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의약품리베이트감시운동본부는 1월 28일 프레스센터에서 '의약품 리베이트 환급 민사 소송'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의약품리베이트감시운동본부는 1월 28일 프레스센터에서 '의약품 리베이트 환급 민사 소송'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환자단체연합회

관련사진보기


'의약품 리베이트 환급 민사소송' 기자회견이 지난 28일 프레스센터 목련실에서 열렸다. 의약품리베이트감시운동본부가 연 이번 기자회견은 '의약품 리베이트로 인한 약값 인상분만큼 환자가 부담한 금액의 반환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이 왜 필요한지'와 앞으로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지난해 말 불거진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로 국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었던 터라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이날 소비자시민모임 김재옥 회장은 "오늘은 우리나라 최초로 의료소비자(환자)가 제약사의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환급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선포했다.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는 계속 제기돼 왔고, 적발 사례도 있었지만 그 규모에 비해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게다가 실질적인 리베이트 환수 움직임도 없어 단지 적발되면 운이 나쁜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마저 있었다. 환자단체연합회와 소비자시민모임이 함께하는 의약품리베이트감시운동본부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1월 16일까지 모집한 소송인단을 대표해 의약품 리베이트 환급 민사소송을 준비했다. 의약품 리베이트로 천문학적 액수에 준하는 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이 한몫했다.

의약품 리베이트로 국민적 손실 커

2007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 의약품 리베이트 등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국내 제약사의 판매관리비의 비율은 매출액의 평균 35.2%(2005년 기준)로 매출액의 약 20%가 리베이트로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럴 경우 소비자(환자·국민건강보험공단·지방자치단체)의 손해액은 연간 약 2조18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2005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의약품 리베이트로 인해 소비자에게 약 3조2500억 원의 손해가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2012년 10월 감사원에서 발표한 '건강보험 약제 관리실태 성과감사 보고서'를 봐도 의약품 리베이트 규모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1조1418억 원에 달하는 리베이트가 의료기관 및 제약사들 사이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은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의약품 리베이트를 '보건의료 사기'로 보고 적극적으로 환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복지부 산하 감찰부와 검찰청이 협력해 '보건의료 사기 및 남용 통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복지부 감찰부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매년 수백 건의 민사 소송을 통해 수백억 달러를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8년 동안 미국에서는 약 200억 달러(한화 약 21조 원)가 환수 조치됐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합의금을 지불한 사례도 지난해에 있었다. 대상은 GSK의 조프란. GSK는 허가받지 않은 효능에 처방하도록 불법 마케팅을 하고 의사들에게 조프란 등의 판매 증진을 위해 일종의 뇌물을 제공했는데, 이것이 적발되면서 30억 달러(약 3조6000억 원)을 지불해야 했다. 시민단체 활동도 활발하다. 미국 36개 주의 130여 개 소비자단체와 환자단체로 구성된 단체 '팔'(PAL)이 대표적이다. '팔'은 이제까지 30건 이상 집단 소송을 제기해 약 6억 달러에 이르는 합의금을 환수했다. 이 단체는 의약품 인하에도 적극 관여해 약제비 10% 절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의약품 리베이트는 의사와 제약사 간에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역지불 합의'도 크게 보면 이에 해당된다. 오리지널 약품의 특허기간이 끝나면 타 제약사도 복제약품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오리지널 제약사가 복제약 생산 예정인 제약사에게 일정한 혜택을 주고 대신 복제약 생산을 하지 못하게 막아 수익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이런 불법행위를 '역지불 합의'라고 한다.

남희섭 변리사는 "특허가 끝나도 원래 특허약 약값이 바로 반값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복제약이 4개 이상 시장에 출시돼야 비로소 반값으로 떨어진다"며 "역지불 합의는 바로 반값 약값 제도의 허점을 노린 불공정 거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불매운동과 지속적인 민사소송 진행할 것

의약품리베이트감시운동본부는 암 환자들이 주로 복용하는 5개 제약사 9개 의약품을 대상으로 리베이트로 인상된 약값 중 환자부담금을 돌려달라는 민사 소송을 1차적으로 제기했다.
 의약품리베이트감시운동본부는 암 환자들이 주로 복용하는 5개 제약사 9개 의약품을 대상으로 리베이트로 인상된 약값 중 환자부담금을 돌려달라는 민사 소송을 1차적으로 제기했다.
ⓒ 환자단체연합회

관련사진보기


이번 민사 소송의 대상 약품은 암 환자가 주로 사용하는 GSK의 항구토제 '조프란', 대웅제약의 항진균제 '푸루나졸', 중외제약의 '가나톤' '뉴트리플렉스', 동아제약의 '스티렌' '가스터' '오팔몬', 한국MSD의 '칸시다스' '코자'다. 선정 기준은 시효가 곧 만료되는 약과 주변에서 쉽게 복용하는 약을 우선 대상으로 삼았다.

이은우 변호사는 "의약품 리베이트는 적발된 것은 아마 일부분일 것"이라며 "이번 소송을 통해 제약회사가 어느 정도 약값을 부풀리는지 등 정보가 공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한 "의약품 리베이트로 인해 환수하는 것만으로도 건강보험 재정 강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으로 인해 건강보험공단과 지방자치단체들이 결국 소송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자단체연합회의 안기종 대표는 "(이번 소송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에 나설 생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오늘 소송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문의약품에는 할 수 없지만 세 번 적발되면 일반의약품을 중심으로 소비자 불매운동을 기획하고 있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의약품 리베이트 제공행위로 적발된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추가로 민사소송단을 모집해 지속적으로 소송도 제기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후 의약품 리베이트 감시운동본부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의약품 리베이트 소장을 접수해 본격적인 환급 민사 소송에 돌입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연희씨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활동가입니다.



태그:#의약품 리베이트, #기자회견, #환자단체연합회, #소비자시민모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