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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후쿠오카 하카타역(博多駅)의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후쿠오카도심 1일 프리승차권(福岡都心1日フリ車券)을 샀다. 안내원이 후쿠오카타워(福岡タワー)행 버스 타는 곳과 함께 후쿠오카 버스 노선 지도까지 챙겨준다. 아침 출근시간이 조금 지난 하카타 역 앞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고 있다. 나와 아내는 역 바로 옆의 후쿠오카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버스터미널 통로 바닥에 버스를 찾아가는 줄이 그려져 있다.
▲ 시내버스 표시줄 버스터미널 통로 바닥에 버스를 찾아가는 줄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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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터미널 1층으로 들어서니 통로 바닥에 시내버스와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을 위한 친절한 화살표가 버스 타는 곳까지 연결돼 있다. 아내가 버스 타는 곳을 다시 한 번 확인하자고 해서 터미널의 직원 아저씨에게 후쿠오카 타워(福岡 タワー)행 버스 타는 곳을 물었다. 터미널 직원 아저씨는 직접 버스 타는 곳까지 우리를 안내해주고 웃으며 떠났다. 우리는 하카타 버스 터미널 6번 출구에서 306번 버스에 올랐다. 버스 종점이기 때문에 우리는 한적한 버스 좌석에 앉아 편하게 바깥 구경을 했다.

항구는 비슷하게 생겼는데, 분위기는 영...

규슈와 후쿠오카 관광에 나선 유람선이다.
▲ 유람선 규슈와 후쿠오카 관광에 나선 유람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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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시내를 벗어나자 후쿠오카 항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항구 부두에는 대형 유람선이 정박해 있다. 수산물을 내리는 항구에는 일본 수산성의 배가 정박해서 닻을 내리고 있다. 항구 뒤편으로는 대형 선박들을 수리하는 큰 도크가 자리하고 있고 타워 크레인들이 배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듯 다른 항구의 모습인데 우리나라 항구에 비해 왠지 활력이 떨어져 보인다.

우리는 후쿠오카 타워 미나미구치(福岡 タワー 南口)에서 하차했다. 시계를 보니 하카타 역 버스터미널에서 이곳까지 버스로 25분이 걸렸다. 후쿠오카의 대표적인 신도심인 이곳의 거리는 휴지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새로 지은 박물관과 집, 사무실은 현대적인 공간의 디자인을 서로 뽐내고 있다. 아내는 후쿠오카의 부촌인 이곳을 잡지에서 본 적이 있다며 건축물들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있다.

일본의 해변에 세워진 타워 중에서 가장 높은 타워이다.
▲ 후쿠오카 타워 일본의 해변에 세워진 타워 중에서 가장 높은 타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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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치카이강(ももち海岸), 즉 모모치 해변 바로 앞에는 후쿠오카가 자랑하는 상징, 후쿠오카 타워(福岡 タワー)가 우뚝 서 있다. 타워의 디자인은 정말 높게, 길게만 세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순하다. 1989년에 방송탑과 전망대용으로 건립한 이 타워는 높이 234m로 일본의 해변에 세워진 타워 가운데 가장 높은 타워다.

일본 최고 높이가 아니기에 후쿠오카 사람들은 후쿠오카 타워가 일본 해변에 세워진 타워로는 최고 높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아무튼 일본 사람들은 여행지의 스토리와 제목을 만드는 데에 일가견이 있다. 타워 뒤로는 비 온 후 개인 하늘이 더할 나위 없이 푸르다.

후쿠오카 타워 1층의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는데 외국인이냐고 묻는다. 여권을 보여 주니 외국인 할인요금을 적용해 준다. 타워를 오르는 엘리베이터 앞의 대기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여성 안내원이 다가온다. 이 안내원은 타워 위에 화장실이 없으니 이곳에서 화장실에 들르라고 일러준다. 참 꼼꼼한 일본인들의 성격을 이곳에서 다시 한 번 느낀다.

후쿠오카 타워는 전망대까지 내부가 뚫려 있는 철구조물이다.
▲ 타워 철구조물 후쿠오카 타워는 전망대까지 내부가 뚫려 있는 철구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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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타워 안내원이 우리에게 한국말로 천장을 올려다보라고 한다. 층층이 쌓인 철구조물 맨 끝의 꼭대기까지 우리가 올라간다고 하는데, 철골 구조로 된 타워의 중간 공간이 텅 비어 있다. 약 8000장의 반투명 거울로 덮여 있는 타워는 전망대로 가는 엘리베이터도 모두 유리로 만들어져 있다. 전망대로 올라가면서 밑을 내려다보니 아래 층이 모두 투명하게 훤히 보인다. 타워 안내원은 전망대로 올라갈 때까지 일본어와 한국어로 타워의 이곳저곳을 설명해 준다. 엘리베이터는 타워 중앙의 공간을 따라 70초 만에 타워의 전망대에 도착했다.

5층 전망대 위로 올라서자마자 후쿠오카 도심과 바다가 마치 360도 파노라마처럼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밑에 내려다보이는 집들과 빌딩, 주차된 차들이 마치 장난감같이 보인다.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엄청나게 높은 타워는 아니지만 주변에서 가장 높기 때문에 후쿠오카 시가지 전경과 하카다만(博多灣), 그리고 후쿠오카를 둘러싼 세후리야마(脊振山)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타워 전망대 위에 올라서면 후쿠오카 전망이 한눈에 펼쳐진다.
▲ 후쿠오카 전망 타워 전망대 위에 올라서면 후쿠오카 전망이 한눈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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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정은 여유가 있어서 아내와 함께 한가하게 전망대 위에서 후쿠오카를 내려다봤다. 한 한국인 중년 부부가 후쿠오카 앞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서로 찍어주고 있다. 분명히 그들은 부부가 함께 이곳에서 사진을 남기고 싶을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바다를 배경으로 한 보기 좋은 부부의 사진을 찍어줬다. 역시 이 부부도 해변을 배경으로 우리 부부의 사진을 찍어준다. 그들은 우리에게 좋은 여행하다가 가라는 정겨운 인사를 건넨다.

전망대 유리벽 앞에는 전망으로 보이는 주요 건물과 자연 지형, 유적지들의 사진과 함께 설명문이 친절하게 붙어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원구(元寇)의 침입'이라는 설명문이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원구를 방어하던 성벽 유적의 사진과 함께 당시 원나라의 대선과 전투를 치르고 있는 작은 일본선이 그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여몽연합군을 ‘원구’라고 표현한다.
▲ 원구의 침입 일본에서는 여몽연합군을 ‘원구’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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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과거 우리나라를 침입했던 일본인들을 '왜구(倭寇)'라고 부르듯이 일본사람들은 일본에 쳐들어갔던 여몽연합군을 '원구(元寇)'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림에 그려진 원나라의 대형 선박은 당시 모두 고려에서 만든 전투선인데, 원나라 군대의 대선이라고 표현된 전투함은 우리나라 해안에서 만들어진 전통적인 평저선(平底船)이었다. 고려의 전투선 앞에 일본의 아주 작은 전투선은 덩치로 보아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도 무모하리만큼 정면으로 덤비고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자물쇠, 여기에도 있었네

머나먼 서울이지만 오늘 밤에 잠을 청할 곳이다.
▲ 서울까지 거리 머나먼 서울이지만 오늘 밤에 잠을 청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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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의 북쪽 유리창 너머 바다를 바라봤다. 대한 해협의 넓은 바다가 펼쳐지고 있다. 지도로 보면 좁아 보이는 대한 해협이지만 이곳에서 보는 대한 해협은 아득한 대양이다. 유리 앞 설명문에 보니 반가운 한글로 서울까지의 거리가 540km라고 적혀 있다. 지금 잘 보이지도 않는 바다 저 건너에 내가 사는 서울이 있었다. 오늘 서울로 돌아가는 나와 아내는 오늘 밤에 저 바다 건너 보이지도 않는 머나먼 서울에서 다시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타워의 전망대를 실컷 돌던 우리는 이제 타워의 아래로 계속 내려가기로 했다. 후쿠오카 타워는 지상에 1~2층이 있고 전망대가 있는 곳에 3~5층이 있다. 5층 전망대에서 계단을 이용해 4층으로 내려오니 스카이라운지에 한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다. 식당 입구에는 이 식당에 후쿠오카 타워 입장권을 가진 사람만이 입장 가능하다고 돼 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후쿠오카 타워에 입장하지 못하면 이곳에 올라올 수도 없다는 사실. 이 식당은 전망이 좋고 연인들끼리 분위기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연인들 천지다. 고급 와인을 준비한 연인석이 있고, 어떤 연인석은 사생활을 방해받지 않도록 칸막이로 가려주기도 한다. 

연인들이 사랑을 맹세하고 사랑의 자물쇠를 걸어두는 곳이다.
▲ 연인의 성지 연인들이 사랑을 맹세하고 사랑의 자물쇠를 걸어두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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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전망대로 한 층 더 내려오니 핑크색이 인상적인 '연인의 성지(戀人の 聖地)'다. 연인들이 자신들의 사랑을 확인하고 영원히 맺어짐을 징표로 남기기 위해 자신들의 이름을 새긴 자물쇠를 채워두는 곳이다. 연인의 성지를 상징하는 하트 모양 무대 뒤로 수천 개의 자물쇠가 걸려 있다. 자세히 보니 열쇠가 모두 귀여운 핑크색 하트 모양이다. 이 자물쇠들은 모두 1층의 티켓부스에서 팔기 때문에 자물쇠 모양이 모두 같은 모양의 핑크 하트 자물쇠다.

사랑의 자물쇠는 징그러울 정도로 다닥다닥 걸려있다. 이 연인의 성지에서는 하루에 한 번, 10분 동안 프러포즈 메시지를 점등해주는 이벤트도 열린다. 나는 아내와 결혼해서 잘살고 있기 때문에 굳이 자물쇠를 걸지 않았다. 열심히 자기 이름들을 적어놓은 자물쇠들을 보며 자물쇠의 주인공들이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자물쇠 주인들 모두 사랑이 깨지지 않았을까? 한국어로 적힌 자물쇠도 많은데 다들 안 싸우고 잘살고 있을까?

야외 결혼식장과 레포츠 시설, 식당이 모여 있는 해양 리조트이다.
▲ 마리존 야외 결혼식장과 레포츠 시설, 식당이 모여 있는 해양 리조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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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순식간에 후쿠오카 타워 밑으로 내려와 2.5km 길이의 모모치 해변으로 향했다. 이 해변은 인공해변이다. 해변의 모래는 모두 하와이에서 공수해 온 모래들이다. 인공해변이지만 자연스럽고 깨끗하게 운영되고 있어서 해변가의 탁 트이는 분위기를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해변의 작은 해양 리조트 시설인 마리존에는 예식장, 바비큐 식당, 크레페(Crepe) 가게, 작은 쾌속선을 타는 시설들이 갖추어져 있지만 가게들이 많지 않고 깔끔하다. 도심에서도 가까워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곳이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해변을 걷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주 멋진 결혼식장이 야자수의 호위를 받으며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다. 일본의 유명인사들이 결혼하는 이 결혼식장은 유럽풍의 예쁜 건물 때문에 조용한 모모치 해변의 포인트가 돼 있다. 평범한 모모치 해변이 돋보이는 것은 이 마리존의 야외 결혼식장 덕분이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의 결혼! 참 낭만적이다.

인공의 해변이지만 마치 자연의 품 속 같이 한적하다.
▲ 모모치 해변 인공의 해변이지만 마치 자연의 품 속 같이 한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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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의 바닷가는 마치 휴양지 같이 한가하고 평온하다. 이 바다가 인공임을 알지만 자연스럽게 만들어 놓은 해변이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아기자기한 해변에 앉아서 커피 한 잔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가족, 애인과 함께 놀러 오는 해변, 자기가 사는 집 앞에 이런 해변이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송고합니다. 제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prowriter에 지금까지의 추억이 담긴 세계 여행기 약 300편이 있습니다.



태그:#일본여행, #규슈, #후쿠오카, #모모치 해변, #후쿠오카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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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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