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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입니다. 11월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간 지역은 수도권입니다. [편집자말]
 통인시장 도시락 카페의 가맹점인 한 반찬가게 앞에서 차례로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통인시장 도시락 카페의 가맹점인 한 반찬가게 앞에서 차례로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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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무침은 엽전 한 개, 제육볶음이랑 떡갈비는 엽전 두 개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을 찾았다. 평일 낮인데도 시장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손잡고 구경하는 커플, 카메라를 들고 통인시장 곳곳을 담는 학생들,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

흔히 보는 재래시장의 풍경이 아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시장 내에는 도시락과 엽전을 손에 쥐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곳곳의 반찬가게 앞마다 사람들이 줄을 지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원하는 반찬을 주문하며 도시락을 내밀었다. 반찬가게 상인들은 반찬을 담아주면서 "엽전 한 개요", "엽전 두 개요"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상인의 말대로 엽전을 지불했다.

'시장의 이색풍경'... 오천원으로 나만의 도시락 만들기

 통인시장 도시락 카페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현금을 엽전으로 바꿔야 한다. 현금을 엽전으로 바꾸면 플라스틱 도시락도 함께 준다.
 통인시장 도시락 카페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현금을 엽전으로 바꿔야 한다. 현금을 엽전으로 바꾸면 플라스틱 도시락도 함께 준다.
ⓒ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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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시장 내의 도시락 카페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돈을 전용 엽전으로 교환해야 한다. 통인시장 2층에 위치한 고객만족센터에서 현금을 엽전으로 바꿀 수 있다. 엽전은 개당 500원. 엽전 10개, 즉 5000원 정도면 한 끼 식사를 원하는 반찬으로 가득 채워 먹을 수 있다. 다른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나만의 도시락 만들기'는 젊은 사람들을 시장으로 이끄는 데 한몫했다.

밥과 국은 카페에 준비 돼 있다. 반찬은 통인시장 내에 있는 반찬가게를 이용하면 되는데, '도시락 카페 가맹점'이라는 푯말이 놓인 반찬가게에서만 엽전을 이용할 수 있다. 통인시장은 지난해 1월부터 마을기업 사업의 일환으로 도시락 카페 '통'을 시작했다. 시장 내 도시락 카페 가맹점은 총 16곳. 반찬가게, 분식집, 떡집 등이 가맹점에 속해있다.

시장에서 만난 임미란(23)씨는 동생과 함께 도시락 카페를 찾았다. 그는 인터넷에서 검색하던 차에 통인시장 도시락카페를 알게 됐단다. 임씨는 "집에서 통인시장까지는 1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워낙 유명하다는 소문에 찾아오게 됐다"며 "검색하면서 먹어보고 싶었던 반찬이 많았는데 와서 보니 반찬이 더 다양해서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씨와 같은 대학생들도 많이 찾지만, 근처 직장인들도 점심시간에 통인시장을 찾는다. 도시락 카페에서 밥을 먹고 있던 김지영씨(26, 가명)는 "직장이 통인시장 근처라 점심을 여기서 먹는다"며 "요즘 5000원에 밥 한 끼 먹을 수 있는 곳도 드문데, 이곳은 반찬 종류도 많고, 양도 많아서 자주 온다"고 말했다.

 반찬을 다 구매한 사람들은 2층으로 올라와 밥과 국을 구매할 수 있다.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카페도 마련되어 있다.
 반찬을 다 구매한 사람들은 2층으로 올라와 밥과 국을 구매할 수 있다.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카페도 마련되어 있다.
ⓒ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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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인기인 이곳은 요즘은 커플들 사이에서 특별한 데이트 코스로도 통한다고. 친구와 함께 통인시장을 찾은 강기현(22, 가명)씨는 "인터넷에 검색해봤더니 데이트 코스로 많이 추천하더라"며 "엽전도 신기하고,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서 다음에는 남자친구랑 오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 모든 이색풍경은 통인시장에서 운영하는 '도시락 카페' 덕분에 나타났다. 원하는 반찬을 도시락에 담아 바로 먹을 수 있는 것도, 화폐 대신 전용 엽전을 내미는 것도 통인시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매력이다.

"도시락 카페 운영 이후 매출 30~40% 늘었다"

 통인시장 도시락 카페 가맹점 '시골반찬', 이 곳은 도시락 카페가 운영된 후 매출이 30~40% 늘었다.
 통인시장 도시락 카페 가맹점 '시골반찬', 이 곳은 도시락 카페가 운영된 후 매출이 30~40% 늘었다.
ⓒ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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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상인들의 얼굴도 활짝 폈다. 반찬가게를 하는 상인들은 찾아오는 손님이 평일·주말 가릴 것 없이 많이 늘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요. 맛있다고 블로그에 올려주는 손님도 더러 있어요. 그래서인지 인터넷에서 맛집이라고 소문났다고 일부러 찾아왔다는 사람도 있었고요. 긍정적인 효과를 굉장히 많이 봤죠.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다 보니 도시락 카페를 하기 전보다 매출도 30~40% 정도 늘었어요"

도시락 카페 가맹점인 '시골반찬'을 운영하는 김남순(60)씨는 활력을 띤 시장에 흐뭇해하며 말했다.

통인 커뮤니티 심계순 관리소장은 "2011년 11월 시장 상인회가 마을기업을 설립하면서, '시장의 먹을거리를 활용해 주변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자'는 취지에서 도시락 카페를 운영하게 됐다"며 "사람들의 관심이 꾸준히 높아져 방문자가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평일에는 200~400명, 주말에는 600~1000명, 많게는 1200명까지 시장을 방문한단다.

그는 "도시락 카페 운영 전에는 50, 60대 주부들이 주로 시장을 이용했는데 이제는 각계각층, 다양한 연령층이 시장을 방문하고 있다"며 "덕분에 시장이 많이 활기차졌다"고 바뀐 분위기를 전했다.

"마약처럼 당기는 마약김밥이 있어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광장시장. 2층에는 구제시장도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광장시장. 2층에는 구제시장도 있다.
ⓒ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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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발걸음이 통인시장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통인시장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광장시장도 오후가 되자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일명 광장시장 '먹자골목'을 찾는 사람들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만큼 먹자골목에는 마약김밥, 순대, 떡볶이, 빈대떡, 수수부꾸미, 육회 등 먹을거리의 종류가 다양했다. 밀려드는 사람들로 상인들도 정신없었다. 앉을 자리가 없어 손님이 발길을 돌리는 상가도 있었다. 상가들 곳곳에는 맛집 프로그램에 방영됐다는 간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편에 앉아 친구와 소주 한 잔하는 할아버지, 엄마와 손잡고 온 아이들, 등산하고 온 아줌마들, 백팩을 매고 온 학생들, 데이트하러 온 커플들,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광장시장 먹자골목이 남녀노소, 연령불문하고 얼마나 사랑받는 지 알 수 있었다.

 광장시장 먹자골목. 사람들이 앉아 음식을 먹고 있다
 광장시장 먹자골목. 사람들이 앉아 음식을 먹고 있다
ⓒ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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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강호동이가 먹었던 마약김밥 하나 묵고 가!"

광장시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마약김밥'이다. 처음부터 '마약김밥'이라고 불렀던 것은 아니다. 독특한 겨자 소스를 찍어먹는 김밥이라고 해 '소스김밥'으로 불렸다. 몇 년 전, KBS <1박 2일>에서 강호동이 먹은 후 '소스가 마약처럼 당긴다'고 한 후로 '마약김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먹자골목에서 '광주집'을 운영하며 마약김밥, 떡볶이, 오뎅 등을 파는 상인 강경순(68)씨는  "TV에 자주 나와서인지 광장시장을 잘 몰랐던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강호동이 다녀 간 후로 사람들이 더 많이 왔다"고 말했다.

강씨는 최근 몇 년 사이 시장을 찾는 연령대가 다양해진 것을 말하면서 덧붙였다.

"예전에는 시장에 젊은 사람들이 잘 안 왔지, 젊은 사람들이 왜 여기까지 와서 밥을 먹겄어, 근디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 데이트 하러 오는 커플도 많고, 찾아오는 학생들도 많아, 이렇게 젊은이들이 많이 오니까 참 좋지."

강씨의 말처럼 먹자골목에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빈대떡 부치는 모습을 구경하며 사진 찍기도 하고, 자리가 없으면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상가에서 마련한 식탁 한편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커플도 보였다.

 광장시장 먹자골목.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는 커플도 보인다.
 광장시장 먹자골목.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는 커플도 보인다.
ⓒ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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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현(가명, 28)씨는 여자친구와 먹자골목을 자주 찾는다. 데이트 할 때마다 매일 비슷한 곳만 가서 식상했단다. TV에서 광장시장을 본 후 호기심에 와봤다가 단골손님이 됐다. "맛있고 값도 저렴해서 여자친구도 좋아한다"며 "근처에 청계천도 있어서 커플들 데이트 코스로 딱이다"라고 말했다.

먹자골목을 오기 위해 멀리서부터 온 학생들도 있었다.

노희연(15)씨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마약김밥을 먹기 위해 남양주시에서 일부러 찾아왔다. '원조 마약김밥'이라고 쓰인 간판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고 왔다, 이곳이 맛있다고 하기에 줄 서서 기다리는 중"이라며 "마약김밥을 먹은 후에는 2층 구제시장을 둘러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씨처럼 먹자골목에서 마약김밥, 순대, 떡볶이, 빈대떡, 수수부꾸미, 육회 등을 먹고 난 젊은이들은 2층에 위치한 구제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구제시장은 젊은이들을 광장시장까지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

처음 온 사람들이 "대박"이라고 부르는 곳, 광장 구제시장

 광장시장 2층에 위치한 구제시장.
 광장시장 2층에 위치한 구제시장.
ⓒ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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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에서 연결된 계단을 이용해 올라간 2층 구제시장에는 빽빽하게 옷과 신발들이 진열돼 있다. 상가 곳곳에서 "언니, 아우터 어때요? 한 번 보고 가", "오빠가 잘 깎아줄게, 뭐 찾아요?" 등의 말들이 들렸다. 제대로 된 옷을 사기 위해 이 상가, 저 상가로 발품 파는 젊은이들도 있었다.

경기도 수원에서 온 이수현(21, 가명)씨는 "자주 오지는 못하지만 옷을 살 때 꼭 여기 와서 산다"며 "거리가 멀긴 하지만 그만큼 예쁜 옷이 많다"고 말했다.

구제시장에는 흔하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패턴의 옷, 스카프, 신발 등 다양한 물건들이 즐비했다. 끝없이 펼쳐진 옷들 사이에서 손님들의 손도 바쁘게 움직였다. 구제시장에 처음 왔다는 중학생들은 옷들을 구경하며 "대박", "신세계다", "여기 매일 오고 싶다"고 연신 말했다.

 광장시장 2층에 위치한 구제시장. 독특한 패턴의 옷이나, 신발, 가방 등을 팔고 있다.
 광장시장 2층에 위치한 구제시장. 독특한 패턴의 옷이나, 신발, 가방 등을 팔고 있다.
ⓒ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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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시장 상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한 직원은 "2-3년 전에는 사람들이 꽉 차 움직이기도 힘들었다"며 "요즘은 예전만큼 못하고 들쑥날쑥 하지만 그래도 항상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상가에서 카디건을 고르던 김은주(22)씨는 "광장시장과 구제시장이 같이 있어 일석이조라며 "싼 가격에 카디건도 샀고, 집에 갈 때는 마약김밥을 포장해 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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