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4시간의 산행에서 채취한 자연산 더덕
▲ 산더덕 4시간의 산행에서 채취한 자연산 더덕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행복이 무엇이냐고 묻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돈 많고 좋은 집에 좋은 차 타고 돈 펑펑 쓰면 행복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런 것이 행복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가장 좋은 행복이란 자연과 더불러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바보같은 생각이라고 질책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정말 행복이란 가진 것이 없어도, 비싼 차에 비싼 음식 먹지 않아도, 주변에 널려있는 자연에서 채취한 것으로 만든 음식을 먹고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 아닐까요? 저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이 생각은 변함이 없을 듯합니다. 그렇게 살면서 늘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으니까요.

아우부부가 막내를 위해 전성껏 마련한 상차림. 이 모든 것이 자연산으로 집 주변에서 채취한 것들로 만들어진 것이다
▲ 샐러드 아우부부가 막내를 위해 전성껏 마련한 상차림. 이 모든 것이 자연산으로 집 주변에서 채취한 것들로 만들어진 것이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막내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지?

저희들에게는 모임이 하나 있습니다. 모임이라고 해보아야 거창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좋은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술 마시고 이야기하고, 그것이 다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이 모임이 모이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그렇게 몇 년을 살고 있습니다. 이 모임에 막내가 얼마 전에 큰 수술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많은 노력으로 거의 회복 단계에 있다고 합니다. 막내가 서울에 출장을 왔다가 형들을 보겠다고 여주로 온다고 합니다. 여주에는 촌 생활에 재미를 붙이고 사는 아우부부가 있습니다. 22일(토) 여주로 달려갔죠. 여주에 사는 아우와 의논을 했습니다. 막내가 온다는데, 무엇을 해 먹일까 하고요. 그러다가 의견일치를 본 것이 막내의 건강을 위해 더덕백숙을 해 먹이기로 했습니다.

더덕은 뿌리 전체에 혹이 많아 마치 두꺼비잔등처럼 더덕더덕하다고 해서 '더덕'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장에서 파는 더덕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산행에서 채취한 더덕으로 백숙을 해주겠다는 것이죠. 요즈음 산에 들어가면 정말 힘듭니다. 우선 습한 곳에서 자라는 더덕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계곡을 뒤져야합니다. 거기다가 산모기의 횡포는 도를 지나칩니다. 그렇게 채취한 더덕으로 백숙을 해 먹이자고 합의를 본 것이죠.

막내를 위헤 산행에서 채취한 더덕을 이용해 조리한 백숙
▲ 더덕백숙 막내를 위헤 산행에서 채취한 더덕을 이용해 조리한 백숙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더덕백숙을 삶은 물에 찹쌀과 야채를 넣고 끓인 죽
▲ 더덕찹쌀죽 더덕백숙을 삶은 물에 찹쌀과 야채를 넣고 끓인 죽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네 시간의 산행에서 얻은 자연산 더덕

산 속의 계곡을 4시간이나 오르락내리락하며 10여 뿌리의 더덕을 캤습니다. 얼핏 보아도 큰 것은 10년 이상 그 자리에 뿌리고 내리고 자란 것들입니다. 그런 것을 캐면서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그래도 자연산 더덕을 캐서 아우에게 먹이겠다는 생각으로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미리 사다놓은 닭 한 마리에 더덕을 잎과 줄기까지 넣고, 대추와 마늘만 넣었습니다. 여주에 사는 아우부부는 주변에서 채취한 먹거리를 이용한 샐러드를 한 접시 내왔습니다. 이 부부는 음식 일체가 모두 자연산입니다. 양파, 양배추, 블루베리, 더덕잎 등 10여 가지가 넘는 채소로 만든 샐러드입니다. 화학비료 한 번 주지 않은 순수한 무공해 채소로 만든 샐러드죠. 세상에 누가 샐러드를 만들면서 더덕잎에 블루베리까지 넣을 수가 있을까요?

여주에 사는 아우부부가 정성들여 만든 쉼터. 100년이 넘은 산수유나무 아래 조성을 했다
▲ 산수유그늘 여주에 사는 아우부부가 정성들여 만든 쉼터. 100년이 넘은 산수유나무 아래 조성을 했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자연에서 사는 것이 최고의 힐링

아우네 집에는 수령이 1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산수유나무가 있습니다. 그곳에 축대를 쌓고 평탄작업을 해서 5~6명이 둘러앉아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였습니다. 절개지에는 평상도 마련했습니다. 저녁이 되면 주변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주변 논에서 울어대는 개구리소리. 벌써부터 여름을 알리는 쓰르라미 소리, 솔솔 불어오는 바람과 쑥을 잘라 놓은 모깃불. 이것만 해도 절로 힐링이 됩니다.

이런 곳에서 아우들과 함께 더덕백숙을 먹었습니다. 더덕을 잎채 넣고 백숙을 끓이면, 닭고기가 그리 연할 수가 없습니다. 한 번 이 맛을 들이면 절대 딴 백숙은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 정도로 육질이 연하고 맛이 있습니다. 사실 걱정도 했습니다. 아직은 음식을 가려 먹어야하는 아우가 잘 먹을 수 있을까 해서입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은 괜한 것이었습니다. 거의 아우 혼자 반 마리는 먹어치운 듯합니다. 그것만으로도 4시간의 산행에서 흘린 땀 값은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자연에서 얻은 음식으로 차린 자연의 상차림. 그리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어찌 보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이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더덕백숙, #아우, #자연산, #산행, #힐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