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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도한 근무시간과 미래에 대한 비관, 우울증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대형 프랜차이즈에 소속된 편의점 점주들이 눈에 띕니다. 말만 '사장님'이고 실상은 프랜차이즈 업체와 철저한 갑을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어떤 현실속에 있으며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그러세요. 저는 이미 손해도 많이 봤고… 다 말해 드릴게요. 다만 멋 모르는 착한 사람들이 더 이상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19일 오후 4시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CU 송도푸르지오점 앞. 점포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점주 장아무개씨는 흔쾌히 승낙했다. 그는 모자이크 등 신원 노출을 피하기 위한 '사후 처리'도 요청하지 않았다. 단지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한다"는 말만 덧붙였다.

장씨는 2011년 10월 11일 이곳에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냈다. 다양한 물건들이 가득 찬, 26.4㎡(8평) 남짓한 편의점 하나면 가족들의 생계를 건사할 수 있으리라 믿음 때문이었다. 회사 측에서는 일 매출이 120만 원은 나오는 점포라고 이곳을 추천했고 장씨는 자신도 회사도 거듭 믿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장씨의 편의점.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장씨의 편의점.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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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실과 믿음은 큰 차이가 있었다. 첫 달 장씨의 편의점이 기록한 일 매출 평균은 약 46만 원. 장씨는 개점 한 달 만에 폐점을 결심했지만 믿었던 '업계 1위' 회사는 폐점비용과 더불어 3000만 원 가량의 위약금을 거론했다.

그렇게 십여 개월 실랑이를 벌이며 생존을 모색하는 사이 편의점 준비를 위해 살던 집을 담보로 대출받았던 돈 1억 5000만 원도 다 소진됐다. 개점 이후 올해 2월까지 일평균 매출은 약 51만 원. 장씨는 "편의점이 매달 생활비를 벌어주기는 커녕 총 결산을 해보면 적자"라고 설명했다.

장씨는 "회사가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회사 권유로 이 점포를 시작했으니 내가 처음에 냈던 임대 보증금, 권리금, 점포 물건 비용 등 초기 투자치 만큼만 받고 회사에 되팔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가 현실에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그는 얼마 전 점포 임대인으로부터 4월 28일까지 자리를 비워달라는 내용증명을 세 번째 받은 상태다.

'일매출 120만 원 점포' 큰소리... 실매출은 50만 원

장씨는 모든 일의 시발점으로 회사 소속 점포개발자가 자신에게 자신있게 내놨던 추정매출을 꼽았다. '이곳이 일 매출액이 100만 원 발생하는 곳이고 편의점을 내게 되면 120만 원 정도 매출이 나올 것'이라는 설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현행 가맹사업법 제9조에 따르면 가맹본부가 가맹희망자나 가맹점사업자에게 예상매출액에 대한 정보를 정할 때는 서면으로 제공해야 한다. 업체에서 점주에게 허위 또는 과장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 삽입된 조항이다.

장씨 역시 유동인구도 많지 않아 보이는 이 점포에서 하루에 100만 원 넘게 물건을 팔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회사 측은 서면으로 된 자료는 주지 않았다. 그는 "정말 그 매출이 나올지 걱정되어 추정매출액에 대한 종이 자료를 요구했지만 '사람 못 믿느냐'는 핀잔만 받았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2011년 8월 보증금 4000만 원, 월세 198만 원, 권리금 2000만 원의 조건으로 이 점포를 계약했다. '전문가'의 힘이었다. 장씨는 "상권분석 전문가인 점포개발자가 '주요시간대 5~6시간을 매출조사해서 얻은 자료라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 자리가 원래 '코코마트'라는 슈퍼가 있던 자리거든요. 그런데 제가 들어오고 나서 동네 사람들이 '다 망해서 나가는 자리에 왜 들어 왔냐'고 묻더군요. 저는 그게 무슨 뜻인가 했어요. 첫 달 지내보고 나서 바로 알았죠. 일매출이 50만 원도 안 나오더군요."

장씨의 편의점. 26.4㎡(8평) 남짓한 규모다.
 장씨의 편의점. 26.4㎡(8평) 남짓한 규모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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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조건' 설명된 정보공개서... 계약 2달 후에야 주더라"

점포를 연 장씨가 가장 먼저 맞닥뜨린 것은 '폐기(폐기음식)의 공포' 였다. 삼각김밥 같은 음식들이 유통기한만 넘기면 모두 손실로 남았다. 장씨는 "초기에는 월 40~50만 원 어치씩 폐기가 나왔다"면서 "폐기가 나면 점주가 100% 부담해야 하던 시기라서 일주일에 한두 번 씩은 친정에 팔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내가 왜 폐기 부담을 100% 져야하는지 몰랐어요. 말이 안 되잖아요. 이익은 35: 65로 나누는데 손실은 왜 나 혼자 책임지나. 본사 직원에게 물어보니까 정보공개서에 나와있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그런 걸 받은 적이 없는데."

그는 "엉뚱하게 이 과정에서 자신이 회사에게 속았음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정보공개서는 가맹본부의 현황과 가맹점 사업자의 영업조건 및 제한 사항 등을 담아 놓은 설명서다. 현행법상 본부는 가맹계약 체결 14일 전까지 이 설명서를 가맹점주에게 제공해야 한다.

정보에 대해 열세인 가맹점주가 사업내용에 대해 몰라서 입는 피해를 줄이자는 의도로 정해 놓은 의무조항이다. 장씨는 "계약 2달 후인 2011년 10월에야 회사로부터 정보공개서가 들어있는 USB메모리를 건네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씨의 항의를 받은 회사 측에서는 '5월 27일에 장씨가 정보공개서 제공확인란에 전자서명 동의를 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CU는 점주에 대한 정보공개서 제공과 제공 확인을 온라인으로 하거든요. 그때는 정보공개서가 뭔지도 모르니까 '정보공개서 클릭하고 드려도 되나요'라고 물어보길래 그냥 그러라고 했지요. 당연히 정보공개서 자체는 받는 적이 없지요. 그게 나중에 뒷말 없게 하려는 건지는 몰랐어요."

"자살충동 심한 날에는 가게 유리문 잠그고 있기도"

처음 시작한 편의점이었지만 장씨는 시간이 지나자 차츰 일도 손에 익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장사를 시작한 이후 오를 기미가 없는 점포 매출만은 도저히 답이 나오질 않았다. 돈이 없어 월세를 못 내게 되자 점포 임대인은 점포를 비워달라는 요구를 수시로 건네왔다.

이런 상황은 가족들과 장씨의 정서에도 직접적으로 작용했다. 그는 "밤에 혼자 점포에 있다 보면 죽고 싶은 충동이 너무 심해서 스스로를 제어하기 어려울 것 같은 날은 가게 유리문을 잠그고 있기도 했다"면서 "남편은 의사 소견으로도 밤에는 아예 혼자 근무를 맡기지 못할 정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손님 없는 점포에서 혼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후 내린 결론은 폐점이었다. 문제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위약금과 폐점 비용이었다. 장씨는 "2012년 1월부터는 본사 사무실 찾아다니면서 식구들 살리려다 다 죽게 생겼다고 방안을 달라고 울고 불며 사정했다"고 말했다.

몇 달 만에 사측이 내놓은 제안은 송도밀레니엄점포를 추가로 인수해보라는 것이었다. 몇 달간 장사를 통해 24시간 영업을 유지하려면 인건비 부담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장씨는 제안을 거부했다. 생계를 위해서는 돌파구가 필요하긴 하지만 24시간 편의점으로는 어차피 답이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우여곡절 끝에 장씨는 지난해 6월 인천의 한 대학교 안에 있는 편의점을 추가로 계약했다. 야간 근무는 없고 주말도 문을 닫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이곳의 월 매출은 약 350만 원.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을 제하면 장씨 몫으로는 매달 50만 원 정도가 떨어지지만 그는 "이 정도면 해볼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폐기손실을 줄이고 재고 관리만 잘 하면 100만 원 이상 벌 수 있다는 게 장씨의 판단이다.

장씨의 거듭된 항의로 송도 점포의 폐점도 현재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회사측과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처음 회사가 제시했던 위약금은 3000만 원. 장씨는 "지금은 위약금 없이 1200만 원 상당의 폐점 비용만 물면 송도 점포를 폐점시켜 준다고 한다"고 말했다.

'어쨌든 돈은 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폐점 비용 물 돈이 없다고 하니 대학교 편의점 쪽으로 부채를 이전시켜 주겠다는 제안을 하더라"면서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2013년 2월 중순 '발렌타인 데이' 즈음 회사에서 장씨의 점포로 사전 통보 없이 떠넘긴 행사상품 목록. 150여만 원 상당이다. 회사는 설에도 20여만 원 상당의 행사 상품을 떠넘겼다.
 2013년 2월 중순 '발렌타인 데이' 즈음 회사에서 장씨의 점포로 사전 통보 없이 떠넘긴 행사상품 목록. 150여만 원 상당이다. 회사는 설에도 20여만 원 상당의 행사 상품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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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매출 32만 원 점포에 178만 원 '행사상품' 떠넘겨

개점 한 달 후부터 얼마 전까지도 송도 점포의 폐점을 오매불망 바라왔던 장씨지만 최근에는 목표가 바뀌었다. 그는 "회사가 송도 점포를 매입하도록 하는 게 제 바람"이라면서 "초기 투자비용 7700여 만 원을 되돌려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씨가 '독해진' 데는 올해 연초에 있었던 회사 측과의 마찰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2월 중순 설 및 '발렌타이 데이' 대목을 맞아 가맹본부에서 178만 원 상당의 행사 상품 발주를 사전통보 없이 떠넘긴 것이다. 전월인 1월에 장씨의 점포가 기록한 일 매출은 32만 원 정도. 5일 이상은 꼬박 팔아야 하는 물량이었다.

"그전에도 담당 SC(영업사원)이 남편이 일하는 시간에 나한테 허락 맡았다고 하고 도시락 같은 걸 마음대로 발주했던 적이 있었어요. 점포 코드번호하고 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만 알면 가능하거든요."

장씨는 "강력히 항의하자 결국 다시 가져가긴 했다"면서 "개점 직후부터 십여 개월을 지속적으로 최저보증 지원금을 받고 있는 점포에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현재 장씨는 회사 측과 함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송도 점포에 대한 조정을 거치고 있는 상태다.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 측은 기자가 송도푸르지오점 매출, 영업실적 등 장씨와 관련된 사항들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자 "조정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태그:#CU, #편의점, #편의점24시, #공정거래조정원, #가맹사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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