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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코리아연구원(사)과 함께 새롭게 출범한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대외정책을 분석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코리아연구원(사)은 정치외교, 경제통상, 사회통합부문에서 정책대안과 국가전략을 제시하는 네트워크형 씽크탱크입니다. 여섯 번째 순서로 코리아연구원 원장이며 인제대 통일학부 김연철 교수의 글을 올립니다. [편집자말]
첫 단추가 중요하다. 그러나 한반도는 위기다. 박근혜 정부가 당면한 현실이 만만치 않다. 위기는 일시적이 아니라 오랫동안 누적된 것이다. 북핵문제도 남북관계도 방관의 세월 동안 어렵게 꼬여 있다. 출구도 없고, 중재자도 없다. 해결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불안감도 높다. 미래는 현재의 연장이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과 이른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실현하는 것은 분리될 수 없다. 초기관계를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의 선택이 5년을 좌우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반도 위기, 복합적 접근이 필요

지난 7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2010년 11월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던 '장재도방어대'와 '무도영웅방어대'를 시찰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지난 7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2010년 11월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던 '장재도방어대'와 '무도영웅방어대'를 시찰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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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제시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여러 요소들이 혼재되어 있다. 군사적 억지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있는가 하면, 북방경제론의 필요성이나 동북아 안보협력에서의 한국의 적극적 역할 등의 긍정적 내용들도 포함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전략적 방향들의 충돌을 피하는 것이다. 특정한 요소의 편향이나 일방성이 강화되면, 전략은 복합적이 아니라 단순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입장에서 외교적 공간과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과 동북아 지역협력이 병행 발전해야 한다. 다시 말해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싸우지 않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 국익에 가장 효과적이다.

현재의 한반도 정세처럼, 남북관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한미 합동군사 전력이 강화되면, 그것이 북한에 대한 억지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중국이나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 올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왜 한중관계가 악화되었는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에서의 군사적 충돌이 결국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관계 악화로 이어졌고, 한미군사동맹의 강화가 한중관계 악화의 계기로 작용했다. 현재의 상황에서 억지력의 강화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그것의 적정 수준을 생각해야 한다. 대립구조를 장기화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북핵문제의 해법은 북한의 강화된 핵 능력만큼이나 복잡해졌고 어려워졌다. 해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선핵 폐기론에 입각한다면,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 위기의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출구를 확보하는 것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제재와 더불어, 포괄적인 남북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신뢰의 세 가지 차원

신뢰라는 말이 중요한 열쇠 말이다. 신뢰는 세 가지 차원으로 추진해야 한다. 첫째는 정부 내 신뢰다. 효율적인 정책 조정과 상충되는 정책들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 내의 신뢰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책조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정책조정의 중심에 있는 대통령이 전략 방향에 관한 확고한 의지, 철학 그리고 관심이 있어야 한다.

둘째는 국민과의 신뢰다. 대북정책에 관한 국민적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신뢰는 휘발성이 있는 여론에 그때그때 따라 간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책의 결과를 국민이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위기에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현재의 위기 그 자체가 아니라, 위기가 어떻게 해소될 것인지를 기반으로 행동한다.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대단히 높다.

여러 번의 위기를 경험했지만, 이번 위기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에 동요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강경한 말을 쏟아만 낼 것이 아니라, 그것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효과까지를 생각해서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이념에 따라 행동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보수지지층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물론 모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로 북한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남북관계에서의 소통의 부재를 걱정한다. 그래서 특사를 파견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특사라는 것은 소통의 형식 중 하나다. 지금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정책의 내용이다. 북핵문제를 해결할 해법이 있으면, 남북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펼칠 것인지에 관한 구상이 있으면, 또한 현재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의지가 있으면, 형식은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언론 방송을 통해 즉각적으로 북한에 의사를 전달할 수도 있고, 필요하다면 공식 회담을 제안할 수도 있으며, 동시에 비밀협상도 추진할 수 있다. 정책의 내용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사가 간들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정책의 내용에서 원칙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현안에 관한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을 아끼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다양한 가능성에 복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음을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제 외교안보팀이 구성되었기 때문에, 현안에 관한 정부의 입장을 조속히 정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대화의 의사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관계에 관한 말은 청중이 언제나 우리 국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한도 있고 주변국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양한 청중들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지만, 국내정치 논리에 과도하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남북관계 능동적 관여의 필요성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과 북한의 정전협정 파기 선언 등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전쟁위기 해소,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상시국 기자회견'을 열고 남과 북, 미국 등 당사국들의 평화협상을 촉구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남북대화 제안을 요구하고 있다.
▲ 비상시국 기자회견, "전쟁은 안 됩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과 북한의 정전협정 파기 선언 등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전쟁위기 해소,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상시국 기자회견'을 열고 남과 북, 미국 등 당사국들의 평화협상을 촉구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남북대화 제안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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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남북관계를 능동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 정세의 변화에 뒤떨어지지 않아야 하며, 국민을 안심시키고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남북관계를 통해 해결해야 할 현안들도 산적해 있다.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 악화를 자신의 논리로 정당화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과다. 결국 북핵문제도, 북한 인권도,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지금부터라도 5년 후의 성적표를 의식할 필요가 있다. 박정희 정부 때인 1971년 한국 전쟁이후 최초의 회담이 남북적십자 회담이라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서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먼저 북한에 제안했다는 점이다.

북한이 변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한반도 정세는 저절로 관리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는 기다리는 정책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위기 이후를 생각하고, 위기관리에 나선다면, 국민들이 지금처럼 이토록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연철 기자는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이면서 코리아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태그:#한반도신뢰프로세스,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 #북한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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