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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 선거 당시 후보자 매수 혐의로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해 4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강경선 교수와 함께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 당시 후보자 매수 혐의로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해 4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강경선 교수와 함께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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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후보를 사퇴한 박명기 교수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을 알리며 도움을 주자고 제안하고, 직접 돈을 전달한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가 14일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과 항소심은 강경선 교수에게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으며, 파기환송을 맡은 서울고법이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이 다시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14일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를 5곳이나 거쳤다.

반면 강 교수의 제안에 따라 2억 원을 마련했던 곽노현 전 교육감은 '후보자 매수 혐의'로 징역 1년이 확정돼 현재 수감 중이다.

곽노현공대위 "곽노현에 대한 판단 모순됐음을 자인한 꼴"

이번 판결에 대해 곽노현교육감 범국민공동대책위원회는 대법원을 맹비난했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박명기 교수에게 돈 전달을 제안한 강경선 교수는 무죄, 그 제안을 따라서 돈을 마련했던 곽노현은 유죄라는 판결은 사법부 스스로 곽노현 전 교육감의 유죄 판단근거를 허물어뜨리는 것"이라며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곽노현 전 교육감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모순된 판단이었음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작년 12월 헌법재판소는 사후매수죄 위헌소송에서 '정책연합에 따른 후보단일화에서 선거비용 보전이 선거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면 대가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판시했다"며 "정치권에서는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선거비용보전을 위한 금전 제공이 있는 경우 처벌하지 않는 내용으로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곽노현은 어떻게 박명기에게 2억 원을 전달하게 됐나?

사건은 이렇다. 곽노현 후보와 박명기 후보는 2010년 5월 19일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곽노현 후보를 지지하면서 후보 사퇴를 선언해 곽 후보가 진보진영 단일후보가 됐다. 이후 교육감 선거에서 곽노현 후보가 당선돼 2010년 7월 서울시교육감으로 취임했다.

그런데 박명기 교수는 '곽노현이 2010년 5월 19일자 금전지급 합의를 보고받아 알면서도 약속한 2억 원을 주지 않는다'고 오해하며, 8월19일 곽노현 교육감 집무실에 찾아가 '합의사항을 이행하라'고 항의했다. 곽 교육감은 "모르는 소리인데, 무슨 약속을 말하는 것이냐"라며 서로 언성이 높아진 일이 있었다.

이후 10월 8일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곽 교육감은 국회의원으로부터 '박명기 교수가 굉장히 격앙돼 있다.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이에 곽 교육감은 비서실장 등을 통해 약속 내용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곽 교육감은 10월 중순경 양측 선거캠프 관계자들 사이에서 곽노현 측에서 박명기에게 5억 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후보 단일화 협상이 진행됐던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곽 교육감은 선거대책본부장과 회계책임자에게 "당신들이 사고를 쳤으니, 책임지라"며 진노하며 금전지급을 거절했다. 이후 곽 교육감은 친구인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에게 "후보 단일화 당시 회계책임자가 박명기 교수에게 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해 준 일로 오해를 받고 있다, 박 교수를 만나 오해와 원망을 풀어 달라"고 부탁했다.

박 교수를 만난 강경선 교수는 곽 교육감에게 "선거비용 지출로 인한 채무 때문에 극도의 경제적 곤궁 상태에 있다, 만약 박명기가 유서를 써놓고 자살하면 교육감직 수행에 지장이 생기므로 금전을 지급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돈을 줄 수 없다던 곽 교육감은 강 교수의 설득으로 돈을 주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결국 곽 교육감이 2억 원을 마련했고, 강 교수가 2011년 2월~4월 사이 6회에 걸쳐 박 교수에게 2억 원을 전달했다. 이에 검찰은 곽노현 교육감, 강경선 교수, 박명기 교수 모두를 재판에 넘겼다.

곽노현 교육감은 "캠프에서의 금전 지급 합의와 무관하게 진보진영의 도의적 책무로 박명기를 도와준 것이므로 대가성의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돈을 전달한 강경선 교수도 "후보 단일화 합의와 무관하게 진보진영의 도덕적 책무로 도와주기 위해 돈을 준 것이지, 후보자 사퇴에 대한 대가로 2억 원을 준 것이 아니어서 대가성이 없다"고 항변했다.

1심과 항소심 벌금 2000만 원...대법원, 무죄 취지 파기환송

1심과 항소심은 곽노현 교육감으로부터 2억 원을 받아 박명기 교수에게 전달한 강경선 교수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은 작년 9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강경선은 금전지급 합의에 대해 곽노현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인식했고, 이에 곽노현이 부탁한 대로 박명기의 오해와 원망을 풀어주고 이를 통해 곽노현의 원활한 교육감직 수행에 도움을 주고자 박명기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알린다는 취지에서, 곽노현에게 금전 제공을 제안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강경선이 곽노현과 공모해 박명기가 후보자를 사퇴한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2억 원을 제공했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따라서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파기환송심 무죄 "후보 사퇴에 대한 대가 목적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 못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제6형사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2012년 12월 14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경선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에게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경선과 곽노현, 박명기의 관계, 강경선의 사건 관여 동기, 강경선은 박명기의 후보자 사퇴과정이나 곽노현의 선거운동에 관여한 바 없는 점 등에 비춰 보면, 강경선에게 곽노현이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으로 박명기에게 2억 원을 제공한다는 점에 관한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무죄 판단의 근거는 이렇다. 강경선 교수는 2010년 5월 19일 금전지급 합의는 물론 서울시교육감 선거 또는 곽노현을 위한 선거운동에 관여한 바 없고, 다만 선거 종료 후 4개월 이상이 지나 곽노현의 부탁을 받고 비로소 친분도 없던 박명기를 만나게 된 점을 들었다.

또 강경선은 곽노현으로부터 부탁받은 내용 자체가 박명기의 요구사항을 확인해 오해와 원망을 풀어달라는 것이었던 점, 곽노현이 부탁한 대로 박명기를 만나 요구사항을 확인한 결과 박명기가 채무초과상태에 빠져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등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워 금전적 도움을 원하고 있다는 사정을 듣게 된 점, 이때도 강경선은 박명기에게 금전지급 합의에 관해 곽노현은 이를 승인한 적이 없다고 밝힌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그 후 강경선은 곽노현에게 박명기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전하면서 박명기에 대한 금전 제공을 제안한 점 등을 종합할 때, 한마디로 대가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는 게 무죄 판단의 근거다.

사건은 검찰의 재상고로 다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4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경선 교수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곽노현, #강경선, #박명기, #후보자 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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