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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입니다. 9~10월,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간 지역은 대전충청입니다. [편집자말]
평등교육실현아산학부모회를 비롯한 9개 시민단체들은 지난 7월부터 매주 수요일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삼성고등학교 일반고전환 서명운동 및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평등교육실현아산학부모회를 비롯한 9개 시민단체들은 지난 7월부터 매주 수요일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삼성고등학교 일반고전환 서명운동 및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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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설립되는 자율형사립고 '삼성고등학교'에 대한 지역사회의 여론이 곱지 않다.

평등교육실현아산학부모회를 비롯한 9개 시민단체들은 지난 7월부터 매주 수요일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삼성고등학교 일반고 전환 서명운동 및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이들은 삼성고등학교 설립이 승인된 2012년 9월부터 줄곧 문제를 제기해 왔다. 특히 지난 7월 15일에는 '삼성에서 만드는 자율형 사립고,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시민토론회를 개최하며, 삼성고를 비롯한 자사고의 문제점과 교육 불균형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왔다.

이들은 삼성고의 삼성 임직원 자녀의 전형비율 70%는 대기업 자본의 이기주의에 근거하고 있으며, 공교육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지역민들에게 소외감과 열패감을 안겨줘 결국 교육 공공성을 크게 후퇴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영훈중 같은 국제중 사례를 들어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의 부정과 파행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전교생 70%, 삼성임직원 자녀 우선 배정

아산시 탕정면 명암리에 건축되고 있는 삼성고등학교.  인근저수지와 어우러져 멋진 자연조망이 연출되고 있다.
 아산시 탕정면 명암리에 건축되고 있는 삼성고등학교. 인근저수지와 어우러져 멋진 자연조망이 연출되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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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교육청은 2012년 10월24일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계열 4개사가 공동출자하는 학교법인 은성학원에 대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설립계획을 승인했다. 계획에 따르면 아산시 탕정면 명암리 삼성디스플레이시티 산업단지 3만3000여㎡(1만4800평) 부지에 건축 규모 연면적 4만8836㎡(교과동-지하1층 지상4층, 기숙사 지하1층 지상7층)의 삼성고등학교가 들어선다.

삼성고는 30학급에 학급당 35명씩 1050명 규모의 남녀공학으로 설립해 2014년 3월 1일 개교 예정이다.

입학자격은 삼성 임직원 자녀에게 한 학년 입학정원 350명 중 70%에 해당하는 245명을 우선 배정하고, 20%에 해당하는 70명은 사회적배려대상자에게, 나머지 10%에 해당하는 35명은 충남 지역 일반 학생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삼성고에 따르면 초대 교장은 박하식 전 경기외고 교장이 맡을 예정이다. 박하식 교장은 용인외고와 민사고 등에서 교감을 역임했으며, 자사고에 대한 운영 경험이 풍부한 교육 전문가로 알려졌다.

내년 첫 입학생은 10월 18일~24일까지 접수를 받아 10월 28일 1차 서류전형 합격자를 발표하고, 11월 9일 면접 후 11월 14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삼성고 관계자는 "인성, 적성, 학습지도를 강화하고 학교 폭력, 사교육, 교사 잡무가 없는 학교로 정착시키기 위해 1학년 입학생 전원은 기숙사에서 공동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식비, 기숙사비, 방과후학습비 등 학생들이 납부하는 등록금은 일반고등학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충남지역 교육 불균형 부채질"

아산지역 9개 시민단체들이 '삼성에서 만드는 자율형 사립고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아산지역 9개 시민단체들이 '삼성에서 만드는 자율형 사립고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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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은 비평준화 문제가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곳이다. 인구가 가장 많이 밀집한 천안시와 아산시를 필두로 15개 시군 모두 평준화 지역이 단 한 곳도 없는 전국 유일의 지역이다.

아산시와 인접한 천안북일고가 2010년부터 자사고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삼성 자사고가 개교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기업이 관련돼 있는 천안북일고를 필두로 학교 우열에 대한 서열화가 엄연하게 존재한다.

최근 천안시 거리 곳곳에는 고교평준화를 주장하는 현수막이 도배되고 있고, 아산시에서도 천안시의 고교평준화 움직임을 지켜보며 교육정책의 변화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산시민연대 김지훈 사무국장은 "삼성이 아산시 탕정면에 세우려는 삼성고등학교는 대기업이 교육 독점을 통해 신분을 세습하려는 또 다른 변종교육이며, 교육차별 사업"이라며 "이미 전국 곳곳에서 자율형 사립고에 대한 부작용으로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마당에 삼성에서 추진하는 자율형 사립고는 삼성임직원 자녀만을 위한 교육특혜이며 지역과 상생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진형 전교조 아산지회 참실부장은 "삼성에서 만드는 자사고를 시작으로 해서 고교 서열화가 더 심해져 일반학교의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성적 상위 50% 이상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자사고는 우수학생들을 선점함으로써 나머지 학생들은 이른바 2류, 3류로 몰려 일반고의 슬럼화와 공교육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이형빈 연구원은 "삼성고는 현실적으로 자사고 지정 철회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더라도 자사고의 계급적 본질을 알리는 방향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자사고 자체가 '부유계층을 위한 교육상품'인데 삼성 재벌의 자사고인 삼성고는 이러한 본질을 전형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사고 문제는 평준화 문제와 함께 해결해야 한다. 충남은 전국에서 비평준화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이기 때문에 아산과 천안이 함께 움직일 필요가 있다"며 "내년 충남교육감 선거에 삼성 자사고와 천안북일고의 일반고 전환을 교육감 선거의 핵심쟁점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 "탕정면 교육소외, 아무도 해결해주지 않았다"

삼성임직원 가족들은 아산시 탕정면에 1만5000여 명이 거주하고, 매년 그들의 자녀 500~600명이 고교진학을 하지만, 탕정면에는 이들이 진학할 일반고등학교가 하나도 없다.
 삼성임직원 가족들은 아산시 탕정면에 1만5000여 명이 거주하고, 매년 그들의 자녀 500~600명이 고교진학을 하지만, 탕정면에는 이들이 진학할 일반고등학교가 하나도 없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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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직원들도 아산시민이며, 탕정주민의 한 사람일 뿐이다. 그러나 삼성 직원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탕정면에는 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는 일반계 고등학교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아무도 교육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았다."

삼성고등학교에 대한 외부의 비판에 대해 삼성 측에서는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임직원 자녀의 고교진학 문제를 아무도 해결해 주지 않아 삼성의 부지에 삼성의 예산으로 학교를 지었지만 오히려 전국적인 비판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탕정면과 인접한 배방읍은 인구 증가에 따라 지역주민의 요구로 설화고가 신설됐고, 배방고가 내년에 개교한다. 그러나 삼성 직원이 밀집된 탕정면은 대중교통 이용시간이 30~40분이나 걸리는 아산 시내나 천안시내로 고등학교에 진학시켜야 했다는 것이다. 2008년 개교한 충남외국어고도 삼성이 지어 기부채납했지만 삼성 임직원에 대한 특례입학은 적용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도권에 거주하던 삼성직원들은 자녀교육 문제로 탕정면 전입을 기피하거나 자녀와 떨어져 살아야 하는 주말 가족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 결국 아산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교육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교육청과 시청 등 행정당국에 이러한 문제를 수없이 제기했지만 교육예산 등을 이유로 오히려 삼성에게 자사고 설립을 유도했다는 설명이다.

삼성고등학교는 충남 아산시 명암리 삼성디스플레이시티 내에 건축되고 있다. 사진은 삼성디스플레이시티 입구.
 삼성고등학교는 충남 아산시 명암리 삼성디스플레이시티 내에 건축되고 있다. 사진은 삼성디스플레이시티 입구.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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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의 한 관계자는 "삼성고는 외부의 우려대로 특권을 위한 귀족학교가 아니라 면 단위의 산업단지에 위치한 학교일 뿐"이라며 "학업성적도 1~9등급까지 다양하게 분포될 수밖에 없고,  대학 진학만을 위한 입시 위주의 교육이 아닌 예체능 등 다양한 적성을 길러주는 전인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탕정면에는 1만5000여 명의 삼성 가족들이 살고 있으며, 매년 500~600명의 임직원 자녀가 고교 진학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삼성 임직원 자녀들의 교육환경은 아산시에서 가장 열악하게 방치돼 왔다. 교육 당국이 해결해 주지 않은 교육 문제를 기업 차원에서 기업의 예산으로 해결하려 한 것인데 외부의 오해가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시사>와 <교차로>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삼성고등학교, #자사고, #아산시, #교육특혜, #귀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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