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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차트 장폴 로드리그 교수는 버블이 형성되는 단계를 그래프로 표현했다.
▲ 버블 차트 장폴 로드리그 교수는 버블이 형성되는 단계를 그래프로 표현했다.
ⓒ 위키피디아(장폴 로드리그, 배포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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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블록체인의 성공은 암호화폐 투기의 종말' 기사를 송고하고 나서 수많은 암호화폐(가상화폐...편집자 주) 투자자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플랫폼은 통합되지 않는다, 암호화폐는 화폐와는 다르다, 닷컴 버블이나 인터넷 기업들과도 다르다, 많은 암호화폐 전문가(?)들로부터 깊이 있는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거래되는 코인의 대다수가 도태될 것이며, 블록체인이 보급될수록 코인의 가치가 내재가치에 근접할 것이라는 필자의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또한 이러한 믿음은 필자의 머릿속에서 나온 소위 '뇌피셜'이 아니라 투자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전망이기도 하다. 필자는 암호화폐에 대한 테크니컬 리포트를 쓴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상식과 경제논리에 입각해서 실체도 모르는 대상에 불나방처럼 덤벼드는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경고의 글을 올린 것뿐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지난번에는 플랫폼 또는 코인의 통폐합 가능성과 코인의 실제 사용에 따른 거품 붕괴 가능성에 대해 논했다. 이번에는 컴퓨터 기술발전과 코인의 도태라는 측면에서 암호화폐 시장이 거품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통상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면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이 우위를 차지하여 진입장벽을 구축하고 롱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암호화폐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암호화폐는 아직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데다 너무도 빠르게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어 먼저 나온 코인이 후발주자보다 불리한 위치에 처해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는 기업의 지분을 사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자신이 구매한 코인이 구닥다리가 되어 시장에서 퇴출되면 투자금을 회수할 방도가 없다. 개발자들이 뭔가 대책을 마련해주거나 코인에 대해 보상을 해주리라 기대하는 건 순진하다. 만일 코인의 기술적 결함이 이슈가 되면 법적인 책임 같은 것이 성립하기도 전에 시장에서 투매가 일어나 코인 가격이 제로가 될 것이다.

실제로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은 수많은 기술적 결함으로 화폐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후발주자인 이더리움도 트랜잭션 증가에 따른 과부하로 고심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많은 사용자의 컴퓨팅 자원을 동원해 보안성을 획득하는데, 이러한 분산 원장 기술이 트랜잭션 속도를 떨어뜨리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라 엔지니어들이 어떻게든 해결해 나갈 것이다.

기존 코인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양자컴퓨터의 개발이다. 암호화폐는, 아니 현대 문명은 소수(素數) 암호체계의 기반 위에 존재하고 있다. 소수란 1과 그 자신으로밖에 나누어지지 않는 숫자를 말한다. 아주 큰 숫자는 소인수분해가 어렵다. 가장 많이 쓰이는 공개키 암호는 바로 이러한 소인수분해의 어려움을 통해 보안을 유지한다. 그런데 연산능력이 뛰어난 양자컴퓨터는 아주 간단하게 소인수분해를 할 수 있다. 암호화폐가 쓰고 있는 소수 암호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암호화폐 중에 양자컴퓨터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이며, 그조차도 개발자들의 주장일 뿐, 실제 양자컴퓨터가 등장했을 때 해킹을 방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필자가 지금 통용되고 있는 암호화폐들의 수명을 최대 5년 남짓으로 보고 있는 이유도 양자컴퓨터가 5년 내에 실용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확장성의 문제든 보안성의 문제든 기술적으로 뒤처지는 코인은 보다 우월한 후발주자에게 추월당할 수밖에 없다.

지금 통용되고 있는 코인의 미래가 없다는 것은 라이트코인 설립자인 찰리 리의 행태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일 찰리 리는 자신이 보유한 라이트코인을 전량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라이트코인은 시가총액이 19조 원에 달하는 거대 코인이었다. 몇 가지 변명과 두둔하는 기사가 나오긴 했지만 개발자가 못 미더워 팔아치운 코인이 아직도 시가총액 13조 원에 달한다는 것은 코미디 같은 현실이다.

예상컨대 양자컴퓨터가 등장할 즈음이면 암호화폐의 판도는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어쩌면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자체가 위협받을 지도 모른다. 보안성을 상실한 블록체인은 존재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에 대항할 수 있는 '양자저항'을 가진 암호체계가 개발된다고 해도, 기존의 코인 보유자들이 그 혜택을 입을 지는 미지수다. 그보다는 먼저 암호화폐 시장이 완전히 붕괴되고 양자저항기술이 적용된 뉴페이스들이 시장을 주도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결론적으로, 지금 코인에 투자하는 이들은 코인을 장기 보유할 경우 투자금을 모두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장밋빛 미래만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왜 암호화폐 투자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기술 거품(Tech Bubble)이라는 자본주의의 오랜 습관이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기술 거품이 닷컴 버블 이후의 현상이라고 하지만 기술 거품은 자본주의가 등장한 이래 지겹도록 반복되어 온 낯익은 광경이다.

1840년대 영국에서는 철도라는 신기술이 온 국민을 광분상태로 만들었다. 철도회사에 투자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고, 철도가 세상을 바꾸어놓을 것이라 믿었다. 철도산업에 돈이 몰리고 영국 전역에 철도가 깔렸지만 종국에는 거품이 터져 수많은 사람이 파산하고 국가경제가 어려움을 겪었다.

1920년대 미국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미국은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산업의 전성기였다. 전보가 등장하고 전력망이 구축되었으며 자동차가 보급됐다. 주가는 매일 치솟기만 했고 주식을 사면 누구나 부자가 되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다들 알 것이다. 거품이 터지면서 끔찍한 대공황이 시작됐다.

1990년대의 닷컴 버블은 인터넷과 3차산업혁명을 가져왔지만 거품이 터지면서 수많은 벤처기업이 파산하고 주식시장을 암흑기에 접어들게 했다. 닷컴 버블 붕괴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이 주가를 회복하는 데는 무려 17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그러면 이러한 기술 거품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대중의 무지함 때문일까?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는 정부와 연구기관의 능력부족 탓인가?

아니다. 기술 거품은 자본주의가 성장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단계이기에 반드시 일어나게 되어 있고, 이를 부추기고 방조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인프라를 구축하고 상용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만일 이를 위해 세금을 걷는다면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자산의 거품을 이용한다. 내재가치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하여 이를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지금 암호화폐를 구매하는 이들은 블록체인의 과실을 따먹기도 전에 빚더미에 앉게 될 확률이 높다. 블록체인이 가치를 창출하기 시작하는 것은 거품이 터지고 난 뒤에 벌어질 일이다. 그리고 전혀 엉뚱한 사람들이 과실을 따먹는 걸 보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는 투기꾼들과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먹고 자라는 거대한 나무다. 탐스런 과실이 열리지만 이를 독차지하는 건 사다리를 가진 소수의 엘리트다. 그들은 과실이 열리면 이를 나누어가질 수 있다고 투기꾼들을 유혹하지만, 투기꾼들은 사실 나무 밑에 묻혀 거름이 될 운명이다.

JP모건체이스의 다이먼 회장은 암호화폐를 사기(Fraud)라고 했다가 최근에 이를 번복했다. 다이먼은 블록체인이 현실이며 자신의 발언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필자가 보기엔 다이먼도 이제 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다수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들은 나중에 블록체인 나무에서 열리는 과실을 따먹겠지만, 거름이 될 투기꾼들에게는 절대로 진실을 이야기해주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그냥 자금조달 창구, 속되게 말하면 호구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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