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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렬 시민기자가 '빨간펜 첨삭지도' 콘셉트로 새로운 형식의 뉴스 서비스를 선보입니다. 이슈가 되는 칼럼이나 논평, 또는 기자회견이나 발언 등을 대상으로 적절한 소재를 선정한 후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 친절히 알려 드립니다. 이 연재는 스마트폰 등을 통해 기사를 읽는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모바일 우선'을 지향합니다. '이봉렬의 첨삭 뉴스'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말]
20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5·18을 두 번 죽이지 말라'
 20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5·18을 두 번 죽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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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에서 북한 특수부대 개입설과 일부 극우단체의 5·18 비하는 시민들의 아픈 가슴을 또 한 번 후벼 파 놓았다. (중략) 이는 역사 왜곡을 넘어 희생자나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살인 행위나 다름없다." - 5월 20일자 <동아일보> 정승호 사회부 차장 "5·18을 두 번 죽이지 말라" 칼럼 중 한 대목

정승호 차장님, 칼럼 통쾌합니다. 참 잘 쓰셨어요. 5·18을 앞두고 일부 방송과 인터넷 커뮤니티가 보여준 5·18 비하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차장님의 칼럼보다 더 가슴에 와 닿는 칼럼도 드물어요. 한 마디, 한 마디가 정곡을 찌르는데 다음 문장은 칼럼 안에서 특히 돋보입니다.

"5·18민주화운동이 벌어진 지 33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1980년 당시 신군부가 유포한 왜곡된 정보가 걸러지지 않은 채 유포되고 있다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그런데 말이에요. "신군부가 유포한 왜곡된 정보"를 거르지 않고 유포한 방송이 어디일까요? 차장님은 주어 없이(!) "북한 특수부대 개입설"이라는 말로 대충 넘어갔지만 사실은 <동아일보>의 계열사인 종편 채널 '채널 A'지요.

'채널 A'가 지난 15일 방송을 통해 김명국이라는 가명의 한 탈북자의 목소리를 빌려 "광주폭동 때 참가했던 사람들 가운데 조장, 부조장들은 (북으로 돌아가) 군단 사령관도 되고 그랬다", "머리 좀 긴 애들은 다 (북한) 전투원", "전라도 사람들은 광주 폭동이 그렇게 들통나면 유공자 대우를 못 받는다"고 방송했지요.

차장님의 표현대로 "희생자나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살인 행위"를 한 것은 다름 아닌 <동아일보>의 계열사 '채널 A'란 말이에요. "5·18 당시 현장을 지켰던 <동아일보>의 선배 기자들도 한목소리로 광주 민주화운동이 계엄군의 만행에 분노한 시민들의 의로운 항거였다고 증언하고 있다"면서요. '채널 A'는 <동아일보>의 선배 기자들의 증언은 무시하고, 가명의 탈북자의 증언만 가지고, 그런 "살인 행위"를 했다는 건가요?

차장님도 '채널 A'가 <동아일보> 계열사라는 게 부끄러워 "북한 특수부대 개입설"을 나무라면서도, 유포 당사자인 '채널 A'를 언급하지 못한 거지요? 비겁하네요. 그 좋은 칼럼이 한 순간에 위악 덩어리처럼 느껴져요. 다음에 칼럼 쓸 땐 조금만 더 용기내 주길 바랍니다.

광주의 입장에서 쓴 그 좋은 내용임에도 70점 밖에 못 드리겠어요. 그 비겁함 때문에 말이에요.


태그:#5·18, #광주,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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