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은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성매매의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문제에 대해 '새로고침 F5 : 성매매 다시 생각하기'라는 타이틀로 연재합니다. 성매매의 구조를 다각적으로 살피고, 남성의 성욕을 위해 이 사회가 얼마나 총동원 되었는가를 돌아보며, 여성들의 인권현실이 얼마나 열악한지, 나아가 정체성과 상관없이 누구나 안전하고 평등한 성을 누릴 수 있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합니다. 더불어 성매매는 법으로만 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걸 나누고 싶습니다... <기자 말>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를 찾아오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은 주로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을까. 성매매피해 하면 감금과 폭력부터 떠올릴 테지만,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상담소를 찾는 여성들의 어려운 상황은 매우 '복합적'이다.

성매매와 직접적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들이 어떻게 성매매의 구조 안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몇 가지를 이야기해 보자.

은밀한 호황... 그 덫에 걸린 성매매 여성들

2011년 이룸의 상담통계를 보면 빚과 연동하는 법률문제가 가장 많았다(이룸, 2011년 상담현황과 과제). 사기피고소, 대여금청구소송, 채무부존재확인소송, 파산, 개인회생 등 성매매 여성을 둘러싼 문제는 주로 빚과 관련이 있다. 처음 업소에 들어갈 때 받은 선불금부터, 갚아도 사라지지 않거나 늘어나기만 하는 빚 문제가 가장 높은 상담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 업소 고소나 경찰 조사 등 법률상담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과는 달리, 선불금과 관련한 민사상의 문제나 탈업 및 전업을 위한 방법으로서의 파산과 관련한 상담 비율이 높아진 현상은 한 두해의 일이 아니다. 왜일까? 이것은 IMF 이후 경제위기 및 사채시장의 무분별한 활성화와 관련이 있다.

1998년 한국정부의 이자제한법 폐지 이후로 고리대금이 자유화되고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 경쟁이 시작되었으며 채무불이행자의 양산을 낳았다. 대부업의 팽창은 '00캐피탈'과 같은 대출회사의 난립과 저축은행과 같은 금융권에서의 고금리대출도 가능하게 만들었다(대출천국의 비밀 중).

사채시장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과도 관계가 싶다(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에게) 매일 조금씩 이자를 받아내기가 쉽고, 대출관행을 모르는 여성들을 이용해 잔인한 추심을 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얼핏 경제적 문제만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손쉽게 하는 구조의 문제이기도 하다.

성매매와 사채시장의 공모관계.
 성매매와 사채시장의 공모관계.
ⓒ 이룸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성매매 여성들은 왜 쉽게 대출의 늪에 빠질까. 업소 사장들은 성매매 여성들에게 성형수술을 권유한다. 또 업주가 연대보증을 해주거나 사채업자가 업소를 찾아와 빈 차용증에 사인하게 하는 상황 속에 있다. 그러다보면 근로기준법(28조)에서 '선불금과 임금을 상계하지 못 하'게 금지하고 있음에도 업소에서 일해 받는 급여는 바로 빚 갚는 돈이 돼 버린다.

임금 압류는 안정적 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한다. 과거 성매매 업소의 업주가 분쟁의 상대였다면, 지금은 업주를 대체하는 거대한 포주 역할을 하고 있는 사채업자나 신용정보회사들이다.

"지금은 소개소보다 일수하는 사람들이 업소들을 많이 알아요. 그래서 너 일루 가, 일루 가... 돈 빌려주고 일수 이자 받으면서 만약 이 아가씨가 돈을 못 벌면은 '이쪽으로 가. 여기 가서 일을 해!' 그 돈을 다 갚을 때 까지는 어느 정도 이 사람이 말하는 걸 들어줘야 되니까"(이룸 사채포럼 인터뷰 중)

성매매 여성들이 다변화된 채권채무 관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매매 방지법 상 불법채권무효조항을 적용시켜야 한다. 팽배해진 사채업자들의 불법, 탈법성 여부에 대한 감시와 단속도 필수적이다. 동시에 대안적인 서민금융의 폭을 확장시킨다거나 빚을 누적시키고 지속시키는 데 일조하는 성매매 구조 안에서의 노동조건 변화도 절실하다(참고자료: 성매매와 사채시장의 공모관계, 해체는 불가능한가).

용감함이나 '안전지침'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위협들

법의 형태로만 여성 문제를 해결하기에 현실은 너무 멀리 있다. 여성의 정규직 고용 비율이 확대되고, 약탈적 사채시장의 억제나 유흥산업의 규제는 정부 차원에서 책임을 가져가야 한다. 유흥업소에서 종사하는 이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사회의 차별적인 인식 개선을 우선적으로 요구한다.
▲ 이룸 청량리 집결지 기록화작업 일러스트 법의 형태로만 여성 문제를 해결하기에 현실은 너무 멀리 있다. 여성의 정규직 고용 비율이 확대되고, 약탈적 사채시장의 억제나 유흥산업의 규제는 정부 차원에서 책임을 가져가야 한다. 유흥업소에서 종사하는 이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사회의 차별적인 인식 개선을 우선적으로 요구한다.
ⓒ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

관련사진보기


빚과 관련된 문제 이외에도 성매매 여성들을 위협하는 요소는 많다. 2010년 청량리 성매매 업소 여성 살해 사건, 2011년 포항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의 연쇄적인 자살, 2011년 창원 노래방 도우미 살해사건, 2012년 노래방도우미 폭행감금 사건 등에서 보듯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에 대한 안전 위협은 만연되어 있다.

남성의 성욕을 대방출하는데 한없이 너그러운 사회에서 불특정 다수의 남성 손님을 상대하는 성매매여성들은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성매매 여성은 지속적인 위험 상황에 노출되면서 고통과 상처에 무감각해질 수 있으며 이것이 보다 쉽게 자살로 연결될 수 있다.

▲ "1:1채팅을 통해 한 남자를 만나기로 했다. 만나기 전에 성기결합 방식이 아닌 유사성행위를 서비스 해주기로 하고 만난 것이었는데,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
▲ 성매매 과정에서 진상 성구매자를 만나 도망쳤는데, 업주가 술값까지 여성에게 물도록 함
▲ 성매매 집결지 주변을 떠도는 동네건달이 수년 동안 성매매로 벌어들인 돈을 갈취하거나, 여성을 폭행, 강간을 일삼음. 이 여성은 경찰에 신고도 했지만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음 -(이룸 안전 포럼 사례 중)
  
열악한 성매매 현장의 노동환경, 그 차별성에 대하여

한국과 성매매에 대한 정책이 다른 나라들도 성매매 여성들의 열악한 현실과 사회적 지위, 특히 낙인으로 인한 사회적 차별이 작동되는 양상은 매우 닮아 있다. 성매매여성은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이거나 일을 그만둔 여성이거나 상관없이 '성매매'에 부여된 사회적 차별을 경험한다(참고자료 :
성매매 여성, 안전을 말할 수 있는가).

유흥업소를 이용하는 성구매자들에게 2차는 선택사항이지만, 여성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나이와 외모에 의해 선택되는 상황은 엄청난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또, 안마방에서의 체력소모와 룸살롱에서의 과음으로 인한 건강위험 신호들은 정신적 건강의 위험신호와 같이 온다.

또 애초에 노동조건으로 제시되지 않은 일, 고용관계에서 합의되지 않았던 일을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성매매 공간은 다른 노동공간과 차별된다.

유흥업소 종사 여성들은 업소의 출퇴근 시간과 서비스내용을 지침 받는다.수입과 일수까지 업소로부터 관리받는다. 하지만 종사자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여성들은 개인사업자로 등록 돼 근로자로도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성매매 여성의 노동조합에 대한 움직임이 요원해 보인다.

지난 3월 한 유흥업소는 여성접객원들로부터 퇴직금을 요구하는 노동부탄원서를 받았다. 업소측은 여성들이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2013.03.15.국민일보 쿠키뉴스 중)

갸바쿠라(일본 유흥주점)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2010년 1월에 노동조합을 결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갸바쿠라 유니온이라 불리는 이 단체는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고액의 벌금 등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 여성은 고객들의 성추행 문제로 가게를 관두려 하자 경영자로부터 "그만두면 밀린 임금은 못 준다"고 협박당했다. 한편 갸바쿠라 유니온은 "위법적인 노동실태를 고발하고 전화상담 등을 통해 갸바쿠라 여성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0.01.06.일요신문)

차별적인 단속관행과 수사과정에서 공권력에 의해 드러나는 차별적 시선도 존재한다. 성판매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고정관념도 문제이지만, 단순히 피해자로 불쌍하게 여기는 '동정의 시선'도 문제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거두는 일은, '성 판매'라는 일의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성매매 일을 선택하는 여성들 말이다. 성판매라는 일이 '부끄러워서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 되어버리는 순간, 우리는 성판매 여성의 인권향상에 한발자국도 접근할 수 없다.

사채업자, 병원 의사, 경찰, 집주인, 택시운전사와의 대면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날까봐 두려워 하는 성매매 여성들이 많다. 성매매 여성들이 법의 도움을 받기 거부하거나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성매매에 대한 불법·합법의 프레임 보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이 더 강력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성매매 방지법만으로 동동거릴 문제인가

사실 성매매여성과 관련된 복합적인 문제는 성매매방지법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여성 및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또 약탈적 사채시장의 억제나 유흥산업의 규제는 정부 차원에서 책임을 가져가야 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시행 등을 통해 차별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노동환경이 근로기준법으로서 동등하게 보장돼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까지 살펴 본 것처럼 성매매 방지법 외의 다른 법망으로 엮이고 풀리지만 알고 보면 성매매 문제인 것들이 수두룩하다. 게다가 법의 형태로만 여성 문제를 해결하기에 현실은 너무 멀리 있다. 성별 구분 없이 양육과 가사노동에 대한 보편적 지원이 확대되고, 여성의 정규직 고용 비율이 확대되어야 여성이 성을 매개로 열악한 노동환경에 직결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또 약탈적 사채시장의 억제나 유흥산업의 규제는 정부 차원에서 책임을 가져가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시행 등을 통해 차별이 난무하는 일반적 의식을 바꾸려는 고민과 논의가 확대되어야 한다. 유흥업소에서 종사하는 이들의 노동환경이 근로기준법으로서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은 성매매 여성을 지원하고 반성매매활동을 펼치는 여성단체입니다. 성매매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 권력의 지배와 억압이 여실히 드러나는 심각한 사회문제입니다. [이룸]은 성매매 구조의 심각성을 알리고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활동을 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