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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의 경제학〉
▲ 책겉그림 〈토지의 경제학〉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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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속의 빈곤을 설명하면서 헨리 조지가 주목한 근본 원인은 토지가치의 상승이었다. 즉, 아무리 물질적 진보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지대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한다면, 지대를 차지하는 토지 소유자들은 부유해지지만 대중은 상대적으로(혹은 심한 경우 절대적으로) 빈곤해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154쪽)

전강수의 <토지의 경제학>에 나오는 헨리 조지에 관한 이야기다. 헨리조지가 뉴욕에서 특파원으로 일할 무렵 극도의 사치와 비참한 가난이 공존한 것을 발견하고, 진보에 빈곤이 수반하는 현상을 해명하고, 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진보와 빈곤>을 썼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물질적 진보로 생산량이 증가하면 모든 소득도 증가해서 모든 사람이 잘살게 될 거라고 말이다. 일견 맞는 말 같지만, 지대와 관련해서는 틀린 이야기라고 한다. 그곳에서 아무리 많은 물품을 생산하고 또 팔고 이윤을 남겨도 결국은 상승하는 지대 값을 따라가지 못하는 까닭이 그것이란다.

사실 헨리 조지가 바로 잡고자 했던 것도 '투기의 경제학'이었다고 한다. 부동산이 큰 폭으로 변동하는 근본 요인을 잡는 것 말이다. 그것이 발생하는 원인을 잡고, 그걸 영구적으로 꺾을 수 있다면, 그래서 안정을 꾀한다면 모두가 잘살 수 있는 참된 풍요의 사회를 일굴 수 있다고 말이다.

그것은 헨리 조지만 꿈꾸고 실현코자 했던 게 아니란다. 로크와 루소 등 계몽사상가들을 비롯하여 스미스, 리카도, 밀 등의 고전학파 경제학들은 물론이고,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와 중국의 국부인 쑨원도 한결같이 토지가 절대적·배타적 소유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단다.

그러나 미국 신고전학파의 아버지로 불리는 클라크가 나서서 헨리조지의 이론을 무참히 짓밟았다고 한다. 그에게는 대단한 지주의 지원이 있었다고 한다. 콜롬비아 대학교의 총장이자 실크 수입업자였던 세스 로(Seth Low)가 바로 그였다고 한다. 그가 클라크를 콜롬비아대학의 경제학 교수로 불러들였고, 헨리 조지를 비판하는 책을 무려 24권이나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그것이다. 토지는 천부인권처럼 하늘이 준 선물이지 인간이 마음대로 자기 소유를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적정기간 동안 그걸 빌려서 쓸 뿐이라는 사실이다. 헨리 조지가 주창한 것도 바로 그 내용이라고 한다.

과연 그런 사상을 도입하여 실현하고 있는 나라가 있을까? 호주 캔버라와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이스라엘, 그리고 홍콩 등이 이미 토지공공임대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호주 같은 경우엔 99년을, 네덜란드는 50년 혹은 영구적으로, 그리고 핀란드 같은 경우엔 주거용 토지의 경우 50∼60년을, 상업용 토지는 50년을, 그리고 산업용 토지는 20∼30년을 임대기간으로 정해 놓고 있다고 한다. 물론 모든 토지개량물은 임차인의 소유로 다들 정해 놓고 있다고 한다.

"확인 가능한 토지 소유 통계에 의하면, 농지개혁이 실시되기 전인 해방직후에 전체 농가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지주들이 총 경지 면적의 53퍼센트를 소유하고 있었던 반면, 2005년 말에는 토지 소유자 중 상위 1퍼센트가 전체 민유지의 57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223쪽)

이게 우리나라의 토지 보유 실상이라고 한다. 2013년인 지금은 2005년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헨리조지의 생각에 비춰본다면 정말로 살기가 더 좋아진 우리나라지만 그와 같은 진보 속에서도 여전히 빈곤층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토지사유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뜻이다.

전강수 교수는 그나마 노무현 정부의 토지경제 정책이 좋았다고 손꼽는다. 부동산 경기부양의 유혹에 빠지지 않았고, 최초로 보유세 강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면서 임대주택 공급 방식을 다양화했고, 실거래가 제도를 도입하여 시장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였으며,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토지 소유 분포 통계를 공개한 것 등의 기념비적인 정책들이 그것이라고 한다.

다만 그 한계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이른바 토지와 건물을 가리지 않고 보유세를 강화했다든지, 토지공공임대제의 정책 수단인 토지임대부 주택에 반대했다든지, 국민들의 감정을 건드리기 쉬운 주택보유세를 너무 급격하게 강화한 것들 말이다.

바로 그와 같은 실기들을 바르게 세울 수 있는 방안이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라고 한다. 전강수 교수가 제기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토지와 자연자원이 공공의 재산이요, 그것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토지 가치에 비례해 사용료를 공공에 납부하게 하고, 사용료 수입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는 것 말이다. 그런 개념으로 가면 반시장적 규제를 떠올리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아우를 수 있다고 한다.

"토지보유세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대신 그 세수 증가분만큼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들을 감면하는 '패키지형 세제개편'과 국공유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토지공공임대제가 대표적인 정책 수단이다. 각종의 개발이익 환수제도도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의 범주 속에 포함시킬 수 있다."(244쪽)

이른바 이명박 정부 이후에 들어설 차기 정부에 바라는 토지경제정책이다. 전강수 교수는 참여정부가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의 정책수단들을 부분적으로 채택하긴 했지만, 그것을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엮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것을 차기 정부에서 실현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과연 박근혜 정부는 그가 바라는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


토지의 경제학 - 경제학자들도 모르는 부동산의 비밀

전강수 지음, 돌베개(2012)


태그:#전강수의 〈토지의 경제학〉, #개발이익 환수제도,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공공임대주택 공급, #보유세 강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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