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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12년 5월 4일자 1면
 <동아일보> 2012년 5월 4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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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전 경찰청장(사진)은 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어느 은행에 누구 명의로 돼 있는지 검찰에 출석해 모두 까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를 둘러싸고 커다란 정치적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 5월 4일자 <동아일보> '조현오 前 경찰청장 "어느 은행, 누구 명의인지 다 까겠다"'기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어 기사는 조현오 전 청장만 아니라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도 "(조 전 청장에게) 9일 소환을 이미 통보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해 발언 신방성을 더했다. 그러면서 조 전 청장은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내가 되레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에 상세한 내용을 진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음 날인 5일 5면 ''조현오 파일 실체' 존재한다면 대선판 전체 흔들 '뇌관'' 기사에서도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3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에 대해 검찰에서 진술하겠다고 밝히면서 12월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 '조현오 파일'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면서 "조 전 청장이 검찰에서 '노무현 차명계좌'의 객관적 근거를 제시한다면 야권의 대선 후보 구도는 물론이고 대선판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특히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유력 대선 주자로 부상시키면서 야권의 주도권을 잡은 친노(친노무현) 세력으로선 진실 여부에 따라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더욱이 23일은 노 전 대통령 서거 3주기"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2012년 5월 5일자 5면
 <동아일보> 2012년 5월 5일자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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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3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임할 때 "노무현이 비자금때문에 뛰어내렸다"고 발언했다. 그러므로 <동아일보> 보도가 사실이라면, 조 전 청장은 혐의를 벗는 것이고 또 다시 노무현 대통령과 가족 그리고 노무현 재단과 그 지지세력은 엄청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현오가 <동아일보>를 통해 보도된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지난해 9월 17일 조 전 청장을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부(판사 이성호)는 지난 2월 20일 "조 전 청장이 지목한 청와대 행정관 명의 계좌는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막중한 지위를 스스로 망각하고 대중 앞에서 경솔하게 허위사실을 공표해 죄책이 무겁다"며 그를 법정구속했다.

물론 서울중앙지법 형사12부(판사 정성관)가 3월 10일 "보증금 7000만 원에 외국 출국을 안하는 조건 등으로 조 전 청장의 보석신청을 받아들였다"는 이유를 들어 보석을 허가했지만, 조현오가 법적 책임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조현오 전 청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전주혜 부장판사) 에서 열렸다. 이날 조 전청장 변호인은 "국민 화합과도 직결되는 사건","고인(노 전 대통령)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겠나"는 변론을 통해 무죄를 주장했다.

참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재판부가 유무죄를 결정하는 것은 조 전 청장 발언의 사실 여부다. 그런데 "국민화합"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또 한 번 노무현 대통령과 가족들을 모독하는 일이다. 조 전 청장은 그동안 단 한 번도 진솔하게 사과한 적이 없다. 오히려 책임을 문재인 의원을 위협하거나 권양숙 여사를 증인으로 세우겠다는 말까지 했다.

"문 실장에 대해 할 얘기가 많지만 이야기를 않겠습니다. 이야기하면 더 큰 논란의 소지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이야기 않겠습니다.… 안 그러면 가까운 장래에도 본의 아니게 이야기할 그런 경우가 있을는지는 몰라도 순조롭게 모든 게 진행된다면 이야기를 않을 생각입니다"-2010.12.06 <중앙선데이> "문재인 전 실장에 대해 할 얘기 많지만 얘기 않겠다"

"권 여사가 차명계좌 특검을 막았다는 것은 아직까지 사실이라고 믿고 있다. 이와 관련해 권 여사를 증인으로 신청할 것. 특강 당시 '(노 대통령 서거)전날 차명계좌가 발견됐다'고 말한 것은 맞지만, '전날'이라고 말한 것은 그 이전에 발견된 차명계좌라는 취지. 당시 핵심 수사관 두 사람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계좌추적을 했다는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2012.10.05. 첫 공판준비기일

권양숙 여사를 증인에 세우겠다는 발언이 나오자 당시 <노무현재단>은 "조현오는 정신병자인가" 제목 논평을 통해 "패륜적 망언을 늘어놓다 사자(死者)와 유족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5일 법정에서 또다시 황당하고 어이없는 변명으로 자기 범죄행위를 부인하고 나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제 입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언론 앞에서 여러차례 '차명계좌' 운운하며 허위사실을 퍼뜨려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과 유족을 욕보이고서도 자신의 패륜적 죗값을 피해보려는 뻔뻔하고 교활한 변명"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리고 이제 결심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 여기서 조현오 전 청장만 아니라 그의 발언을 그대로 실은 <동아일보>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동아>는 조현오 발언을 전하면서 대선 판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뇌관'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통장 명의자가 누구인지도 다 가겠다는 발언까지 전했다. 하지만 1년이 넘었지만, 조 전 청장은 명의자가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았다.

<동아>는 조현오 발언만 아니라 실제 노무현 대통령 관련 차명계좌가 있는지 취재를 통해 사실을 밝혀야 했다. 이는 언론 보도 기본 중 기본이다. 취재를 통해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조현오 발언을 전하는 않는 것이 상식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와 관련됐다면 더 그렇다.

조 전 청장 선고 공판은 다음달 26일 오후 2시에 열린다. 딱 한 달 남았다. 피고인 조현오에 대한 유무죄는 사법부가 내릴 것이다. 피고인 조현오 같은 사람이 다시 나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동아일보>는 지난해 5월 4일과 5일 보도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현오, #동아일보,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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