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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은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성매매의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문제에 대해 '새로고침 F5 : 성매매 다시 생각하기'라는 타이틀로 연재합니다. 성매매의 구조를 다각적으로 살피고, 남성의 성욕을 위해 이 사회가 얼마나 총동원 되었는가를 돌아보며, 여성들의 인권현실이 얼마나 열악한지, 나아가 정체성과 상관없이 누구나 안전하고 평등한 성을 누릴 수 있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합니다. 더불어 성매매는 법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걸 나누고 싶습니다... <기자 말>

성매매 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당사자 네트워크인 '뭉치'는 당사자의 이름으로 성매매를 말하는 '무한발설' 잡담회에서 "자발, 비자발 따위는 없다"고 말한다.
 성매매 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당사자 네트워크인 '뭉치'는 당사자의 이름으로 성매매를 말하는 '무한발설' 잡담회에서 "자발, 비자발 따위는 없다"고 말한다.
ⓒ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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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현장에 대한 일반적 관심(비난/연구/취재 등)은 거의 대부분 성매매업소에서 일을 하는 성판매 여성들에게 집중된다. 성매매 현장으로 왜 유입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왜 그만두게 되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은 결국 '성판매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일반적 관심뿐만 아니라 경찰이나 법원에서도 이 '자발성'의 문제가 매번 쟁점이 되다보니, 현행 성매매방지법에서는 '자발성'의 유무가 성판매여성을 처벌하냐, 처벌하지 않느냐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성판매 여성의 자발성을 질문하는 것은 성매매문제의 원인을 여성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결과를 낳는다. 비자발적으로(억지로, 본인의 의지에 반해서) 이루어지는 성매매는 나쁜 것이고 여성에게 '피해'인 것이 분명하지만, 당사자의 자발적 선택으로 시작된 성매매는 '피해'가 아니라 당사자 개인의 '책임'이므로 사회적 보호가 불가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성판매를 자발과 비자발로 나누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자발적' 성판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비난, 법적 처벌도 가능하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문제는 자발과 강제, 단어로 표현하자면 너무나도 명료한 구분이 실제 성매매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2년 12월 서울 북부지법은 성매매알선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 1항의 위헌심판을 제청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제청 내용에서 '강요된 성매매와 자발적 성매매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도 '착취나 강요 없는 성인간의 성행위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한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자발과 강제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며, 가능한 것인가? 성매매를 둘러싼 행위자는 중간 알선자, 업주, 구매자, 사채업자 와 성판매자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런데 이들 중 유독 여성 성판매자에게만 '자발성의 유무'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은 과연 누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함일까?

'자발성'의 허상

엠케이 감독이 제작한 영화<당신은 모르는 우리들의 이야기>의 한 장면. 탈성매매 여성들의 일상을 담은 이 영화는 2012년 '성매매 방지 영상제'에서 상영됐다.
 엠케이 감독이 제작한 영화<당신은 모르는 우리들의 이야기>의 한 장면. 탈성매매 여성들의 일상을 담은 이 영화는 2012년 '성매매 방지 영상제'에서 상영됐다.
ⓒ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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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많은 사회관계 및 다양한 위력을 행사하는 권력관계와 얽혀 있으며 진위를 알 수 없는 정보가 난무하는 현대사회 속에 살고 있다. 이러한 사회구조 속에서 현대인은 개인의 자유주의적 합리성에 기반한 순도 100%의 자발적인 결정을 할 가능성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아이들의 책이나 영웅소설에서조차도 사회적 맥락 없이 이루어지는 선택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물며 성매매현장은 어떠하랴. 필연적으로 구매자·알선자 등과의 비대칭적 권력관계 속에서 머물러야 하는 성매매여성의 자발성은 더더욱 모호하고 불명확한 영역에서 포착된다.

A: 맨날 울면서 일하고,,밤에 몇 번이나 택시타고 무작정 엄마집으로 갔어요. 도저히 더는 못하겠다는 생각에..
Q: 아.. 그래서 결근비(벌금) 내느라고 빚이 안 줄어들은 거예요?
A: 아, 저 결근비 낸 적 별로 없는데요.
Q: 엄마집으로 몇 번이나 도망갔었다면서, 그럼 그 다음 날 일 못하면 결근비 내는 거 아닌가요?
A: 에이.... 아침에 일어나면 다시 정신차리고 가게로 출근했죠. -<2013 이룸 상담 중>-


이 사례에서 여성에게 다시 일하라고 직접적으로 협박한 사람은 없었다. 때리거나 감금한 사람도, 2차(성매매)를 강요한 사람도, 도망쳤다고 잡으러 온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여성은 도망친 다음 날 다시 '자발적'으로 업소로 돌아간다.

이 여성은 수년간 이어진 성매매업소 생활에서도 빚이 자꾸 불어나는 통에, 폭력적인 구매자를 상대하는 일까지 자청하며 이를 악물고 일을 하며 살아왔다. 도저히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어떤 날은 도망쳐도 본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알려질 걱정, 빚이 더 불어날 걱정에 자발적으로 제시간에 출근을 하게 된다.

이 상담 속에 나타난 여성의 자발성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누군가의 강요 없이 다시 업소로 출근하는 행위'만을 주목하며 처벌받아야 하는 범죄로 볼 것인가. 스스로 출근했다는 것만으로 성매매여성을 비난하거나, 자기결정권 문제로 해석하는 것은 그 의도가 무엇이던 간에, 성매매여성의 다양한 관계·경험·피해의 맥락을 삭제하는 오류를 낳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성들은 유흥업소 구인구직 광고를 보고, 업소에 츄라이(면접)를 보고, 채팅을 하고, 업소에 출근을 한다. 성판매에 대한 수많은 자발적 선택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발성' 속에는 반복되는 빈곤과 생계의 문제, 성매매여성에게 가해지는 낙인과 차별이 숨어있다. '월수 1000만원 보장/가족 같은 분위기'와 같은 교묘한 거짓말로 성매매 알선자들은 여성들의 수입을 갈취해 빚을 지게 한다. 또, 그 빚을 갚을 것을 종용하고 협박한다. 사회적으로 저평가된 여성노동의 문제, 남성중심의 성문화, 성/계급의 문제 등등이 성판매 여성의 삶 구석구석에 녹아 있는 것이다.

모든 사회구조적 맥락을 삭제한 채 '성판매 여성 개인의 자발성'만을 질문하는 것은 구조적 모순을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여 해결을 지연하려는 우리 사회의 비겁함과 게으름을 반증할 뿐이다

명확하게 증명할 수도, 구분할 수도 없는 성매매여성의 자발성 유무를 끊임없이 궁금해 하는 것은 짐짓 성매매여성의 인권에 대한 관심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질문들은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과 비난의 기준이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매매/성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문제제기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성매매여성을 둘러싼 소모적 공방만 반복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여성에게 자발성에 대한 관심의 집중포화가 쏟아지는 동안, 결국 한 번도 문제의 핵심으로 질문을 받아본 바 없는 성구매자와 성매매업자들은 각자의 이득을 조용히 챙기고 있다.

성매매, 질문의 내용과 대상을 바꾸자

경남 창원시가 최근 폐쇄 여론이 많은 것을 고려, 개발용역에 착수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업소 집결지(자료사진)
 경남 창원시가 최근 폐쇄 여론이 많은 것을 고려, 개발용역에 착수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업소 집결지(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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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9일, 티켓다방에서 일하던 탈북여성이 구매자의 손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또 벌어졌다. 성판매여성들은 성매매로의 유입과 성매매로부터의 탈출 사이에서 온갖 어려움을 경험한다. 단순히 몇 만원 뜯기는 것부터 목숨까지 위협하는 폭력, 사회적 낙인을 이용한 위협이 존재한다. 또한 거부할 겨를도 없이 '관행'이라 불리는 착취적인 노동조건을 감내해야 한다.

성매매 여성이 생존과 삶의 지속을 위해 일상을 수행하는 동안 자발과 비자발은 성매매현장에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교차하며 나타난다. 이렇게 모호하고 불확실한 성매매 현장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다고 해서 성매매 현장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인권침해가 모두 개인의 책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제 질문의 내용을 바꿔야 할 때다. 성매매 여성의 현실에 대한 논의는 '왜 성매매를 선택하는가?'에만 매몰되지 말고, '성매매의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가?'로 확장·전환되어야 한다.

질문의 대상도 바꿔보자. 성구매자들은 성구매를 왜 자발적으로 하는가. 성매매업소는 왜 이렇게 많은가? 누가 얼마만큼의 돈을 쓰고 돈을 버는 것은 누구인가? 진짜 궁금한 것, 진짜 필요한 질문은 사실 너무나 많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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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은 성매매 여성을 지원하고 반성매매활동을 펼치는 여성단체입니다. 성매매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 권력의 지배와 억압이 여실히 드러나는 심각한 사회문제입니다. [이룸]은 성매매 구조의 심각성을 알리고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활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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