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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전국고용평등상담실네트워크(여성노동자 노동권익을 위한 상담, 대응활동을 하는 전국의 15개 민간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고용평등상담실 연대단위)에서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임신, 출산, 육아 관련 상담한 사례를 기사화 한 것입니다. 이번 글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병원, 임신, 출산, 육아 관련 상담 내용을 기사화할 예정입니다. - 기자주

서울시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내 서울상상나라 단체식당에서 아이들이 보육교사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서울시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내 서울상상나라 단체식당에서 아이들이 보육교사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 이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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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린이집의 아동학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보육교사의 자질 및 전문성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다. 동시에 뵤육교사들의 전문성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1일 평균 10시간 이상의 근로시간, 야간근로, 토요일 근무 등 과도한 노동 강도에 비해 120~130만 원이라는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당연히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이 따라줘야 일하는 사람도 보람을 가지고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공립 및 민간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보육교사들의 모성권은 얼마나 보장되고 있을까? 법으로 정비되어 있는 출산전후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하는데, 실제 보육교사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2012년부터 2013년 3월까지 전국 10개 지역 고용평등상담실 상담사례를 살펴보았다. 우선 주목할 점은 차이가 있겠지만, 국공립과 민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근속기간과 상관없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육아휴직 사용 못하는 보육교사

민간 어린이집은 말할 것도 없고 국공립 어린이집에서도 '출산전후휴가는 사용가능하나, 육아휴직은 줄 수 없다'고 하거나, '출산전후휴가를 90일이 아닌, 60일 또는 30일만 사용하라'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요구를 하는 원장들은 여성 근로자가 많은 업종이니만큼 모든 근로자에게 똑같이 육아휴직 1년을 사용하게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기간이 출산전후휴가에 포함될 경우 기간을 줄여서라도 근로자를 복직시켜 학기 중에 담임이 바뀌는 걸 피하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담임 보육교사가 바뀌면 학부모들의 불평이 많다는 것이 그 주된 이유이다. 따라서 근로자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점을 염두에 두고 계획해서 출산을 해야만 법으로 보장된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한 근로자는 이 같은 상황에 '시기가 맞는다고 누구는 90일을 쉬고, 다른 누구는 60일을 쉬거나 관둬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육아휴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관할 행정기관의 어린이집 점검을 이유로 3개월 일찍 복직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복직하여도 1개월 후에 권고사직을 하겠다고 한 사례도 있었다. 더 심한 사업주들은 육아휴직과 계속근로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으로 근로자를 압박하기도 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려면 해도 된다. 그러나 사용 후에는 퇴직해야 한다', 즉 계속 그냥 일하든지, 육아휴직 후 퇴사하라는 것이다.

게다가 선심 쓰듯이 '육아휴직을 쓰려거든 사직서를 쓰고 나가라. 1년 뒤에 다시 오면 받아주겠다'라고 하면서 사직서 쓰기를 종용하기도 했다. 또한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인해 쉬는 시간도 없이 1일 11시간 이상으로 일을 하니, 임신한 근로자에게는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몸이 아파서 병가를 내거나 뱃속의 아이가 걱정되어 무급휴가를 신청하면 사업주는 그 기간이 2주일이든, 1달이든 상관없이 수용하기 보다는 바로 그만두라는 식의 말을 하였다.

"내 아이 어린이집 맡기고 남의 아이 못 돌봐"

여기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중요한 사항이 있다.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은 그 요건만 충족된다면 법적으로 보장된 근로자의 권리이다. 사업주가 주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권리가 아니라 '사용하게 해 달라'고 사업주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러니 법적인 권리인지도 모르거나 제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내담자들도 아직 많다. 한 내담자는 사업주를 배려하여 좋은 마음으로 스스로 6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사용했는데 나중에 보니 출산 후 휴가기간이 45일이 안 되어 본의 아니게 법을 어기게 된 경우도 있었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보육교사 직종은 주로 여성이 진출하는 직종이고 아이 돌보는 일을 하는 직종임에도 모성권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모성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앞서 말한 근로시간 및 임금 등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과 함께 모성권도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보육교사의 모성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모든 부모들이 바라는 보육교사의 전문성도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임신출산과 함께 경력이 단절되는 이런 근로관계가 계속된다면 보육교사는 언제나 신참일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보육교사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겠는가?

사업주에게 육아휴직은 줄 수 없다는 말을 들은 한 내담자는 이렇게 말했다.

"가족 중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 3개월 밖에 안 된 내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나와서, 다른 아이를 잘 돌볼 자신이 없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다시 보육교사로 일해야 하는데, 경력 단절이 되는 것도 걱정이 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하는 서울여성노동자회 소속입니다.



태그:#워킹맘, #출산휴가, #육아휴직, #보육교사, #고용평등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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