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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이겠습니다. 8월, 2013년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가는 지역은 대구·경북·울산입니다. [편집자말]
8일 현대자동차 송전철탑 농성을 해제하고 철탑에서 내려온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사무국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른쪽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병승씨  이들은 뒤로 보이는 철탑 중간의 빨간 천막에서 296일 동안 고공 농성을 벌였다.
▲ 울부짖는 현대차 철탑 고공 농성자 비정규직 노동자 8일 현대자동차 송전철탑 농성을 해제하고 철탑에서 내려온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사무국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른쪽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병승씨 이들은 뒤로 보이는 철탑 중간의 빨간 천막에서 296일 동안 고공 농성을 벌였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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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1시,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비정규직노조) 최병승·천의봉 두 조합원이 크레인을 타고 송전철탑에서 내려오면서 길고 길었던 296일간의 현대차 철탑농성은 막을 내렸다.

철탑에 오른 사람 중 한 명인 천의봉 조합원은 비정규직노조 사무장을 맡고 있었다. 천의봉 조합원이 300일 가까이 철탑에 있을 때 그 역할을 대행한 이가 바로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우상수(34) 사무차장이다.

두 조합원이 철탑에 오르면서 요구한 것 중 하나는 신규채용 중단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신규채용을 강행했고 그때마다 비정규직노조는 부분파업 등으로 맞섰다. 부분 파업 때 노조 측이 공개한 회사 측 용역 폭행에 의한 부상자 명단을 보면 꼭 등장하는 사람이 우상수 사무차장이다.  그는 노조의 실무적인 일뿐 아니라 296일간의 철탑 농성 중인 두 조합원에게 하루 두 끼 식사를 올리는 역할을 도맡았다.

현대차 철탑 농성자들 밥 챙긴 동료

우상수 차장. 그는 왜 매번 부상을 무릅쓰고 회사측에 저항하며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데 앞장 섰던 것일까? 일각에서 말하는 현대차 정규직노조의 소홀함에 섭섭함은 없을까? 궁금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우상수 사무차장과의 인터뷰는 철탑농성이 해제되던 8일 오전 11시부터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앞에 있는 철탑농성장에서 한시간 가량 진행됐다.

- 300여일 가까이 철탑 위의 두 조합원에게 매일 식사를 울리는 일을 도맡아서 했는데.
"기억이 생생하다. 지난해 10월 17일 새벽 최병승·천의봉 조합원이 철탑 고공 농성을 시작한 날 이곳 현장에 있었다. 처음 천의봉 사무장은 20미터 지점에서, 최병승 동지는 15미터 지점에서 밧줄로 몸을 묶고 농성 시작했는데, 정말 마음이 아팠다.  특히 그날 현대차 사측 용역경비대 5명이 동원돼 철탑의 두 동지를 끌어내리기 위해 올라갔다. 그때 현대차 사측 관리자가 철탑에 올라가는 용역경비에게 '최병승 떨어뜨려 죽여라'고 지시하는 모습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급히 달려온 조합원들이 집결해 용역경비들을 물리쳤지만, 그때부터 두 사람 수발은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전 철탑 위에 올라가 봤는데 정말 덥고 괴로워 움직일 수가 없었다. 두 동지가 그동안 어떻게 견뎌왔는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2013년 8월 8일 오전 11시, 울산 북구 현대차 명촌정문 앞 철탑농성장에 있는 천막농성장에서 비정규직노조 우상수 사무차장이 철탑농성 296일간의 일을 말하고 있다.
 2013년 8월 8일 오전 11시, 울산 북구 현대차 명촌정문 앞 철탑농성장에 있는 천막농성장에서 비정규직노조 우상수 사무차장이 철탑농성 296일간의 일을 말하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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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노조 사무차장으로 주로 어떤 일을 하나.
"사실 천의봉 동지가 사무장으로서 궂은 일을 맡아서 했다. 그가 철탑에 오르고 나서 내가 얼결에 중책을 맞게 됐다. 사무차장으로 노조의 실무적인 일을 책임져야 하는데 부족함이 많았다. 늘 조합원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

- 동안(童顔)이다. 결혼은 했나?
"결혼 5년 됐고, 다섯살 된 딸이 있다. 아시다시피 밤낮으로 바쁘다보니 아이를 볼 겨를도 없다."

- 현재 현대차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나?
"해고 3년째다. 지난 2010년 7월 현대차 회사 측이 '투싼' 차종을 단종하면서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정리해고 됐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수년 간 밤낮으로 일한 회사에서 한 차종이 단종되면 다른 부서로 옮기는 것이 맞지 않나. 그해 7월 22일 대법원의 정규직 판단 판결이 나자 하루아침에 정리해고됐다. 하지만 대법 판결과 변호사에 자문한 결과 내가 정규직 전환 대상자이며, 부당해고였다고 하더라. 목숨을 걸고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는 이유다."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어떻게 하청노동자로 일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가정형편상 대학을 못가고 군대에 갔다. 제대 후 학비를 벌어 대학에 가려고 현대차 하청업체에 들어갔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계속 일하게 됐다. 그러다 2010년 7월 투싼 차종이 단종되면서 졸지에 정리해고가 돼버렸다. 억울하고 분해 노조에 가입했다."

- 해고 3년째라면 가정생활은 어떻게 하나? 아직 아이도 어린데.
"나 말고도 농성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사람만 수백명에 이른다. 해고자 동지들이 다 마찬가겠지만, 사는 게 너무 어렵다. 밤에는 대리운전 기사를 하고 낮에는 노조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빚으로 살고 있다. 한달에 이자만 수십만원이 나간다. 금전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다. 아내와 아이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하지만 반드시 부당해고를 바로 잡고 대법원에서 판결한 대로 정규직이 된다는 일념에 싸우고 있고, 가족들도 이해해주고 있다."

- 일각에서는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투쟁에 '정규직이 좀 더 적극적이었다면...'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섭섭한 점은 없나?
"정규직노조도 나름대로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본다. 적극적 연대냐 덜 적극적 연대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 소극적이라는 말은 잘못된 것 같다. 불법파견을 해소하자는 건 정규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 현대차 정규직노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솔직히 목숨을 내걸고 투쟁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정규직노조에 왜 섭섭한 면이 없겠나. 지난 2010년 말 현대차 울산공장 점거 농성 때 김밥연대가 떠오른다. 그때 '아름다운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목숨을 걸고 농성을 하던 입장에서는 김밥 올리는 것 외에 좀더 적극적으로 우리와 함께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정규직 정서와 비정규직 정서가 같을 수는 없는 것이지 않나.

우리 입장만 생각하고 무조건 정규직에 섭섭함을 토로하는 것은 조금 조심스럽다. 한 마디 잘못하면 보수언론에서는 '노노갈등'이니 하면서 여론을 조성할 것이 아닌가. 아무튼 대법 판결에 따른 정규직 전환을 바라는 심정은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모두 같다고 생각한다."

"현대차, 신규채용 꼼수 중단해야"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우상수 사무차장이 철탑농성이 해제되기 한 시간 전 철탑앞에서 심정을 이야기 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우상수 사무차장이 철탑농성이 해제되기 한 시간 전 철탑앞에서 심정을 이야기 하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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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탑농성이 끝나면 비정규직노조의 거점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 계획인가.
"철탑농성을 해제한다고 우리 요구가 끝나는 건 아니다. 다시 추스르고 시작할 것이다. 거점은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 있는 교육관이 될 것이다."

- 철탑 농성을 마치는 두 조합원을 보는 심정이 궁금하다.
"천의봉·최병승 동지는 지난해 10월 17일 '불법파견 인정, 신규채용 중단, 정몽구 구속'을 요구하며 철탑에 올랐다. 철탑농성과 함께 결렬했던 노사간 불법파견특별교섭을 재개했고, 지회 조합원은 현장파업으로 정규직 전환 의지를 과시했다. 농성 300여일 동안 두 조합원이 목숨을 건 투쟁을 했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불법파견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당연하고 정당한 일'이라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본다. 혹한과 폭염 속에 몸이 만신창이가 된 두 조합원이 비록 회사의 신규채용을 막지 못했고 정규직 전환 뜻을 아직 이루지 못했지만, 지난 296일동안 소중한 동지애를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됐다. 또한 자신감도 얻었다."

- 회사 측과 우리사회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현대차 회사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신규채용이라는 꼼수로 불법파견을 감추려 하면 안된다. 즉시 특별교섭을 재개하고 정규직 전환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이 사회가 법치국가가 맞다면 고소·고발된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불법파견 사건을 조속히 수사해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태그:#현대차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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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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