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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역 환경단체들과 다양한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에너지 절약과 자립자치운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서울 햇빛발전소협동조합'과 '환경정의' '오마이뉴스'는 [햇빛 서울만들기]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도시형 에너지 자립 모델의 하나인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의 의미를 짚어보고 성과와 한계를 진단합니다. 또, 시민들이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자립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전면전 불사를 선언하며 핵전쟁 위협을 하고 있는 북한 전체주의 왕조정권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겁이 나기보다는 오히려 답답하기만 합니다. 장사포가 됐든 핵무기가 됐든 23기나 되는 한국의 원자력발전소에 폭탄이 떨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남한만이 아니라 북한도 예외없이 한반도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생지옥으로 변하고 맙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거론할 것도 없이 한반도는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가 되고 맙니다.

오죽하면 한반도 전쟁 위기가 한창 고조돼 가고 있던 지난 4월 8일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만약 한반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가 잘 아는 체르노빌 참사는 그저 아이들 동화처럼 보일 것이라고 경고했을까 싶습니다.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에 참석하고 나서 메르켈 독일 수상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한 말입니다.

원자력발전소, 과연 안전한가

4일 준공식을 여는 신고리 1·2호기 핵발전소.
 4일 준공식을 여는 신고리 1·2호기 핵발전소.
ⓒ 한국수력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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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남북간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도 핵전쟁과 똑같은 상황이 남한에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후쿠시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후쿠시마에서는 공중과 지하, 바다로 방사능 물질이 나옵니다. 더 위험한 것은 다시 지진이 나서 후쿠시마를 덮치면 아직 터지지 않은 4호기 수조 속의 약 1300여 개로 추산되는 폐연료봉과 4호기 옆의 수조 속에 보관된 1만여 개 이상의 폐연료봉이 폭발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때문에 미국의 핵 전문가들이 지금 가장 우려하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이 다름아닌 후쿠시마입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북반구 전역이 초토화되고 맙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는 수명 연장 직후 폭발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를 수명연장했습니다. 요즈음 저는 전쟁보다도 고리1호기가 사고로 폭발하는 악몽을 자주 꿉니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악몽에 시달려야 할까요.

20세기의 가장 어마어마한 사기극이 바로 원자력발전소입니다. 안전한 원자력발전소는 결단코 없습니다.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은 보통 30년입니다. 10년 수명연장을 하고, 또 연장하더라도 100년 이상 수명을 연장하긴 불가능합니다. 더이상 연장이 안 되면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해야 합니다.

그런데 원자력발전소는 폐쇄가 끝이 아닙니다. 어마어마하게 남아 있게 되는 핵폐기물을 관리해야 합니다. 말이 핵폐기물이지 강력한 방사능을 내뿜는 위험물질입니다. 핵폐기물을 수조탱크에 저장하는데 그 물이 공급되지 않는 순간, 핵폐기물은 폭탄으로 변하고 마는 것 입니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고준위 핵폐기물인 플루토늄-239는 인간이 조우한 최악의 독극물로서 반감기가 무려 2.4만년이나 되고 1/1000로 줄어드는 데 24만년이 걸립니다. 24만년을 사람이 안전하게 관리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당연히 원자력발전소는 하루라도 빨리 폐쇄하는 게 정답입니다. 한반도 핵전쟁 위협을 없애기 위한 첫 걸음 또한 한반도 평화 체제 수립이겠지만, 그보다 앞서 원자력발전소를 먼저 없애야 합니다. 그래야 한반도 비핵화와 핵없는 평화 체제 수립의 명분과 실리가 확보될 수 있습니다.

원자력발전소가 폐쇄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시민들이 원자력발전소 폐쇄의 주체로 나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자력발전소는 단순한 에너지 문제를 넘어서서 부국강병의 핵무장 국가주의 그 자체이며, 시민 주체의 탈핵운동이 강하게 전개되지 않으면 국가의 탈핵선언을 절대로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2011년 3·11 후쿠시마 사태 이후 수십만이 참여하는 탈핵시위와 지방선거에서의 녹색당 지지를 통해 연방정부의 탈핵선언을 이끌어낸 독일의 경우를 보면 이는 분명해집니다.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할 수 있는 3가지 방법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할 수 있는 3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전기 소비량 1/3 줄이기, 둘째, 재생에너지 발전소 확대, 세번째, 원자력발전소 폭파. 물론 세번째 경우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재앙입니다.

현재 한국의 원자력발전소가 생산하는 전기는 전체의 약 30% 정도입니다. 전체 전기 소비를 1/3만 줄이면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해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화석연료와 원자력발전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에 앞서 먼저 실천해야 할 국가적 과제가 다름아닌 에너지 절약입니다.

정확히 말해서 현재의 화석연료와 핵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는 없습니다. 햇빛발전소나 바람발전소도 수명이 30년 정도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적정기술 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여 지역별로 에너지 자립과 자치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에너지 소비를 혁명적으로 줄여야만 합니다. 에너지 주권자인 시민이 에너지 소비와 생산의 주역으로 나서지 않으면 에너지전환은 절대 불가능합니다.

전기에너지는 어마어마한 고급 에너지입니다. 1kWh의 전기에너지의 힘이 어떤 힘인지 아십니까? 알게 되면 아마 크게 놀랄 것입니다.

파리 에펠탑의 높이는 남산타워보다도 높은 320미터 정도입니다. 그 에펠탑 꼭대기에서 맨손으로 땅바닥에 있는 소형 경차를 꼭대기까지 끌어올리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다름아닌 1kWh의 에너지입니다. 이건 4인 가족 모두가 나서서 아무리 낑낑대고 끌어올리려 노력해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오직 슈퍼맨이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는 한 달 전기료 몇 만원을 내고 슈퍼맨 수백명을 머슴으로 부리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정말 호화롭고도 풍요로운 생활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대량에너지 소비 생활은 결코 지속불가능합니다. 화석연료, 그 중에서도 석유는 조만간 고갈되기 때문입니다. 원자력발전소 원료인 우라늄도 대략 50년 정도면 고갈되고 맙니다. 에너지 절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옥상에 설치된 5KW급 햇빛발전소
 옥상에 설치된 5KW급 햇빛발전소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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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 폐쇄의 두번째 방안이 햇빛발전, 바람발전, 소수력 발전, 바이오가스 발전 등 재생에너지 발전소 확대입니다. 한국은 전세계적으로도 늦지 않은 2005년부터 발전차액지원제도라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을 실천에 옮겼습니다.

독일에서 제일 먼저 실시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인 발전차액지원 제도에 힘입어 그때부터 한국에서도 급속도로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이 확대되었습니다. 특히 햇빛발전 산업은 세계적인 한국의 반도체 기술을 바탕으로 급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가히 미래의 산업이 새롭게 태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 말기에 에너지시민단체의 강한 반대에도 발전차액지원제도는 폐기 방침이 정해지고 맙니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에너지 정책의 결과였습니다.

그리고 4대강 파괴 정권, 이명박 정권은 그나마 있던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마저 4대강과 원자력발전소에 퍼부으면서 아예 재생에너지 산업을 싹조차 잘라버리는 미래 파괴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태양광산업은 지금 빈사상태에서 신음하고 있는 중입니다.

2012년 1월 9일 박원순 서울 시장이 천명한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은 이런 흐름을 일거에 반전시키는 놀라운 새로운 에너지 혁명의 시작이었습니다. 이어 2월 13일에는 전국 228개 지자체장의 21%인 45개 지자체장들이 탈핵-에너지전환 자치단체장 모임을 출범시키면서 탈핵 정책을 선언했습니다. 많은 방해공작과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이제 한국에서도 탈핵과 에너지전환의 거대한 방향전환이 시작된 것입니다.

시민이 나서면 바뀝니다

서울시내 학교 1000개교에 2014년까지 햇빛발전소를 세우고, 전기 절약 운동 등을 통하여 서울에서 '원전하나 줄이기'를 위하여 서울을 햇빛도시로 만들어 가자는 협약에 서명하고 시민들에게 들어 보이며 다짐하고 있다.
▲ 서울 햇빛도시 협약에 서명한 서울시장, 서울교육감, 햇빛발전이사장 서울시내 학교 1000개교에 2014년까지 햇빛발전소를 세우고, 전기 절약 운동 등을 통하여 서울에서 '원전하나 줄이기'를 위하여 서울을 햇빛도시로 만들어 가자는 협약에 서명하고 시민들에게 들어 보이며 다짐하고 있다.
ⓒ 김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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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기 위한 전기소비 절약과 햇빛발전소 확대가 결합된 사회운동이자 대안의 경제운동이 다름아닌 시민에너지 협동조합운동입니다. 시민들이 단순한 에너지 소비자에서 에너지 생산자가 되어야만 에너지 절약이 실천으로 연결되고 탈핵 시민운동 부대가 형성됩니다.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단순히 조합원들의 출자금을 자본으로 끌어들여 이름만 시민 자가 붙은 시민햇빛발전소를 짓자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하나의 100kW짜리 시민햇빛발전소를 지으면서 조합원들이 주체적으로 전기에너지의 소중함을 인식할 것입니다. 조합원들은 탈핵 영상 자료도 함께 보고, 재밌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전기에너지 소비 절약의 전도사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우리집 에너지부터 절반 이하로 줄이는 햇빛 시민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우리집 에너지 절반 이하 줄이기는 조금만 시간을 투자해 배우고 실천하면 의외로 간단합니다. 예컨대 150kW~250kW 정도의 미니햇빛발전소도 베란다에 설치하는 운동도 벌이고, 햇볕온풍기 설치 워크숍도 하고, 적은 비용으로 아이방부터 생태단열 황토방으로 꾸미는 워크숍도 할 것입니다.

조합원이 주인인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제 시작입니다. 협동조합은 인적 결사의 힘으로 사업을 하는 결사체이자 사업체입니다. 3인이 도원결의를 하면 한 나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수십만 명의 서울 시민들이 복사꽃뿐만 아니라 무궁화꽃과 원산지가 한국인 벚꽃과 개나리꽃 아래서 결사를 하고, 시민햇빛발전소를 1천개, 2천개 1만개를 짓게 되면 한국의 원자력발전소는 문을 닫게 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 뜨는 수천 개의 햇빛발전소, 전쟁을 평화로 경쟁의 사막사회를 우애와 환대의 협동사회로 바꾸는 희망의 햇빛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박승옥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 입니다.



태그:#햇빛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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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민주주의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민주적 대안언론에 참여하는 것이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역사와 노동과 생태 문제에 관심이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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