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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일부터 열리는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는 '빅 매치'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경찰의 허위 수사 발표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증인출석장이 전달됐다. 두 사람이 청문회에 나온다면, 국정조사의 목적인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경찰의 허위 수사 발표에 대한 진상규명 성패를 가를 무대가 된다.

장외투쟁을 통해 국정조사 정상화를 이끌어낸 민주당은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핵심이었던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 대사의 증인 출석 역시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박근혜 캠프의 경찰 수사 결과 사전 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2일 오후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정청래 간사가 추가 공개한 경찰청 CCTV 영상을 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2일 오후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정청래 간사가 추가 공개한 경찰청 CCTV 영상을 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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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를 이틀 앞둔 12일 벌써부터 뜨겁다. 이날 국정조사특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지난해 12월 15~16일 경찰 수사관들이 '댓글 흔적이 없다'는 내용의 수사 짜맞추기 정황이 담긴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실 CCTV를 공개했다. 그는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청장이 반드시 출석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용판 전 청장은 14일 청문회 불참을 통보했다. 원세훈 전 원장도 불참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이에 정청래 의원은 두 사람 모두 출석하지 않을 경우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8월 16일 다시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①빙산의 일각] 새로운 국정원 대선 개입 증거 나올까?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지난 5일 남재준 국정원장 등 국정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기관보고에서 기조발언을 통해 "(새누리당은) 원세훈 전 원장이 대북 심리전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번에는 박근혜 찍습니다', '절라디언들...' 이런 게 대북 심리전이냐"고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지난 5일 남재준 국정원장 등 국정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기관보고에서 기조발언을 통해 "(새누리당은) 원세훈 전 원장이 대북 심리전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번에는 박근혜 찍습니다', '절라디언들...' 이런 게 대북 심리전이냐"고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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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4일 국정원 국정조사 법무부 기관보고에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빙산 그림이 그려진 팻말을 들었다. 그는 "검찰이 발견한 73개의 댓글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불법으로 규정한 국정원 직원의 댓글 73개 말고도,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증명할 더 많은 증거가 존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청문회에서 원세훈 전 원장을 상대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명확히 밝혀줄 새로운 물증을 찾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박영선 의원은 국정원 댓글을 단 민간인 이아무개(42)씨의 계좌에 9234만 원이 입금됐다는 내용이 담긴 경찰의 국정원 사건 검찰 송치 기록을 언급하면서 "(이씨가) 헤드쿼터(본부) 역할을 했고, 그 밑에 조직이 있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겨레>가 보도한 경찰의 검찰 송치 기록에 따르면, 2011년 11월부터 경찰의 국정원 사건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1월까지 이씨의 은행계좌 두 군데에 국정원 돈으로 추정되는 9234만 원이 입금됐다. 경찰은 송치기록에서 "이씨가 국정원으로부터 상당한 금액의 정보원비를 받아 공모자들에게 재교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범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심리전단을 중심으로 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정황을 알고 있었는지를 밝혀내는 게 청문회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원세훈 전 원장의 범행 동기를 확인할 수 있다.

국정원의 불법 댓글 등 새로운 증거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최근까지도 증거 인멸 행위를 했다. 일명 '권영세 녹취록' 추가 공개도 결정되지 않았다. 박영선 의원은 "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②범죄의 재구성] 누가 김용판을 움직였나

10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제6차 범국민촛불문화제가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 출석을 촉구하고 있다.
▲ "원세훈, 김용판 나와라!" 10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제6차 범국민촛불문화제가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 출석을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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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허위 수사 발표가 있었던 12월 16일을 재구성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김용판 전 청장이 입을 열어야 한다. 하지만 김 전 청장은 14일 불출석 입장을 밝혔다.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12일 오후 "김 전 청장이 14일은 재판 기일과 겹쳐 출석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보내왔다, 대신 청문회 마지막 날인 21일 나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청래 의원은 "14일 재판 준비 기일에 필요한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30분가량이다, 관례적으로 변호사가 출석한다"며 "오후에 청문회를 개최하면 된다, 청문회 불참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용판 전 청장이 청문회에 나온다면, '누가 김용판 전 청장을 움직였느냐'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경민 의원은 "지금까지 수사 조작의 실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면, 청문회 때는 수사 조작을 하는 데 박근혜 캠프나 국정원 등 상부 또는 외부의 기관과 연계됐는지를 밝히는 게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 보면, 국정원의 개입 의혹이 큰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15일 새벽 경찰이 국정원의 댓글을 발견한 뒤, 이튿날 김용판 전 청장은 국정원 직원과 만났다. 또한 박원동 당시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도 전화통화를 했다. 이후 경찰은 "국정원의 댓글 흔적은 없다"고 발표했다.

진선미 의원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은 이튿날 국정원 회의에서 '박빙 열세가 박빙 우세로 전환됐다, 고생했다'는 격려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허위 수사 발표에 국정원 외압 가능성이 제기된 이유다.

[③'김세' 없는 국정조사?] 박근혜 캠프는 정말 몰랐을까

세 번째 관전 포인트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 대사의 청문회 증인 채택 여부다. 이들은 박근혜 캠프가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경찰의 허위 수사 발표를 미리 알고 있었느냐를 밝힐 수 있는 핵심인물이다.

'김·세'를 증인으로 채택하기 위해 스스로 증인대에 선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본회의에서 "진실을 규명하는 데는 현역 의원을 비롯한 누구도 예외일 수 없어 내가 증인이 되기로 했다"며 "이번 국정조사의 핵심 인물인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권영세 주중 대사는 반드시 증인으로 채택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김무성 의원(당시 선거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의 경우, 지난해 12월 16일 경찰의 국정원 댓글 사건 중간발표가 있기 전 "댓글의 증거가 없다, 경찰이 곧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김무성 의원이 경찰 수사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게 민주당의 의혹 제기다.

권영세 주중 대사(대선 당시 상황실장)와 박원동 전 국장의 커넥션을 파헤치는 것 역시 이번 청문회의 핵심 사안이다. 민주당은 권 주중대사가 지난해 12월 16일 박원동 전 국장과 수차례 통화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같은 날 박 전 국장은 김용판 전 청장과 통화했다. 박근혜 캠프가 경찰 수사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을 넘어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경찰 수사 결과 발표 직전 이뤄진 3차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국정원 사건에 증거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청래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부르기 어려우니,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상황을 잘 알고 있었던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 대사가 청문회에 나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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