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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서울나들목교회에서 열린 제 1회 박정희대통령 추모예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모사진이 강단 벽면에 걸려있다.
▲ 무궁화로 장식된 박정희 영정사진 25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서울나들목교회에서 열린 제 1회 박정희대통령 추모예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모사진이 강단 벽면에 걸려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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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좀 독재를 해야 합니다!"
"아멘, 아멘."

지난 25일 나들목교회에서 열린 '제1회 박정희 대통령 추모예배'에서 나온 말이란다. 2013년 대한민국에서 "독재를 좀 해야 한다"는 말을 예배시간에 당당하게 한 사람은 아마 박정희 독재정권에서 진짜 '독재 맛'을 맛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독재를 온몸으로 경험했다면 할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민주공화국 시민이 어떻게 독재를 정당화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독재를 정당화하는 데 "아멘"으로 화답까지 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유재관 성광침례교회 목사는 추모헌시에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세우려던, 멋진 대한민국을 물려주려던 님의 심장의 고동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님의 심장의 고동이 느껴지는 것 같다"쯤 되면, 박정희를 거의 신격화시키는 것과 같다(관련기사: "한국은 좀 독재 해야합니다"... "아멘, 아멘").

목사가 개인적으로 박정희를 추모할 수 있다. 하지만 기독교(개신교)는 사람을 예배할 수 없다. 예배는 오직 하나님께만 드리는 의식이다. 박정희가 독재자이기 때문에 예배하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므로 예배할 수 없다. 하나님 외에 예배 대상을 삼는다면 '우상 숭배'다. 그러므로 '박정희 대통령 추모 예배'는 우상 숭배다. 당연히 '노무현 추모 예배', '김대중 추모 예배'도 안 된다.

성경은 인간 숭배를 단호히 거부한다. 인간을 숭배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만들지도, 세우지도, 생각하지도 말라고 한다. 심지어 하나님을 형상화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것 자체가 우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세가 시내산에 올라가 40일 동안 내려오지 않자 이스라엘 백성은 금송아지를 만들어 "이 신이 우리를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낸 우리 신"이라고 외친다. 이스라엘 백성은 금송아지를 "이집트 신"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자신들을 구원한 신으로 경배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용서하지 않았다. 우상 숭배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모세를 숭배하지 않았다. 당연히 다윗도 숭배하지 않는다. 모세와 다윗이 누구인가. 이스라엘을 구원한 지도자이고 가장 위대한 왕이다. 그런데도 그들을 숭배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을 숭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상숭배도 모자라 유신 찬양까지... 한국교회 왜 이러나

일부 목사들이 교회에 모여 박정희 추모 예배를 드렸다는 것은 한국 교회가 얼마나 위기에 처했는지 알려준다. 박정희 독재 여부를 떠나 성경 근간을 훼손하는 일을 당당하게 행하는 모습에 아연질색할 수밖에 없다.

이들만 아니라 심학봉 새누리당은 박정희를 "아버지 대통령 각하"라고 부르고, 손병두 박정희 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유신시대가 좋았다"는 말까지 자연스럽게 했다. 이쯤 되면, '박정희교' 또는 '유신교'라는 신흥종교가 대한민국에 생긴 것 아닌가. 박정희를 추종하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박정희가 민주주의를 유린한 독재자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오히려 그 독재가 더 낫다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또 다른 반역이다.

인간을 결코 예배할 수 없는데도 박정희를 예배하는 일부 목사들, 박정희 독재를 그리워하는 박정희 추종자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박정희가 심복 총에 맞아 죽은 지 34주년이 된 지금 되살아는 유신 망령을 우리는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


태그:#박정희, #추모예배, #추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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