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 박 후보는 지난 11월 29일 부평역광장을 방문했다. <부평신문 자료사진>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 박 후보는 지난 11월 29일 부평역광장을 방문했다. <부평신문 자료사진>
ⓒ 한만송

관련사진보기


인천은 해방 후 팔도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몰려든 곳이다. 충청남도 서산 등에서 배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과 한국전쟁 전후에 내려온 황해도 사람들이 유독 많다. 산업화 시기에는 인천 남동·주안·부평공단으로 일자리를 찾아 영·호남에서도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동안 돈을 벌어 서울과 경기도 부천 등으로 이사한 이들도 꽤 있다. 또한 인천에서 경제 활동을 하면서 서울과 부천에 사는 사람도 많고, 반대로 서울로 출근하는 이들도 꽤 된다. 한마디로 인천은 일을 해 돈을 벌 수 있었던 '기회의 도시'이자, 기회가 되면 떠날 수 있는 '서울의 변방'이다.

1960~80년대에 타 지역에서 와 인천에 정착한 이들의 다음 세대는, 부모 세대와는 다른 문화를 갖고 있다. 프로야구단 에스케이(SK)가 좋은 성적을 올린 것도 있지만, 20~40대는 SK를 통해 인천사람으로서 정체성을 확인하기도 한다. 대구·경북과 부산, 광주 시민이 삼성과 롯데, 기아 팀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듯이 말이다. 인천에는 바로 이 자식 세대부터 인천시민이라는 정체성이 생성됐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팔도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인천은 많은 선거에서 '바로미터'가 됐다. 지난 4.11총선 때 여야가 팽팽히 경쟁했듯이, 인천 12개 지역구를 여야가 절반씩 나눠 가졌다.

'투표율 꼴찌 불명예 벗자' 목소리 높아

선거 때마다 인천의 숙제는 '투표율 꼴찌'라는 불명예를 벗는 것이었다.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 등에서 투표율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 4.11총선에서도 인천은 투표율 51.4%를 기록해 전국 꼴찌였다. 당시 전국 평균 투표율은 54.2%였다.

이뿐만 아니라 인천은 2007년 대선, 2006년 지방선거에서도 투표율 꼴찌를 기록했다. 2002년 대선, 2004년 총선, 2010년 지방선거에서의 투표율은 전국 시·도 가운데 뒤에서 2∼4위를 기록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 문 후보는 12월 2일과 11일 인천을 찾았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 문 후보는 12월 2일과 11일 인천을 찾았다.
ⓒ 한만송

관련사진보기


인천의 많은 유권자는 투표율이 낮다 보니 이번 대선에서도 유력 후보들의 유세 일정에서 인천은 늘 후순위였다고 푸념한다.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인천을 딱 한 번(11월 29일) 찾았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두 번(12월 2일, 11일) 찾았다. 

'투표율 꼴등' 불명예를 기록한 17대 대선 때 인천 투표율은 60.3%에 머물렀다. 당시 부산·울산·경남의 평균 투표율은 64%였고, 대구·경북은 70%에 육박했다.

인천의 투표율이 매번 이렇게 낮았던 것은 아니었다. 15대 대선 때는 80%로 대구·경북보다 높았다. 14대 대선 때는 80.3%, 13대 때는 88.1%로 전국 평균을 육박했다. 당시 인천은 '야도(야당의 도시)'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현직 교사로 전교조와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 지금은 인천지역 문화운동을 하는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 이사장을 맡고 있는 신현수씨는 최근 들어 '투표율 숙명론'을 강조한다. 그는 "인천이 투표율 최하위를 기록해 중앙정치로부터 홀대를 받는다"며 "투표율을 끌어 올리자"고 주장했다.

인천에서 1970년대부터 문화운동을 해온 '새얼문화재단'의 지용택 이사장도 지난 12일 열린 새얼아침대화에서 "인천의 투표율을 높이자"고 참석자들에게 호소했다.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여야 모두에게 인천이 홀대를 받고 있다. 대통령 후보들이 영호남엔 열심히 다니지만 인천에 온 기억은 별로 없다. 왜 그런가. 인천 투표율이 가장 아래다. 이래서는 우리가 대접 받을 수 없다. 새얼문화재단은 인천의 대표적인 모임이다. 인천지역 국회의원 12명과 (여야) 시당 사무처에서 우리에게 '대선 후보가 온다'고 약속해도, 무슨 사정인지 결국엔 안 온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11일 오후 7시께 부평역 광장에 나타나자 20~40대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부평신문 자료사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11일 오후 7시께 부평역 광장에 나타나자 20~40대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부평신문 자료사진>
ⓒ 한만송

관련사진보기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인천의 재정위기는 심각한다. 대선 후보들이 인천보다 다른 동네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아 불만"이라며 "인천은 인구는 많지만 투표율이 항상 저조했다. '투표율 높이기'는 인천에서 태어난 세대나 그 부모들에게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근혜가 안보 문제 확실히 해결할 것"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을 찾는 대선 후보들은 대표적인 지역 공약을 내놓기 마련이다. 호남의 새만금 사업, 남부권 신공항 건설 공약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인천의 주요 의제인 재정위기와 인천아시안게임 국비 지원, 서해 평화 정착 문제는 대선 후보들에게 주요 의제가 아니다. 

남동구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에서 만난 이아무개(69)씨는 안보문제를 이유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난 미군기지에서 30년 이상 근무하다가 정년퇴임한 사람이다. 안보 관련해서는 박근혜가 문재인보다 확실할 것 같다"며 "북한에 퍼주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을 찍었지만, 후회는 크다"고 말했다. 

부평구청 근처에서 30여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김아무개(71) 할머니도 박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13일 만난 김 할머니는 "그동안 대선에서 투표를 거의 안했는데, 근혜는 부모 잃고 불쌍해서 이번에는 꼭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 할머니의 딸도 "정치인들은 다 거짓말 한다. 우리 가족은 전통적으로 1번만 찍어왔다"고 거들었다. 김 할머니네 가족 역시 "인천의 주요 의제 해결이 대선 후보 선택의 기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11월 29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보기 위해 부평역 광장에 새누리당 당원과 지지자, 시민 등이 모였다. 대부분 50대 이상의 노년층이었다. <부평신문 자료사진>
 11월 29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보기 위해 부평역 광장에 새누리당 당원과 지지자, 시민 등이 모였다. 대부분 50대 이상의 노년층이었다. <부평신문 자료사진>
ⓒ 한만송

관련사진보기


같은 날 부평역에서 만난 박아무개(51)씨는 경기도 광명시에 살지만 인천시 부평구에서 20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딸 권유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준비 중인데, 어제(12일) 카카오톡으로 '8시간 걸려 재외국민 투표를 했다'는 문자를 보내왔다"며 "딸이 '박근혜를 찍으면 아빠를 미워하겠다'는 문자도 보냈다"고 밝혔다.

"이명박 5년 실정... 반드시 책임 물어야"

이어 그는 "우리보다 훨씬 이 나라에서 오래 살 딸의 간절한 소원이고, 변화한 국제경제 상황에서는 현 집권세력보다 야당이 (국가 운영을) 잘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13일 새벽 1시께 경인전철 동암역 인근에서 만난 택시 기사 이아무개씨는 "현 정권 심판차원에서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에 올라온 지 20여년 됐다. 전북 부안 출신이지만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이 경제 살린다고 해서 찍어줬다. 그런데 이명박이 한 게 뭐 있느냐"며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지게 하는 차원에서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인천 최대 상권으로 꼽히는 부평지하상가에서 만난 상인 서일상씨도 문재인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서씨는 20년째 남성복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5년 잘못 했으면 그에 대해서 심판을 받아야 한다. 박근혜가 서민경제에 대해 뭘 아느냐"며 "골목 상권에 대기업들이 침범할 때 새누리당이 한 게 뭐가 있느냐"고 현 정부와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가능한 12일에 실시한 조사에서 경기·인천지역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46.2%,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49.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95% 신뢰수준에 ±1.8%p. 응답률 11.4%)

하지만 <중부일보>가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천에서 박 후보는 58.3%, 문 후보는 34.6% 지지율을 기록했다. 인천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온 것이다. (95% 신뢰수준에 ±2.2%p)

경기와 인천에는 전국 최대 유권자가 모여있다. 그만큼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천 민심이 누구에게 기울지, 19일 밤에는 밝혀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한만송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 #박근혜, #문재인, #투표율, #지용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