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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노조의 파업 당시 굳게 닫힌 OBS경인TV 부천 본사 사옥 정문.<부평신문 자료사진>
 지난달 노조의 파업 당시 굳게 닫힌 OBS경인TV 부천 본사 사옥 정문.<부평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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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아래 OBS노조)의 파업이 끝난 지 2주가 됐음에도 방송 파행이 이어져 시청자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OBS경인TV는 지난 2월 28일 시작된 노조의 파업 이후 각종 프로그램의 제작을 중단하거나, 기존에 방송한 프로그램을 다시 내보내고 있다.

OBS노조는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결렬되자 전면 파업에 돌입했고, 수년째 동결된 임금 인상과 함께 법적으로 지급해야 할 시간외수당 등 지급·국장 '임면동의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조합원의 전폭적 참여에도 사측은 OBS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OBS노조는 3월 22일 파업을 중단했고, 조합원은 업무에 복귀했다. OBS노조는 "경인지역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파업을 중단하고 회사와 교섭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파업 참여자 현장투입 안 하고, 불참자에겐 '보너스'

하지만 사측은 파업을 접고 복귀한 지 2주가 되도록 일부 파업 참여자를 현장에 복귀시키지 않고 있다. 필수 취재인력과 일부 조합원만 담당 팀장·국장과 면담하게 한 뒤 현장에 배치했다. 이로 인해 방송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조합원들이 복귀했음에도 '명불허전' '올리브' '꿈꾸는U' 등 정규 프로그램 제작이 중단된 된 상태다. 스포츠 프로그램인 '통쾌하다 스포츠'는 폐지됐고, 주말 아침 뉴스도 파업 이후 중단됐다. '월드뉴스'는 15분을 축소해 운영되고 있다. 메인 뉴스의 경우 방송 시간이 축소되지는 않았지만, 리포트가 18~19개에서 9개 남짓으로 줄었고 2인이 출연하는 대담 방식으로 변경돼 운영되고 있다. 또한 아나운서팀 전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한 이유로 뉴스·제작 프로그램에 기상 캐스터와 외부 프리랜서 등 대체인력이 투입된 상태다.

OBS경인TV 현직 기자는 <부평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취재기자 40여 명 가운데 파업에 참여해 (회사로부터) '찍힌' 15명 중 5명은 보도국에서 내근하고 있고, 나머지 10명은 봄 개편에 맞춰 티에프티(TFT)팀으로 발령이 났다"며 "기자가 부족한 상태에서 출입처를 배정하지 않아 기자들이 보도자료 등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뉴스의 질이 낮아지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사측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에게 보너스를 지급해 조합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OBS 측 "4월 개편 연계... 비상편성체제 유지"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소재 OBS경인TV 본사.<부평신문 자료사진>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소재 OBS경인TV 본사.<부평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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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노조 관계자는 "재방과 삼방이 방송 프로그램의 65%를 차지하고 있다"며 "자체 제작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경인지역 민방인지 외주 전문 채널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시청자들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수람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노조가 파업 후 큰 효과가 없음에도 방송 정상화를 위해 복귀했다"며 "회사는 무책임한 행위를 하고 노조를 은근히 탄압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OBS경인TV 경영진은 방송 파행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경인지역 시청자를 무시하면 큰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OBS 시청자 김미정(41·인천)씨는 "경인지역 뉴스와 '가족' 등 알찬 프로그램들을 즐겨봤는데 어느 순간부터 했던 방송이 자꾸 나와 보지 않게 됐다"며 "파업과 파업 후 회사의 무책임으로 재방·삼방이 나가고 있다면, 시청자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측은 4월 개편 때까지 비상 편성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 OBS경인TV 관계자는 "파업이 끝난 상태가 아니다, 4월 개편과 연계해 비상 편성체제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재방·삼방 지속될 수도

OBS경인TV는 4월 중순 '봄 개편'을 실시할 계획이다. 문제는 봄 개편 이후에도 현재의 재방·삼방이 이어질 수 있다. 파업에 참여했다가 취재와 프로그램 제작 일선에 참여하지 못하는 조합원들이 현장에 투입된다고 해도, 부족한 제작비 등으로 인해 방송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OBS경인TV의 프로그램 연간 제작비는 개국 초기 250억 원에 육박했고, 프로그램 자체 제작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연간 제작비는 120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자체 제작 편성을 포기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말 시청률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한 야구 중계가 가능한 정도의 액수다.

더 심각한 문제는 120억 원대의 연간 제작비가 90억 원까지 축소될 수 있다는 데 있다. OBS노조 측은 "지난해 제작비 120억 원 규모에서 재방송 이상 비율이 41.5%였는데, 제작비를 90억 원까지 떨어뜨리면 재방송 이상 비율은 55% 이상으로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이와 관련해 OBS경인TV 관계자는 "콘텐츠가 준다고 할 수 있지만, 공동제작 방법 등을 통해 자체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며 "봄 개편에 맞춰 지역성을 높여 뉴스를 확대할 계획이고, 기존에 인기가 있었던 '가족' 등의 프로그램은 그대로 가져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2년 3월과 파업 전(2월) 그리고 파업 후(3월) 비상 편성 재방송 이상 비율 분석표.<제공ㆍOBS희망조합지부> 2012년 제작비 120억원 규모에서의 재방송 이상 비율은 41.5% 수준이었다. 제작비가 90억원까지 떨어지면 재방송 이상 비율이 55% 이상으로 늘 것이라고 노조는 전망했다.
 2012년 3월과 파업 전(2월) 그리고 파업 후(3월) 비상 편성 재방송 이상 비율 분석표.<제공ㆍOBS희망조합지부> 2012년 제작비 120억원 규모에서의 재방송 이상 비율은 41.5% 수준이었다. 제작비가 90억원까지 떨어지면 재방송 이상 비율이 55% 이상으로 늘 것이라고 노조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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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먹구름 엄습

OBS경인TV 내부에서는 OBS노조의 파업을 전후해 경영진이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했다. OBS경인TV는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이행하지 않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은 상태다. 이는 재허가 추천 취소 사유에 해당될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다. 경영진이 쉽게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편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통한 인원 감축이다.

OBS경인TV의 한 팀장은 "최대 주주인 영안모자에서 추가적으로 재원을 투자하지 않는다면,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지난해부터 나왔다"고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OBS노조 측은 "특히 제작비를 90억 원까지 떨어뜨려 현재 수준의 인력이 필요 없다는 상황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며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자본의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 정상화라는 핑계로 구조조정이 단행된다면 OBS경인TV는 건강한 지역 민방으로 도저히 존립할 수 없게 된다"며 "SBS의 2중대로 전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OBS경인TV, #월드뉴스, #영안모자, #희망조합, #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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