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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남부시장
 전주 남부시장
ⓒ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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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는 할 건디, 아직 잘 모르겄어. 토론 한 번 더 봐야제."
"나는 무조건 문재인이여."

전북 전주 남부시장의 한 아동복 가게에서 13일 만난 두 시민의 대화다. 대선 후보 지지를 두고 이민우(가명, 66) 사장은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이 빨리 안 서네"라고 말했다.

반면 아동복 가게에 놀러왔다는 주성문(66)씨는 "나는 무조건, 무조건 문재인이여"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그는 "나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형제처럼 선거운동 했었다"며 "내 주변에도 다 거시기(문재인) 지지한당께"라고 말했다.

"내 주변에도 다 거시기 지지한당께"

주씨처럼 '무조건 문재인'은 아니어도 이날 남부시장에서 만난 시민은 대부분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같은 시장에서 만난 시민 김명자(가명, 54)씨는 "딱 이 사람이다 싶은 후보가 없다"면서도 "그래도 막상 투표장 들어가면 민주당 찍게 되더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 중에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짙은 사람이 더러 있었다.

전주 시내 길목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김도영(가명, 74)씨는 "정치인들은 어차피 다 똑같혀. 그니께 가급적이믄 민주당 찍어야지"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경제 좀 잘 살려줄 대통령이 있었으믄 쓰겄어. 요즘 경제가 너무 어려워서 종일 붕어빵 팔아도 3~4만 원 버는 게 전부여. 그래도 예전에 부도나게 생긴 나라 김대중씨가 살렸잖여. 근께 문재인이도 잘 하겄지."

역대 대선 득표율을 살펴보면, 전북의 유권자 절대 다수는 야권을 지지했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94.4%, 이회창 후보는 3.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93.2%, 이회창 후보는 4.9%를 득표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정동영 후보 81.60%, 이명박 후보 9.04% 득표율을 기록했다.

전주 중앙시장 앞
 전주 중앙시장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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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득표율에서 보듯 호남은 '민주당 텃밭'이라 불린다. 그만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시민을 만나기 어려웠다. 전주 남부시장에서 중앙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박 후보를 지지자를 만났다.

강민영(가명, 62)씨는 "내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디, 어디 가서 말하지 마"라며 기자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여기는 다 민주당 지지해가꼬, 내가 박근혜 지지한다고 하믄 쫌 그래. 박근혜 후보 정책이나 그런 거는 몰라. 근데 여기서 맨날 민주당 후보만 나온께 그라제. 새누리당 후보도 나오고 그래야 균형이 잡히지 않겄어?"

전주 남부시장과 중앙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표심은 거의 문재인으로 쏠려 있었다. 그렇다면, 전주 젊은층의 표심은 어떨까.

"안철수 사퇴해서 안타까웠는데..."

이날 전북대 옛 정문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유세가 예정돼 있었다. 그래서인지 시험기간임에도 대학생들이 현장에 많이 나왔다. 고강모(23)씨는 "문재인 후보는 인간미가 돋보이고, 반값등록금도 실시할 것 같다"며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대 앞 문재인 유세에 앞서 한 시민이 문재인 후보에게 바라는 점을 쓰고있다.
 전북대 앞 문재인 유세에 앞서 한 시민이 문재인 후보에게 바라는 점을 쓰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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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 유세를 보러 나온 전북대 재학생 이상희(가명, 22)씨도 "얼마 전 박근혜 후보의 유세도 보러왔는데, 그땐 사람이 정말 없었다"며 "오늘 문재인 후보 유세에는 그때보다 10배의 사람들이 모인 것 같다, 문 후보가 꼭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세차량 앞에 모인 시민 중에는 교복 입은 학생들도 보였다. 전주 완산여고에 다닌다는 이해나(18), 황찬미(18), 박소라(18) 학생은 "투표권은 없지만,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도록) 부모님을 설득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세 어린 딸들을 데리고 나온 주부도 보였다. 이수영(가명, 33)씨는 "문재인 후보를 보기 위해서 딸들을 데리고 왔다. 모든 면을 종합했을 때, 문 후보가 대통령에 가장 적합하다"며 "육아정책에 관심이 많은데, 다음 토론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북대 앞에서 문재인 후보를 기다리는 시민들.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보인다.
 전북대 앞에서 문재인 후보를 기다리는 시민들.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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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때문에 문 후보를 지지한다"는 대학생들도 있었다. 박소연(21), 이지혜(21)씨는 "원래 안철수 전 후보를 지지했는데 사퇴해서 아쉽다"면서 "안 전 후보가 문 후보 지지유세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문 후보를 지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권교체가 꼭 이루어지면 좋겠고, 문 후보의 비정규직 관련 공약이 꼭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자리에 있던 김소민(24)씨도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었는데, 그의 사퇴 후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게 됐다"며 "문 후보가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정권교체를 위해서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안철수 지지했다가 부동층으로 돌아섰다는 대학생도 있었다. 전북대에 다니는 이우석(24)씨는 "대통령 후보 중 안철수가 가장 비전이 있어 보였는데, 그의 사퇴로 누구를 지지할지 고민중이다"며 "3차 TV토론을 보고 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대표 안일원)가 실시한 마지막 여론조사(12일) 결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호남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19.7%)를 기록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73.3%였다. (95% 신뢰수준에 ±1.8%p. 응답률 11.4%)

덧붙이는 글 | 김은희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대선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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