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말로 '뜨는' 스님이 있습니다. 혜민 스님입니다. TV에서 스님을 보며 참 해맑다 여겼습니다. 이렇게 느낀 건 저뿐이 아니었나 봅니다. 아내가 지나가는 말로 제게 말을 건넸습니다.
"여보, 당신에게 선물받고 싶은 게 있어요."선물을 탐탁찮게 생각하는 아내인지라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반가웠습니다. 장인어른에게 "살면서 고생시키지 않겠다"며 "결혼을 허락해주십시오" 했는데 삶이 어디 그렇던가요.
"어떤 걸 선물받고 싶을까? 당신이 원하는 게 무언지 말해보시게."아내에게 하늘에 떠 있는 별도 달도 따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이 어디 그렇던가요. 현실 여건 속에서 선물해야 할 처지입니다. 긴장하며 아내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내 입이 떨어졌습니다.
"혜민 스님 책 한 권 사주세요."아내 마음이 예쁘더군요. 자신을 살찌울 마음의 양식이라면 얼마든지 선물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이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하세요?"7일, 지인과 점심을 먹은 후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지인이 물었습니다.
"서점엔 왜?""궁금해요? 궁금하면 오백원." 그랬더니, 뜨악한 표정으로 웃음 지으며 "이런 썩을 놈이…" 하더군요. 자초지종을 말했지요. 혜민 스님의 책 표지를 살폈습니다.
순간순간 사랑하고, 순간순간 행복하세요. 그 순간이 모여 당신의 인생이 됩니다.표지에 적힌 문구가 확 오대요. 순간이 인생이 되는 줄 잊고 살았거든요. 책을 들어 내용을 살폈습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8강으로 구성되어 있더군요.
"세상이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하세요? 내가 쉬면 세상도 쉽니다."(1강 휴식의 장, p13)"인간관계는 난로처럼 대해야 합니다. 너무 가깝게도, 너무 멀지도 않게"(2강 관계의 장, p48)"사랑,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느 날 문득 손님처럼 찾아오는 생의 귀중한 선물입니다."(5강 사랑의 장, p159)"내 마음도 내 뜻대로 하지 못하면서 무슨 수로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겠는가?"(6강 수행의 장, p187)문구가 마음에 와 닿데요. 그렇게 고른 책이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쌤앤파커스)였습니다. 스님의 책 속에 제 마음을 담아 마음을 전했습니다.
당신 만나 내가 복이 많네. 감사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하네.
큰사진보기
|
▲ 이게, 책에 남긴 아내에게 보낸 남편의 메모 편지인 셈입니다. |
ⓒ 임현철 |
관련사진보기 |
혜민 스님이 우리 부부에게 선물한 '행복'저녁에 아내에게 책을 주며 농을 걸었습니다.
"여보, 당신에게 줄 게 있네.""당신에게 받을 게 없는데?""정말 없어?""뭔데 그래?"아내는 이때까지만 해도 시큰둥했습니다. 뭘 준다고 해도 남편에게 별 볼일 없다는 거죠. 우리 부부관계가 언제 이렇게 되었을까, 반성했습니다. 아내에게 "당신에게 줄 책을 사왔는데도 관심 없어?" 했더니, 그제야 얼굴이 화색이 확 돌았습니다.
"지나가는 내 말을 잊지 않았군요. 남편이 내 청을 들어주니 너무 행복하다."별 것도 아닌 일에 감사하는 아내 모습에 제가 더 무안했습니다.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 곧장 혜민 스님의 책을 펼쳤습니다. 책을 보는 아내 모습에는 행복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런 선물 자주 해야겠구나, 했습니다.
혜민 스님이 우리 부부에게 선물한 행복이자 또 다른 깨우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