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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하고 북한노동자들을 출근시키지 않아 공장 가동이 전면중단된 가운데 9일 오후 개성공단 직원들을 태운 차량들이 돌아올 때가 되자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군인들이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있다.
▲ 바리케이드 치우는 군인들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하고 북한노동자들을 출근시키지 않아 공장 가동이 전면중단된 가운데 9일 오후 개성공단 직원들을 태운 차량들이 돌아올 때가 되자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군인들이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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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위태롭고 절박하다.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발표 이후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북의 위협이 현실화 되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 높아져 가고 있다. 사람들 모이는 곳마다 개성공단이 어떻게 될지, 북에서 포탄이 날아오지는 않을지 하는 걱정이 가득하다. 라면이나 물을 사재기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피난 가기 위해 지방 친척집을 알아보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

개성공단이 어떤 곳인가. 연평도 포격, 5·24대북제재 조치에도 지켜져 왔던 남북관계 최후의 완충지대 아닌가. 국민들은 남북간에 긴장감이 높아져도 개성공단에서 남북 근로자들이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고, 남북경계선을 넘나드는 차량 행렬을 보고 '별일 없겠지' 하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나 개성공단이 멈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불안이 확산되는 형국이다. 남북은 남북합작의 공단을 잃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리적 완충지대를 잃고 있다. 두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개성공단은 군사적 요충지였다. 북한의 남한 침공로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측은 개성에 주둔한 군부대를 뒤로 미뤘다. 그리고 남북이 힘을 모아 공단을 건설했다. 대포와 탱크가 놓여진 자리에는 공장이 세워졌다. 사람들은 남북이 낳은 옥동자라 불렀다. 그런 옥동자가 9살 어린 나이에 목숨이 위태로워진 것이다.

개성공단에 투자한 123개 남쪽의 중소기업 사장들, 협력업체와 수많은 근로자들, 140달러(한화 15만원) 월급이지만 생계를 위해 일하는 5만명이 넘는 북한 근로자들, 모두가 한결 같은 마음일 것이다. '왜 힘들게 먹고 사는 우리들을 어렵게 하느냐', '왜 고통을 주느냐'고 하소연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출구전략에 나서라

북한의 개성공단 운영 잠정중단 조치가 내려진 8일 오후 서울 무교동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한재권 회장이 대책 회의를 갖던 중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류창권 부회장, 한 회장, 옥성석 부회장.
▲ 침통한 개성공단 업체 대표들 북한의 개성공단 운영 잠정중단 조치가 내려진 8일 오후 서울 무교동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한재권 회장이 대책 회의를 갖던 중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류창권 부회장, 한 회장, 옥성석 부회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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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북한의 언사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미국과의 대화가 목표라 하지만 개성공단마저 닫아버리고, 남북 7천만 민족의 목숨과 생업을 담보로 하는 극단의 언사에 불안하고 또 불안하다. 북한은 당장 개성공단 근로자들을 복귀시키고, 공단운영만큼은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북한의 의도가 남북관계 파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길이다.

이런 절박하고 위급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이 너무 느긋헤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첫 단추도 끼워보기 전에 파탄날 지경에 처했다.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실망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태연함, 느긋함은 불안에 떠는 국민의 정서와도 전혀 맞지 않다. 사업을 망치게 된 개성공단 입주기업 사장들, 직장을 잃게 된 근로자들의 원망을 켜켜이 쌓이게 할 뿐이다.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들은 '실망스럽다'. 지금은 대통령이 움직일 때지 관전평을 할 때가 아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멀리 할 것은 군사적 옵션을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에 다수 포진된 군부 출신들은 속성상 '인질 구축작전' 같은 말도 안 되는 의견을 개진할 것이다. 거리에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구호가 나부끼지만 대통령의 인식과 판단은 달라야 한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귀 기울여야 할 일은 외교와 대화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중국을 통하든, UN을 통하든, 혹은 직접 접촉을 통하든 북한으로 하여금 자제와 냉정을 찾도록 하는 일이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북미대화에 나서도록 설득하는 일이다. 한반도의 위급한 상황을 설명하고 미국의 조야를 설득해야 한다. 이미 중국은 북미 직접대화를 촉구하고 있고, 미국 내에서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1994년 1차 북핵위기 때도 그렇게 했다. 미국 클린턴 정부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하고 핵위협이 높아질 때 펜타곤 국방부는 북한에 대한 정밀폭격을 준비했다. 그때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앞에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으로 날아가 김일성을 만나 위기를 해소했다. 그리고 제네바 합의가 이뤄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에 북미 직접대화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5월 한미정상회담이 있지만, 그 전이라도 상황관리와 출구전략에 나서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할 일이다.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민주당 등 정치권도 이런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북미대화를 촉구하는 여론을 조성하고 대화와 협상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 경륜을 보여줘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 <더 데일리 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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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기 정부 4년 동안 '전략적 인내'라는 애매한 태도 속에 숨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경륜이 부족했다. 지금의 한반도와 동아시아 악화된 정세에 대한 책임은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있다.

문제를 풀 키를 쥐고 있으면서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도, 남북대화를 설득하는 노력도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이전 클린턴 정부가 하던 노선에서 한참 물러나 뒷짐만 지고 있었을 뿐이다. 그 틈에 북한은 핵 능력만 키웠다. 여기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몫했다. 그러나 아무리 이명박 대통령이 뒷다리를 잡고 늘어졌다 해도 오바마 대통령의 책임은 피힐 수 없다. '전략적 인내'는 전략적으로 실패했다.

오바마 정부 2기가 출범한 지금, 오바마 대통령이 할 일은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는 것이다. 악화될수록 악화된 지금이야말로 오바마 대통령이 나설 때다. 미국은 '악마의 제국'인 소련과도, 아시아 최대의 공산국가 중국과도 대화해 개혁 개방으로 나서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심지어 전쟁까지 한 베트남과도 대화하고 수교를 맺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북한과의 대화도 못할 이유가 없다. 필요하다면 악마와도 대화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이고 지혜이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담대한 접근, 대범한 정책 전환이다.

한반도 '평화 루트'를 복원하자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는 남북을 잇는 두 개의 '평화 루트'가 있었다. 동쪽으로는 '금강산 루트'였고, 서쪽으로는 '개성공단 루트'였다.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어 '평화 루트'는 한반도 전역으로 퍼져나갈 꿈을 키웠다. 그러나 지금 두 개의 '평화 루트'는 모두 단절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의 두 개의 '평화 루트'를 복원해 내는데 그 역사적, 민족적 책무를 다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최경환은 김대중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보좌한 비서관이었으며, 지금은 (사)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 (사)행동하는 양심 상임이사로 일하고 있다.



태그:#박근혜, #오바마, #개성공단, #북미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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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을 보좌한 마지막 비서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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