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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정원 개혁은 이미 시작됐다"고 언급해 민생 논의를 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정원 개혁은 이미 시작됐다"고 언급해 민생 논의를 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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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박 대통령과의 회담을 요구하며 노숙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를 뒤로 하고 외국 순방길에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정국 정상화를 모색하기 위한 박 대통령과 야당 대표 회담은 잠정 무산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출국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곧바로 7일에는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다. 박 대통령의 러시아·베트남 순방은 총 7박 8일 일정으로 오는 11일 귀국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세계경제 성장과 양질의 고용창출'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2차례의 토의 세션과 업무 만찬 및 업무 오찬에 참석한다. 취임 후 첫 다자 외교 데뷔전을 치르는 셈이다.

박 대통령, 러시아·베트남 방문... 다자외교 데뷔전

박 대통령은 특히 주최국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메르켈 독일 총리, 레타 이탈리아 총리,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총리 등 4개국 정상들과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협력방안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양자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더욱 심화·발전시키기 위한 방안, 특히 양자 간 경제·통상 등 실질협력 강화 방안 및 기업진출 확대 방안 등을 협의함으로써 세일즈 외교활동을 전개하고 창조경제 실행을 위한 협력의 기반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에 이어 국빈 방문하는 베트남에서는 본격적인 세일즈 외교 일정에 돌입한다. 박 대통령은 오는 9일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통해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한편 상호 관심 분야에서 여러 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중국 방문에 이어 러시아·베트남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외교전에 나서지만 국내 정치 상황은 녹록치 않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둘러싼 여야 대치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회담 형식과 의제 등을 두고 야당과 청와대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연루된 내란 음모 혐의 사건까지 터지면서 박 대통령과 야당 대표 회동은 성사 여부가 더 불투명해졌다. 박 대통령 출국 직전까지 청와대는 기존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고 이에 맞선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8월 27일 이후 9일째 천막 노숙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9일째 노숙 중인 제1야당 대표... 평행선 달리는 청와대와 민주당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8월 27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천막당사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24시간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8월 27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천막당사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24시간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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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내일 출발한다"는 짧은 대답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순방 후 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청와대는) 한 번도 회담을 안한다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민생을 주제로 한 5자 회담은 언제든 열려 있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 귀국 후이다. 회담 형식과 의제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민주당의 입장 차가 커 조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은 청와대의 5자 회담 입장에 대해 '선 양자 회담' 후 여야 원내대표까지 포함한 5자회담을 역제안한 상태다. 또 이석기 의원 사건과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은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박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국정원 개혁,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대통령의 사과 등을 여전히 의제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국회에서 하늘이 두쪽 나도 국정원 개혁을 이뤄내겠다"며 "국정원 개혁을 위한 민주당의 투쟁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는 야당이 박 대통령 사과와 남재준 원장 해임 등을 요구할 경우 회담 개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신경전이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 달 26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직접 "국정원 개혁은 이미 시작됐다"며 민생 논의를 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만큼 야당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이석기 사건'까지 엎친 데 덮친 격... 청와대와 민주당 제 갈길 가나

민주당 내에서도 정국 경색을 풀 키를 쥐고 있는 박 대통령이 계속 야당의 대화 요구를 거부한다면 회담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야당 입장에서는 수세에 몰린 국정원이 국면 전환을 위해 이석기 의원 사건을 갑자기 공개수사로 전환했다는 의심을 하는 상황이라 국정원 개혁 등 야당 요구사항에 대한 진전 없이 박 대통령을 만나는 것도 부담이다. 박 대통령이 귀국하더라도 1주일 후면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만큼 시간적 여유도 많지 않다.

하지만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는 않다. 청와대와 민주당 모두 정국 파행 장기화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제1 야당 대표가 추석 이후까지 장기간 노숙을 하는 것도 그리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때문에 박 대통령 귀국 후 이번 순방 성과 설명 등을 명분 삼아 자연스럽게 여야 대표 회동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는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청와대 측은 "지금으로선 순방이 우선"이라며 말을 아꼈다.


태그:#박근혜, #김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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