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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전국고용평등상담실네트워크(여성노동자 노동권익을 위한 상담, 대응활동을 하는 전국의 15개 민간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고용평등상담실 연대단위)에서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임신, 출산, 육아 관련 상담한 사례를 기사화 한 것입니다. - 기자 말

간호사는 인력이 부족하니 임신하면 안되요. 영화 <성원>한 장면.
 간호사는 인력이 부족하니 임신하면 안되요. 영화 <성원>한 장면.
ⓒ 영화 <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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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종사자 규모가 13명인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담자는 지난 3월 6일이 출산예정으로 2월부터 출산전·후 휴가를 사용하겠노라고 1월에 요청하였습니다. 휴가 건으로 병원이사와 면담을 하였고, 2월부터 출산전·후 휴가를 사용하고 이어서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복직하겠노라는 의사를 전하였습니다. 그러나 병원측에서는 인력과 세금 문제가 있으니 산전·후 휴가까지만 사용하고 이후에는 퇴직하라고 권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담자는 다른 업무를 담당하는 임신 6개월 된 직원에게는 퇴직을 권고하였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1월, 마창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출산전·후 휴가는 허용, 육아휴직 사용금지)

사례 2#

종합병원에 다니는 간호사로 근무한 지 1년이 지나 출산휴가를 받아 휴가 중인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육아휴직을 신청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육아휴직을 신청한 사람이 한 번도 없었다는 응답과 함께 중소 종합병원에는 간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육아휴직은 안된다고 퇴사를 권유하는데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를 상담하였습니다.(10월, 부천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출산휴가중인데, 육아휴직을 신청하려고 하자 퇴사압력)

육아휴직제도는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시 도입되었으나, 육아휴직제도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육아휴직 시 임금보전 등 지원제도가 마련되어 고용보험기금에서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한 2001년 11월부터라고 할 수 있다. 

여성근로자의 고용안정에 기여하기 위하여 모성보호에 대한 비용의 사회분담화로 사업주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고용보험기금에서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면서 비로소 육아휴직제도의 실효성이 담보되었다. 이후 육아휴직 사용인원은 연평균 30%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사회분위기에 부응하여 육아휴직 사용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 업종보다도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높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근무하고 있고, 여성종사자의 비중이 절대적인 병원에서는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육아휴직 사용이 자유로울까?

2012년부터 2013년 3월까지 전국 10개 지역 고용평등상담실의 상담사례를 살펴보면 지역에 따라 그리고 대형종합병원, 중소형 종합병원 그리고 개인병원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종사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는 매우 어려운 환경임을 확인할 수 있다.

간호사는 인력이 부족하니, 임신하면 안돼요

대형 종합병원에서는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수련의가 육아휴직은 커녕 출산휴가도 어려워 시간 맞춰 출산계획을 세워야 하고,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부득이 한 출산으로 인하여 전공과목을 바꾸거나 한해를 늦춰야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한 대학 종합병원의 산부인과에서는 출산전·후 휴가를 허용할 수 없다며 임신한 전문의에게 출산 이후로 미루어서 발령을 내기도 하였다. 물론, 그 의사는 퇴직한 상태에서 근무하던 병원에서 출산하고 3개월 후 다시 그 병원에서 발령을 받고 근무하고 있다.

중소형 종합병원에서는 임신중임을 알리자 퇴직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으며, 출산전·후 휴가는 허용하나 육아휴직은 금지하는 상담 사례가 많다.  병원이 서비스업이라거나, 원장님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임신 중에 퇴직을 권유하고 있으며, 육아휴직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인력난을 이유로 또는 육아휴직은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육아휴직을 거부하고 있으며, 육아휴직을 요구하면 노골적인 퇴사 압력을 받고 있다고 한다. 법적으로 보장된 제도임을 주장할 경우에는 노골적인 부당한 대우로 인하여 아이를 위해 차라리 그만 두라는 동료들의 권고가 있을 정도로 업무외적 스트레스를 가하고 있다는 사례도 있다. 

지방의 경우에는 지역 내에서 육아휴직의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는 원장님들의 담합이 있나를 의심할 정도로 육아휴직에 대한 거부감이 커서, 후일 재취업에 문제가 될까 염려스러워 문제 제기를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었다. 

임신하면 배가 나오는데, 일할 수 있겠어?

이렇듯 15명 이상의 종사자로 구성된 병원에서 출산과 육아휴직이 어려울진대, 우리가 가까이 접하는 간호사 2∼3명과 원장으로 구성된 소규모 개인병원에서는 어떠할까? 당연히 육아휴직은 커녕 출산전·후 휴가도 어려운 상황임을 호소하는 상담이 많았다. 

임신임을 알리자마자, 바로 그 달까지만 근무하라는 해고통지에 대부분 상담자들은 출산전·후 휴가까지만이라도 사용하고 싶다고 호소하였으나 외면당하고 있었다. 상황이 그러하니 상담자들은 육아휴직은 꿈도 꿀 수 없으니 퇴직후 실업급여라도 받고 싶다는 것이다.

고용보험료를 내고 있다는 것은 모성보호와 퇴직과 관련한 보험료를 내고 있는 것인데...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나 막상 필요한 때는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인가? 이렇듯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병원에서 특히 모성보호와 관련하여 매우 심각한 상황에 대한 상담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은 당연히 모성보호제도에 대한 병원장의 인식과 직결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로 지난해 실태조사에 의하면 종사자 10인 미만 규모의 병원을 운영하는 사업자의 25.8%만이 육아휴직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병원 사업주의 72.6%는 육아휴직제도는 현실을 무시한 시행하기 어려운 제도라고 응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직종에 비해 병원 근무 종사자는 '병원에 육아휴직제도가 없어 요구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응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모성보호에 가장 앞장서야 할 의료업에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출산전·후 휴가조차 허용하지 않는 이러한 현상들은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주의 인식변화가 기업문화를 변화시키듯이 무엇보다도 병원장의 인식변화가 급선무라 할 수 있다.

육아휴직 제도는 수치상 활성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일부 공직자들이 육아휴직을 악용한 사례가 국회에서 거론되고 있으며, 일반근로자의 육아휴직기간을 공무원과 동일하게 변경하고자하는 법률안도 발의되어 있다. 육아휴직 제도가 사회적으로 정착되어 있는 것 같은 현상들이지만, 여전히 육아휴직제도는 고용보험 가입자 누구나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제도는 아니다. 

모든 사업자가 육아휴직 제도를 제대로 알고 있지 않으며, 근로자 또한 고용보험 가입자라고 누구나 필요할 때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을 감안하여 신생아수와 출산전·후 휴가 사용자수 그리고 육아휴직자수를 비교하여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자료 : 신생아수는 통계청(사회통계국 인구동향과), 나머지는 고용노동부(고용보험 DB자료)
 자료 : 신생아수는 통계청(사회통계국 인구동향과), 나머지는 고용노동부(고용보험 DB자료)
ⓒ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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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제도로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이 일부계층에 국한하여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되고 있다면, 그 제도는 사회계층의 양극화를 유도하는 역할을 하게 되지 않겠는가.


태그:#병원에 근무하려면 임신은 안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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