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26일 오전 공직선거법 및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첫 공판(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 21부 이범균 부장판사)에서 검찰은 모두진술 프리젠테이션(PT)을 통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원 전 원장의 '지시·강조 말씀'을 공개했다.

지난 3월 18일 언론과 정치권을 통해 국정원 심리전단의 정치·대선 개입과 연결되는 원 전 원장의 발언이 폭로되자, 국정원은 오히려 정치 중립과 본연의 업무 수행을 강조해 왔다고 반박하면서 그를 뒷받침하는 발언 9건을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PT에서 "국정원이 공개한 2012년 1월 27일자 발언록에 따르면 '직원들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오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직원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주기 바람'이라고 되어 있어, 마치 피고인(원세훈)의 주장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구체적인 발언 내용을 보면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당 발언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을 보면, 원 전 원장은 위 발언 전후에 "야당 인사라도 정부 정책을 지지하면 밀어버릴 필요가 없다. 최인기 의원 같은 경우도 그렇잖아. 정치 신인이든 현재 정치인이든 간에 바로 된 사람이 가면 돼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도 잘 차단해 주라"고도 지시했다.

또한 국정원은 "마지막 공직생활이라는 각오로 업무를 추진하고 직원들을 이끌어야 할 것"이라는 요지의 2009년 11월 20일자 원 전 원장의 발언을 공개하면서 엄정 중립과 공정한 업무 처리 지시를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이날 "국민의 의사가 많이 반영된 것이 여당이다. 많은 국민이 원하는 쪽으로 우리가 일하는 것이 맞다"라며 여권 지지 활동을 지시했다. 또 "여러분 부서장들은 이 정권하고밖에 더 하겠어요? 여러분들 일치해서 다음에 이 정권 빼놓고 길게 할 것 같아요?"라고 노골적으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충성을 압박하기도 했다.

검찰이 공개한 녹취록은 원 전 원장의 정치·대선 개입 지시가 없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국정원이 자진 공개한 발언조차도 일부만 짜깁기한 왜곡이었으며, 발언의 진상은 정반대 의미였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의도적인 거짓 해명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피고인의 지시는 정치적 중립 준수가 아니"라며 "언론이나 정치권에 논란이 없도록 철저하게 직원을 관리할 것을 당부하는 것이고, 정부정책에 대한 입장이 소속 정당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환기시키는 것이며, 대통령 개인비리를 옹호하는 등 야권 주장을 적극적으로 공박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태그:#원세훈, #국정원, #심리전단
댓글3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