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10만인클럽 시국특강 - '자유시민 표창원, '국정원게이트' 최전선에 서다' 특강이 열리고 있다.
▲ 표창원 교수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시국특강 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10만인클럽 시국특강 - '자유시민 표창원, '국정원게이트' 최전선에 서다' 특강이 열리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당신은 왜, 대한민국을 사랑합니까?"

그는 애국자였다. 평생 경찰 조직에 몸담았던 그는 지난해 12월 대선 직전에 사직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불거졌지만 말과 행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다. 경찰대 교수라는 직함을 가진 이상 조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의 사직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일 테다.

나라를 사랑하는 자, 자칭 타칭 '자유시민'으로 불리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 강단에 섰다. 주제는 '시국특강'이지만 '시국'과 어울리지 않게 민주주의와 헌법, 정의, 평등, 표현의 자유 등의 단어들이 나온다. 그의 나라 사랑 이유가 이 가치에 들어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검찰 수사로 밝혀진 국정원 사건으로 이 가치들이 처참히 훼손당했다. 민주주의 꽃인 선거에 국가기관이 개입하고 언론 통제로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되는 등 시국은 '민주주의 위기'다. 대학생들이 시국선언에 나서고 각지에서 수천 개의 촛불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가 시국특강에 나선 이유도 이와 같다. 애국자로서 민주주의 위기에 몸을 낮출 수 없었다. 강연은 민주주의의 근본 개념을 따지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선동과 중우정치...대한민국에는 누가 선동가일까?

민주주의 하면 많은 이들이 다수결을 제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다수결에는 부작용도 있다. 무조건적인 다수결을 흔히, 중우정치라 한다. 그는 중우정치의 대표로 히틀러를 꼽았다. 희대의 독재자 히틀러는 잘 알려져 있듯 독일 국민의 다수결에 따라 총통에 당선됐다. 그러나 그 뒤 민족을 차별하고 소수자, 동성애자, 장애인, 유대인들을 강제 수용소에 넣었다. 이것을 과연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는 선동의 대가였어요. 대중의 머릿속에 들어가 왜곡된 정보를 주입해 침체된 독일에 희망을 불어 넣었어요."

그는 민주주의와 중우정치의 차이가 선동에 있다고 설명했다. 여론에 따르지 않고 자신이 이미 결정한 답이 다수의 지지를 받게 하기 위해 하는 사전 조치가 선동이라고 정의 내렸다.

선동이 여론을 왜곡하지 않기 위해서는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에 관한 예로 미국 수정헌법을 들었다. 대한민국 헌법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가 정체성을 규정짓는다면 수정 헌법 1조는 표현의 자유를 앞세웠다.

"미국 수정헌법은 시민이 주인인 세상은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고 말할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더 들어가자면 국민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아는 것도 중요하다. 즉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가 중요해진다. 예를 들어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어떤 결과물을 냈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 기능은 곧 언론이 한다. 언론이 통제하고 감추면 국민의 알권리는 침해되고 표현의 자유는 위축된다. 이러면 전체 국가, 독재 국가가 된다는 게 미국 수정 헌법의 의미다.

대한민국은 어떨까?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다룬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왜? 다수의 국민들이 TV를 통해서 뉴스를 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MBC는 한 프로그램의 국정원 사건 꼭지를 아예 삭제하고 KBS 사장은 국정원 보도를 비판한 자사의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문제 삼고 있다.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지 못하면 국민은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시국에 대한 첫 언급이다.

 표창원 교수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시국특강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헌법의 기본 정신은 정당치 못한 통치에 민초의 항거"

이야기는 우리나라 헌법으로 이어졌다. 앞서 애국자라고 불렀던 표창원 교수는 나라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라를 잘 알아야 하고 먼저 헌법을 뜯어봐야 한다고 했다. 그리곤 헌법 전문을 꺼냈다. 헌법에 담긴 대한민국의 건국정신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3.1운동'과 '4.19혁명'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3.1운동의 정신이 뭐냐. 영웅의 정신이 아니라 민초들이 일제의 총칼에 쓰러질지도 모르는데 자발적으로 태극기를 들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던 그 정신이에요.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말은 대한민국이 군사쿠데타 정신을 이어받은 국가가 아니라는 거예요. 대한민국은 정당하지 못한 통치에 항거했다는 게 기본 정신이라는 거죠."

대한민국은 한 영웅이 아니라 민초들의 저항 정신으로 세워졌다는 명료한 해답이었다. 덧붙여 정의도 설명했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법무부 청사에 새겨진 글귀를 소개했다.

"오직 정의만이 사회를 지탱한다(Justice Alone Sustains Society)"

곧 정의가 흔들리면 곧 사회가 무너진다는 뜻이다. 미국도 공황을 겪었지만 정의가 서 있으면 언제든 나라를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 자체가 실종되면, '여긴 정의가 없어'라고 믿는 사회가 되면 사회는 무너진다고 그는 말했다.

헌법에 나타난 표현의 자유, 정의, 헌법의 정신. 그는 이 정도는 알고 가야 대한민국을 사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이어 대한민국을 사랑하기가 쉽지 않다고 탄식했다.

"정의, 평등, 자유 등 헌법의 기본원칙이 자꾸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죠. 평등도 마찬가지에요. 똑같은 잘못을 해도 힘없고 돈 없는 사람은 엄청나게 가혹한 형벌을 받고 힘 있고 '빽' 있고 돈 있는 사람은 처벌을 빠져나가죠. 심지어는 사형 판결 받았던 사람이 사면 받아서 돌아다니고 통장에 29만원밖에 없다고 하는데... 이게 헌법이 지켜지고 있는 건가요? 이런 대한민국 사랑할 수 있나요? 우리의 사랑이 흔들리고 있어요. 대한민국을 사랑하게 해 주세요."

 표창원 교수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시국특강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사회계약의 첫 단추, 선거..."지난 대선 잘못 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사회 계약론을 꺼내들었다. 우리가 서비스를 받기 위해 회사와 계약을 맺듯, 계약의 불일치가 생기면 계약의 파기할 수 있다는 것이 사회계약론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시민과의 계약을 위반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근본 물음으로 이어진다.

"그때는 시민들이 그 권력을 갈아치우거나 무너뜨릴 수 있어요. 무섭지 않아요? 엊그제 이집트에서도 일어났죠. 독재자 무바라크를 무너뜨리고 민선대통령이 세워졌지만 다수의 힘을 믿다가 결국 시민들이 화를 냈어요. 대통령이 이를 무력으로 진압하자 시민들이 더 거세게 저항했어요. 군대가 나와서 대통령을 끌어내렸죠. 사회계약이라는 게 이거죠."

국가와 시민이 사회계약을 맺는 첫 단계인 선거는 민주주의 꽃으로 불린다. 지난 대선은 민주주의와 정의, 헌법 정신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국가권력이 선거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국정원 사건은 '네 가지'라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은 왜, 종북좌빨 색깔론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가? 대한민국은 왜, 국정원의 불법선거 개입이 일어났는가? 대한민국은 왜, 수많은 시민이 총체적 불법선거라며 분노하는가? 대한민국은 왜, 국가정보원이 국가의 기밀을 외부로 유출하는가?"

그는 KBS의 개그 프로그램의 '네 가지' 코너를 패러디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설명했다. 국정원 사태를 1950년대 유행했던 미국의 매카시즘, 닉슨의 워터게이트, 대한민국의 3.15 부정선거, 위키리크스에 견줬다. 역사적으로 악명 높은 네 가지 사건을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게 국정원 사태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난 대선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당부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역사에 남을 위대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까지 6개월 동안 차버렸듯이 그런 기회를 차버린다면 결단코 현재의 권력으로 현재의 심판은 막아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의 권력으로 역사의 심판을 막아낼 수는 없어요. 절대로 결코 막을 수 없어요. 새누리당 권력이 천년만년 갑니까? 절대 아니죠.

5년 뒤든 10년 뒤든 그것을 잊지 않는 사람이 나타날 거예요. 저는 그걸 정의의 불씨라고 불러요. 이조시대 때 며느리에게 내려진 가장 큰 특명 중 하나가 아들을 낳는 거였는데 그 다음이 아궁이의 불씨를 지키는 일이었죠. 라이터와 성냥이 없던 시절에 불씨는 아주 중요했어요. 며느리가 곧 정의의 불씨를 지키는 사람 아닐까요? '이명박근혜' 대통령도 이 기회를 차버린다면 역사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거예요. 그렇게 되도록 제가 아궁이의 불씨를 지키는 며느리가 되겠습니다."

표 전 교수는 홀로 정의의 불씨를 지키지 않게 시민들이 함께 지켜나가자고 덧붙였다. 그리고 말했다.

"시간은 우리 편입니다."


태그:#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국정원 대선 개입, #10만인클럽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