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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코리아연구원(사)과 함께 새롭게 출범한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대외정책을 분석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코리아연구원(사)은 정치외교, 경제통상, 사회통합부문에서 정책대안과 국가전략을 제시하는 네트워크형 씽크탱크입니다. 첫 순서로 송영훈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지난 1월 출범한 2기 오바마정부의 대외정책을 분석하는 글을 올립니다. [편집자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선에 성공한 미국 대통령은 외교정책을 수립하는데 두 가지 문제를 고려해야만 한다.

첫째는 '퇴임 후 국민들과 세계로부터 평가를 받게 될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이다. 제1기 행정부의 국가 경영 및 외교정책은 대통령 자신이 어떤 이미지의 지도자로 남을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재선을 위한 정책적 고민을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하게 된다. 그런데 제2기 행정부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유산(legacy)'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둘째는 "임기 말 권력누수현상인 '레임덕'을 어떻게 최소화하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외교정책을 펼쳐나갈 것인가"이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임기 말 평양방문 계획을 의회가 중단시켰듯이, 집권당 후보들은 대통령이 자신들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는 외교적 행보를 최대한 자제하도록 직간접적 압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제2기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도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형성하면서도 레임덕 현상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에 따라 그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재선에 성공한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

제1기 임기 초반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평화 증진을 위한 그의 약속, 그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열망과 기대를 바탕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미래에 그가 보여줄, 보여줘야 할, 그의 외교적 활동에 대한 사전 보상이라는 평가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취임 후 국내 경제상황의 악화는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적 행보를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미국 내 실업률은 8.0%가 넘어 재선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팽배할 정도로 미국 경제위기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선거 막판 미국 내 경제지표의 개선은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경제문제로 인하여 그가 당선 시 약속한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조기철군, 대량무기 확산의 억제, 일방주의가 아닌 국제협력을 통한 군사적·인도적 문제해결 등은 거의 지켜지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제2기 취임연설에서 '하나의 국가, 하나의 국민'을 강조하면서, 국가적 과제로 국내 경제회복, 사회적 보장과 평등을 거듭 강조했다. 그리고 "강력한 안보와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서 영원한 전쟁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 국민은 '평화의 후손'이라고 하였다.

또한 2013년 연두교서에서는 1시간 중 약 40분을 국내 경제문제를 다루는 데 썼으며 북핵문제를 비롯한 외교문제는 간단히 언급했다. 즉 제2기 출범을 앞둔 오바마 행정부는 제1기 출범과 크게 다르지 않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세계시민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감소한 것은 미국의 외교정책이 국제사회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미국의 이익에 직결되는 사안에만 적극적 역할을 하는 고립주의 정책을 추구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은 전통적으로 유럽과 중동 문제에 초점을 맞춰왔으나 최근에는 이와 더불어 중국과의 경쟁과 협력을 위한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는 2011년에 발생한 '아랍의 봄'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이 지역을 둘러싼 유럽 국가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복잡한 외교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해결과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 억제 등의 의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지역으로 외교의 눈을 돌리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상원에서 인준을 받은 존 케리 국무부 장관 지명자와 척 헤이글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양자 간 대화와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조하는 외교 및 국방전문가라는 점에서 향후 이 지역 문제들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관심사다.

오바마 제1기 : 아시아로의 귀환? 전략적 인내? 전략적 무관심?

북한은 12일 실시된 핵실험을 1차 대응조치라며 미국이 적대적으로 정세를 복잡하게 하면 2, 3차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의 제3차 핵시험은 미국의 대조선적대행위에 대처한 단호한 자위적 조치이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12일 실시된 핵실험을 1차 대응조치라며 미국이 적대적으로 정세를 복잡하게 하면 2, 3차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의 제3차 핵시험은 미국의 대조선적대행위에 대처한 단호한 자위적 조치이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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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제1기 행정부의 동아시아 외교정책은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이라는 말로 대변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행정부의 언사가 실제 미국의 외교정책에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를 둘러싸고는 여러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다.

아시아로의 귀환이라는 말이 한반도를 비롯한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중시하겠다는 것인지, 중국과 경쟁의 면을 넓히겠다는 것인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제1기 행정부 동안 한미동맹 강화, 미일동맹 강화, 그리고 동북아에서의 군사 훈련 등은 대중국 압박정책의 일환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발생할 것이라거나 혹은 발생하고 있다고 지리적으로 축소하는 것은 미국의 전반적 외교정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미국과 중국 본토, 유럽과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벌어지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과 갈등, 협력과 압박 등은 한반도와 아시아라는 지역 수준에서 벗어나 국제적 수준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강대국은 이미 전 세계에서 경쟁과 협력을 통하여 양국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제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오바마 제2기 행정부는 제1기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출범 후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은 채 한반도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다른 지역 및 국가들의 문제를 원만하고 조속하게 해결하지 못한 미국 정부로서는 대북강경제재 조치를 추구하였지만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였다.

한미동맹의 강화와 대북안보 최우선주의 원칙에 따른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오히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문제의 주도권을 쥐고 해결해나갈 필요가 없게 만든 측면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강경노선이 미국 정부의 이익에 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마바 정부는 추가 노력을 들이지 않고 대북관계를 유지하였던 것이다.

'전략적 인내'로 대변된 제1기 외교정책은 '전략적 무관심'으로 비춰졌고,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오히려 더 도전적으로 로켓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강행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고립화와 강경일변도의 정책으로 인한 대화의 단절은 북한이 자신들의 핵실험은 미국을 향한 것이라는 도발적 외교를 할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을 형성하였다고 볼 수 있다.

오바마 제2기 : 그가 만드려는 '자신의 정치적 유산'은 무엇일까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유산으로 어떠한 분야에 중점을 둘 것인가에 따라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외교정책 분야에서 구축하고자 한다면 제2기 오바마 행정부는 북핵문제에 대하여 적극적 관여정책을 펼 수밖에 없을 것이다. 2년 후 있을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에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문제와 같은 복잡한 의제를 탄력적으로 처리하기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상파로 알려진 존 케리 국무부 장관, 척 헤이글 국방부 장관 지명자 등의 활동의 자율성이 담보되는 지금 위기 상황이 오히려 문제해결의 호기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제3차 북한의 핵실험이 동북아 각국의 새로운 정치지도자들에게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대북제재와 같은 강경조치와 더불어 북한과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유산으로 국내경제의 회생과 사회복지 확산으로 정한다면 제2기 행정부의 동아시아 외교정책은 크게 변함이 없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을 '심각한 도발'이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였지만, 그의 연두교서 내용은 국내 경제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전방위적 개입을 꺼려하는 외교정책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선회한다면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은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한일동맹 혹은 미일동맹 등을 활용한 소극적 전략을 지속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서 오히려 한국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지나친 한미동맹 강화가 북중경협의 강화, 남북한의 극한대립, 북미 간 대화단절 등으로 이어짐을 학습하였다.

이에 박근혜 당선인도 한미동맹의 강화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지만 중국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주변 4강 외교에 대한 의지도 천명하였다. 그리고 박근혜 당선인은 "북한의 핵 개발은 용납할 수 없으며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면서도 "대북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대화의 창을 계속 열어두겠다"고 하였다.

4강 외교와 대화를 강조하는 박근혜 당선인의 원칙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구체적인 실천 전략이 드러나지 않고 있어 아직 평가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 새 정부의 동아시아 정책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미국 정부가 지난 5년처럼 '전략적 인내' 혹은 '전략적 무관심' 정책을 펴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해진 한국 새 정부의 역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1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과 전화통화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1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과 전화통화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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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외교정책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국가의 외교정책을 이해하고 평가할 때 견지해야 할 두 가지를 제시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 정부가 '희망하는 생각(wishful thinking)'을 양자관계 혹은 국제관계에 투영하는 것으로 동아시아 질서 및 국제질서를 해석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즉 외교정책은 관련 국가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 방향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앞뒤로 왔다갔다 하는(back-and-forth)' 것을 계속해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지난 5년간 견지된 한미동맹의 강화라는 일관된 정책은 미국과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우리 정부의 협상력을 미리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동맹은 형성하는 것도 어렵고 파기하는 것도 어렵다. 그렇지만 동맹의 정도를 조절하는 것은 동맹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협상력을 증대시키는 방법 중 하나이다. 따라서 한미동맹은 사안에 따라 온도 조절을 할 수 있는 전략적 사안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북정책 혹은 동아시아 외교정책에서 한국정부가 독자적으로 취할 수 있는 정책과 주변국의 협조가 필요한 정책을 전략적으로 구분하여 활용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에서 발생하는 관련 국가들의 이해관계는 중층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한-일, 중-일, 한-중 간에 발생하고 있는 영토 분쟁 및 경제적 자원을 둘러싼 갈등에서 나타나듯이 이슈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르다.

중국 정부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박에 의해 대북 유엔제재결의안에 제한적으로 동의를 하였지만, 중국 정부의 이해는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와는 다르다. 미국 정부 또한 북한의 핵도발을 중대한 위협이라고 천명하고 있지만 북한의 핵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이해는 한국 정부의 관점과 다를 수 있다.

남북 간, 다자 간 협상과 대화가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가 상충하는 이해관계 속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기 위함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

오바마 제2기 행정부의 동아시아 외교정책은 미국에 의해 주도될 수 있지만, 대북정책에 관해서만은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 현재처럼 중국과 미국의 압박 제재조치가 지속될 수 있지만,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는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북한에 대한 군사 개입을 주장하는 미국 의회의 매파의원들은 차기 대선에서 당의 승리를 염두에 두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러 조건들이 오바마 정부가 북핵문제에 대하여 화해적 접근을 시도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지만, 만약 대화를 통한 해결을 모색하고자 한다면 향후 2년간의 행보와 그 성과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그를 바탕으로 남은 2년간 대외정책 분야에서의 정치적 유산을 구축하기 위해 보다 평화적 해결의 노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이렇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외교 및 대북 정책은 한미동맹 강화 혹은 대북제재조치 강화 등으로 일방적으로 나가기보다는, 미국 정부가 북한과 협상의 테이블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며 강온을 조절해나가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소 HK연구교수입니다.
* 이 기사는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knsi.org)에도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오바마대통령, #미국 대외정책, #박근혜 대북정책, #북한 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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