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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수놓은 수만개 촛불 13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20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 주최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3차 범국민대회'에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참여하고 있다.
▲ 서울광장 수놓은 수만개 촛불 13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20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 주최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3차 범국민대회'에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참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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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속성 중 하나는 어둠을 환히 밝힌다는 점입니다. 특히 여러 개의 촛불이 물결을 이루었을 때 주변은 더욱 환해집니다. 그래서 촛불은 서로서로 연대해 어둠을 밝힌다는 상징성을 지닙니다. 이에 21세기에 들어 국민들은 우리 사회에 분노해야 할 일이 생길 때마다 촛불을 들었습니다.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졌을 때, 갓 출범한 참여정부가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탄핵을 당했을 때, 그리고 이명박 정권이 주권을 망각하고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막무가내식으로 결정했을 때 시민들은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 촛불은 세상의 어둠을 밝혔을 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해 침묵하는 이들을 잠에서 깨웠지요. 그런데 이러한 '촛불'이 2013년 6월 다시 켜졌습니다. 적어도 한 표를 행사하는 주권을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차없이 분노하고 투쟁해야 할,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다시 켜진 촛불... 우린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아니,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땅 위의 절차적 민주주의만큼은 이제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부정선거 같은 사태는 이제 교과서에서나 볼 법한 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러한 안이한 착각 속에 민주주의란 끊임없이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제도임을 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망각과 무관심 속에 이 땅의 민주주의는 하나씩 붕괴되고 있었습니다. 국가권력은 다시 가면을 착용했습니다. 한쪽으로는 '4대악 척결'을 외치며 자신이 마치 '정의의 사도' 인냥 포장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국민들 몰래 이른바 '4대악'보다 훨씬 중대한 반체제적 범죄 활동을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진실이 밝혀져 위기에 몰리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권, 국정원은 서로 공조하며 난데없이 NLL 문제를 꺼내들었습니다. 솔직히 참 식상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지난 대선에서 써먹던 수법 또 다시 꺼내드는구나'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국정원은 청와대의 묵인 아래 기어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 버렸습니다.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사태였습니다.

그런데 더 기막힌 노릇은 한글로 작성되어 있는 그 대화록 속에서 'NLL 포기'라는 말은 단 한 구절도 볼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단지 국제법적 근거가 없고 일방적으로 그은 선인 탓에 남북 간 충돌이 반복되기 때문에 이 수역을 서해 평화지대로 전환하자는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구상이었다는 게 나옵니다. 공동어로수역으로 만들어 중국 어선의 어자원 남획을 방지하고, 인천-해주 지역을 잇는 공동경제구역을 만들어 남북 간 평화와 공동번영을 추구하자는 것이지요.

또 이른바 '보고' 논란 역시 저들끼리 대화록을 단장취의(斷章取義)해 멋대로 해석한 결과임이 드러났지요. 그럼에도 처음 논란에 불을 지피며 '국회의원 사퇴'라는 배수진까지 친 정문헌, 서상기 의원은 아직도 사퇴하지 않고 있지요.

어쨌거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는 새누리당 정권이 권력을 위해서라면 국가의 미래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세력이라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흔히 이번 사태를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으로 부릅니다.

과연 이게 합당한 말일까요? 그래서 조중동은 대선 당시 국정원 직원들이 단순히 댓글 몇 개 단 것 가지고 뭐 난리법석이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과연 이게 문제의 핵심일까요? 단호히 말하건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국정원 개입사건? '정권 영속 공작사건' 입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새누리당의 '정권 영속 공작 사건'입니다. 원세훈 전국정원장이 대선 이틀 전 국정원 회의에서 "박빙 열세가 박빙 우세로 전환됐다, 고생했다"고 말한 사실은 이를 아주 잘 보여줍니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국정원장이 이런 엄청난 짓을 단독으로 저질렀을 리는 없지요. 뒷날 자신이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을 말입니다. 이건 분명 이명박 대통령과 이명박 정권의 비호, 묵인 아래 그리고 새누리당과의 공조 속에 이루어진 것이 틀림없습니다. 검찰과 야당이 할 일은 바로 이런 심증을 물증으로 잡아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자기 직분을 망각한 지 오래 되었고, 지금 민주당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듯한 인상입니다.

어쨌거나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실 이번 사태에 대해 실제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은 이명박 대통령과 당사자인 박근혜 당시 후보입니다. 또 남북정상회담록 공개 역시 권영세 녹취록과 정문헌, 김무성의 입을 통해 밝혀졌듯 새누리당의 '오래된 계획'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일 대학가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주말이면 많은 시민들이 촛불집회에 나서고 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그들은 앞으로도 그런 태도를 취할 겁니다. 적당히 물타기하며 시간이 흐르면 잦아 들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또 일각에서는 생각보다 촛불이 모이지 않는다며 걱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일은 그런 걱정이 아닌, 저들이 책임지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할 때까지, 단지 끝까지 투쟁하는 것뿐입니다. 역사가 반드시 정의의 편에 서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정의를 기억하려 합니다. 그게 소중합니다.

그런 점에서라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권은 이번 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새누리당의 범죄는 새누리당 정권이 엄단하는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그것만이 우리 민주주의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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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시민. 사실에 충실하되, 반역적인 글쓰기. 불여세합(不與世合)을 두려워하지 않기. 부단히 읽고 쓰고 생각하기. 내 삶 속에 있는 우리 시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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