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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4월 29일 오전 10시부터 30일 오전 12시 20분경까지 14시간여 동안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 검찰조사 받고 나오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4월 29일 오전 10시부터 30일 오전 12시 20분경까지 14시간여 동안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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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착수 뒤 딱 한 달 지났다. 이제 한 달 남았다.

지난 9일 한 조간 신문에서 '검찰, 원세훈 기소 방침'이라는 기사가 나가자, 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 관계자는 즉각 반박했다. 이 기사의 핵심은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민병주 전 심리정보국장을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제9조) 위반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지만, 선거에 개입한 단서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이었다.

"오늘 어떤 조간에서 결론을 다 내놨던데 전혀 아니다. 예를 들어 전원 다 처벌할 수도 있고, 다 안할 수도 있다. 원장만 처벌할 수도 있다. 벌써 결론이 나겠는가. 그렇게 하라는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

이 사건의 특징은 수 개월에 걸쳐 이미 여러 사람, 여러 기관의 손을 탄 사건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11일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오피스텔 사건이 터지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까지는 민주당이 뒤를 쫓았다. 이후 경찰이 4개월간 이 사건을 만졌지만, 의혹이 해소되기는 커녕 오히려 경찰 수뇌부에 의한 수사 축소 의혹을 붙여버렸다.

그 사이 언론의 추적에 의해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트위터 공작 의혹' 등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늘의 유머' 사이트 운영자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국정원 직원 김씨 등의 활동을 면밀하게 분석해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달 18일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부장검사)을 꾸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그동안 원 전 원장 등 수뇌부 소환 조사, 국정원 압수수색, 약 15개에 이르는 사이트에서 수백 개의 국정원 의심 아이디(ID)를 특정하고 게시물 확보, 여러 명의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 조사 등을 거쳤다.

공식적으로 검찰은 국정원의 정치·대선 개입(민변 등 고발인 다수)뿐 아니라 ▲ 경찰 수뇌부의 수사 축소(민주당 고발) ▲ 국정원 내부 기밀 유출(국정원 고발) ▲ 민주당의 국정원 여직원 감금(새누리당 고발), 이렇게 네 가지를 동시에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국정원의 정치·대선 개입 의혹이 핵심이자 본류이다. 나머지 사건은 본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 지류와 같다.

핵심 쟁점 세 가지

본류의 의혹과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로 국정원 개입의 규모, 둘째로 원세훈 전 원장 및 그 윗선까지의 관여, 세 번째로 국정원법 위반(정치 개입)이냐 선거법 위반(대선 개입)이냐.

첫 번째 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 결과는 국정원 직원 김씨와 이아무개씨, 일반인 이아무개씨 세 명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김씨가 소속된 심리정보국 2단 72명이 모두 이 공작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국정원 직원들이 각각 여러 일반인 보조요원 PA(Primary Agent)에게 월 100만 원씩 지급하면서 관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검찰도 수사 대상 사이트와 국정원 직원을 확대해 진행하고 있어 전체 규모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두 번째 의혹에 대해서는,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폭로로 인해 어떤 식으로든 원 전 원장이 책임을 피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수사 상황에 따라 그 윗선까지 번질 수도 있다. 검찰은 이미 수사 초기 원 전 원장을 한 차례 소환 조사했으며, 국정원 압수수색을 통해 이미 알려진 25건 외에도 추가 증거를 확보했다.

법리적으나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부분은 세 번째다. 경찰의 결론은 정치 개입은 맞지만 선거 개입은 아니라는 것. 이 발표는 격렬한 논쟁을 불러왔다. 민변은 "정치 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은 일종의 특수한 법이고 선거 개입을 금지한 선거법은 보다 넓은 법"이라며 "정치 개입은 맞지만 선거 개입은 아니라는 것은 마치 바늘로 큰 풍선은 터뜨리지 않은 채 그 안에 있는 작은 풍선을 찔러 터뜨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격"이라고 말했다.

논쟁이 뜨거운 것은 그만큼 민감한 쟁점이라는 뜻이다. 정치 개입을 넘어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려고 했다면 그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현 정권의 정통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검찰은 공식적으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신중하겠다는 분위기다.

검찰의 최대 고민 '대국민 설득'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수사에서 왜곡, 축소, 은폐한 혐의로 민주당이 고발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취재기자들의 "수사결과 발표에 직권남용한 것 아니냐", "새누리당 입당을 고려하고 있나" 등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자리를 나서고 있다.
▲ '묵묵부답'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수사에서 왜곡, 축소, 은폐한 혐의로 민주당이 고발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취재기자들의 "수사결과 발표에 직권남용한 것 아니냐", "새누리당 입당을 고려하고 있나" 등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자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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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검찰의 최대 고민은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이다. 지난 7일 검찰 수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은 검찰이 수사 대상을 사이트 15개 정도와 심리정보국 직원 여러 명으로 확대한다고 밝힌 날이었다.

"(경찰 수사 발표에 대해) 정치 개입이 왜 선거 개입이 아니냐, 그 두 개가 별도냐, 논란이 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설명자료로 (국정원 직원이 쓴) 글을 가장 센 것 위주로 알려야 할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런 자료까지 준비하고 있다."

- 국정원법 위반인지 선거법 위반인지, 결론이 났는가.
"아직 아니다. 전말을 파악하고 해야 한다. 예전 곽노현 교육감 수사 때도 수사결과나 보도자료 작성을 별도로 가동하며 같이 갔다. 그래야 자료가 잘 나온다. 수사 결과물에 따른 답에 국민들이 설득이 돼야 한다."

- 선거법을 적용할 수 있는 글이 국정원이 작성한 글에 얼마나 되는지 비율도 보는가.
"비율도 중요하지만 '내용이 어떤 것이냐'가 중요하다."

그는 "1~2주 뒤엔 아이디와 글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난 지금, 검찰은 확보한 국정원 게시글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정치 개입인지, 선거 개입인지, 아무것도 아닌지. 그리고 가장 '강력한 내용'을 발표 자료로 추리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3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소환 임박

검찰은 남은 기간은 한 달이지만 앞으로 3주 안에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야 막판 돌발상황이 발생하더라도 6월 19일 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사건이 하나 터졌다.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제압해야 한다'는 국정원 추정 문건이 나온 것이다. 검찰은 수사 확대에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 사태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음 주 중에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소환 등으로 경찰 수뇌부 외압 의혹 수사는 꼭지점을 향해 갈 것으로 보인다. 이후 최정점은 원 전 원장 재소환이다. 수사 관계자는 15일 이미 수사 초기에 한 차례씩 소환 조사했던 국정원 윗선 3명(원 전 원장,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정보국장)에 대한 재소환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완벽히 물어볼 것을 만들어놓으려면 여러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세 번까진 안 가겠지만, 또 부르긴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한 달 남았다. 검찰은 이 수사로 명예를 회복할 것인가.


태그:#국정원, #검찰, #원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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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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