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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사이버 여론 조작이 정국을 흔들고 있지만 보수-진보라는 프레임에 갇힌 누리꾼들은 어느 한쪽을 편들고 싸우기에 바쁜 것 같다. 먹고 살기 바쁜 국민들에게 헌정 파괴니 국기 문란이니 거창한 말들을 해봐야 흔한 정쟁으로 치부될 뿐이다. 그리하여 기자는 이 사건을 '세금 낭비 사건'의 차원에서 접근해볼까 한다.

요즘은 세상이 투명해져서 정부 부처 공무원들과 공공기관 직원들의 임금은 인터넷을 통해 낱낱이 공개되고 있지만, 국가정보원의 전체 예산과 직원들의 급여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입법기관인 국회조차 국정원 예산과 사업은 들여다 볼 수가 없다. 도대체 국민들이 낸 세금을 얼마나 받아서 어디에다 쓰는지 도통 알 길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몇 년 전에 국정원 직원의 급여 수준을 추측해볼 수 있는 단서가 잡혔다. 국정원 4급 직원의 전 부인인 오아무개씨가 이혼소송 중에 남편 급여를 언급한 것이다. 오씨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은 같은 직급의 다른 부처 공무원이 받는 행정안전부 급여를 받고 이와 별도로 '정보비'라는 명목으로 행안부 급여 수준의 금액을 국정원에서 현금으로 지급받는다는 것이다. 이 정보비는 소위 '공작금'에 가까운 돈인데 당연히 세금을 내지 않는다.

요약하면, 국정원 직원의 급여는 일반 공무원의 2배이고 퇴직금도 2배지만 세금은 절반만 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에 댓글을 달았던 심리정보국 공작원 70명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공작원의 직급을 7급이라고 가정해보자. 인터넷으로 폭풍검색해보니 7급 1호봉 일반 공무원 연봉은 대략 2200만 원이란다. 그러면 국정원 직원연봉은 이것의 2배인 4400만 원, 월급은 370만 원 정도 된다. 생각보다 적다고? 같은 일(댓글 달기)을 하는 사람들의 보수를 생각하면 결코 적은 게 아니다!

댓글 전문직의 시급은 4860원에 불과했다.
▲ 댓글 알바 모집광고 댓글 전문직의 시급은 4860원에 불과했다.
ⓒ 김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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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구직 사이트에서 확인해 본 결과 모 업체의 인터넷 댓글 알바 시급은 4860원. 주 40시간 정규직이라고 가정하면 '댓글 전문직'의 보수는 월 1백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국정원 댓글 공작원은 민간기업 댓글 전문직들보다 무려 3.7배나 많은 급여를 받았다. 여기에 복리후생 같은 혜택까지 더하면 비슷한 일을 하면서 엄청난 보수를 챙긴 것이다.

국정원 요원들이 다는 댓글은 정치적인 사안이고 인터넷 댓글 알바들의 댓글은 상품구매를 유도하는 상업성 댓글이니 질적으로 틀리다고 주장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국정원 요원들이 다는 댓글의 내용이나 성격은 일반 누리꾼들이 심심풀이로 올리는 댓글과 질적인 차이가 전혀 없다. 검찰이 밝혀낸 댓글 내용의 일부를 보자.

도대체 왜 이런 댓글에 세금을 낭비하나
▲ 댓글 작업 보수 비교 도대체 왜 이런 댓글에 세금을 낭비하나
ⓒ 김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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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지운지 盧펀지밥 ㅜㅜ (2012-12-02 21:13, 국정원 작성)
운지들의 친구 뽀盧盧 야 기분좋다(2012-12-02 21:19, 국정원 작성)

다음은 우익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의 회원이 올린 댓글 내용이다.

가카 칭화대 연설 야 기분조타! (2013-06-29 11:50, 일베 회원 작성)

국정원이 단 댓글과 일베 회원의 댓글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 더군다나 일베 댓글은 전부 무보수다. 가만히 놔둬도 '일베충'들이 떼거리로 올리는 댓글을 왜 한 달에 몇 백만 원씩 줘가면서 올린단 말인가!

국정원은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그동안 댓글 작업하면서 받은 월급 전액을 국고로 환수하라! 내가 낸 세금 돌려 달라!

그게 싫으면 '일베충' 수십만 명과 나눠 가져라. 동일노동 동일임금도 모르나?


태그:#국정원, #댓글, #국가정보원, #알바,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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