합니다. 한 마디로 아이들보다 제가 먹으려고 양념게장을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양념게장을 밥상에 차리자 막둥이는 아예 두 손으로 게장을 입에 넣었습니다.

"막둥이 맵지 않아?"
"조금 매운데 괜찮아요."
"간장게장하고 맛이 다를 것인데 먹을 수 있겠어. 맛이 조금 다를 것인데?"
"아니에요. 괜찮아요. 진짜 맛이었어요."
"인헌이는 원래 간장게장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양념게장은 맛었어?"

"네, 맛있어요."

아빠 정말 맛있어요. 두 손으로 양념게장을 먹고 있는 막둥이
 아빠 정말 맛있어요. 두 손으로 양념게장을 먹고 있는 막둥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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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 입에는 양념게장이 끊임없이 들어갔습니다. 사실 게장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간장게장은 몰라도, 양념게장은 먹기 조금 힘듭니다. 비린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간장게장을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막둥이는 역시, 양념게장도 마찬가지로 잘 먹습니다. 무엇이나 잘 먹는 막둥이가 좋습니다. 20마리가 넘는 게에 꽃게가 3마리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죽은 게가 아니라 살아있었습니다.

"꽃게는 삶아 먹자!"
"좋아요. 삶아 먹어요."

"아빠 통통한 살 좀 보세요."
"우와 그렇네 살 좀 봐라."

"맛있어?"
"맛있어요. 오늘 게 때문에 배가 터질 것 같아요. 아빠 ,고마워요."

"아빠는 너희들이 잘 먹어서 좋다."

살이 오른 꽃게. 정말 맛있었습니다.
 살이 오른 꽃게. 정말 맛있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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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원으로 게 20마리 이상을 먹을 수 있는 복, 서울 사람들은 누리기 힘든 복입니다. 서울보다 경남 통영과 진주가 더 좋은 이유입니다. 통영은 정말 사람 냄새나는 동네입니다. 요즘은 서울에서 통영까지 4시간 30분이면 충분합니다.


태그:#통영, #양념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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