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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자 <중앙일보> 사설
 19일자 <중앙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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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따지면 세입-세출의 간극을 줄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복지와 개발공약 같은 세출을 확 줄이는 것이다. 그래도 부족하면 정부 보유자산을 매각하거나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비과세·감면을 줄이는 간접적인 증세나 세율을 올리는 직접 증세는 맨 마지막에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 19일자 <중앙일보> 사설 "'증세 없는 복지'의 자기최면에서 깨어나라"

세수가 부족하답니다.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20조 원가량이 부족할지도 모른다네요.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하반기에는 세수 감소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는데 쉽게 믿기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 그래도 나랏빚이 1000조가 넘는 상황에서 추가 "국채 발행"은 하나 마나 한 소리고, 증세는 "맨 마지막에 검토"해야 한다고 하니 <중앙일보>의 속내는 "복지와 개발공약"을 "확 줄이"라는 거군요.

제목은 "'증세 없는 복지'의 자기최면에서 깨어나라"인데 복지를 하지 말라니 어처구니없지만 복지 예산에서 줄일 데가 있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죠. 최근 무상보육에 들어가는 예산이 부족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부담 비율을 놓고 다투고 있어요. 이게 해결 안 되면 올 10월부터는 보육대란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다들 걱정이에요.

65세 이상 노인에게 20만 원씩 주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 공약도 "경제상황변화"를 이유로 선별적 차등지급으로 바뀌었고요. 한국은 노인빈곤율이 45.1%로 OECD 가입국 중에서 가장 높아요. 노인 둘 가운데 한 명이 빈곤상태란 뜻인데 그 기초노령연금을 공약대로 다 줄 수 없다는 거에요.

좀 더 넓게 볼까요? OECD 국가들의 복지 예산 규모는 2012년 기준으로 GDP의 21% 정도에요. 한국은 GDP의 9.3%를 썼죠. 정부 지출 대비로는 대부분 절반 정도를 쓰는데 우린 30% 수준으로 꼴찌고, 우리 앞의 멕시코는 35% 정도랍니다. 얼마를 더 줄여야 할까요? 경제규모가 세계 15위라는 한국이 복지와 관련해선 늘 꼴찌에요. 그런데도 더 줄이라고요? 차라리 OECD에서 탈퇴하는 건 어때요?

경기침체로 세수가 부족하다면 국책사업을 돌아보는 게 우선이에요. 4대강에 퍼부은 22조 원만 해도 부족한 세수를 다 메우고 남네요. 그다음은 탈루 소득을 찾아내 과세하는 거죠. CJ 그룹 회장 한 명 조사했는데 수천억 원의 탈세가 발견됐잖아요. 조세회피처로 빠져나간 검은돈도 다 찾아와야죠.

그리고 지금 바로 논의해야 할 중요한 것이 증세예요. <중앙일보>가 "맨 마지막에 검토해야" 한다며 사실상 무시해 버렸고, 박근혜 대통령도 여러 차례 복지재원 조달을 위한 증세는 없다고 밝혔지만 경기 둔화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상황에서는 증세가 가장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에요. 한국판 '버핏세'로 불리는 부자 증세를 도입해 세수확보와 함께 각종 사회 문제의 원인인 양극화도 완화시켜야 하겠죠.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지도자는 때론 스스로의 약속을 뒤집는 용기도 필요하다.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어요. 맞아요. 박근혜 대통령 역시 복지 관련한 약속을 계속 뒤집는 걸 보니 약속 뒤집는 것에 대해 별로 부끄럽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러니 약속을 뒤집어야 해요.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약속 말고 "복지재원 조달을 위한 증세는 없다"는 약속 말이에요.

세수부족에 대한 해답을 엉뚱한 곳에서 묻고 있는 <중앙일보>의 사설은 50점짜리밖에 안 돼요.


태그:#중앙일보, #세수부족, #증세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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