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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수도 보고타는 북쪽에 부유층이 살고, 남쪽에는 빈곤층이 거주한다. 중간에 위치한 센트로는 어느 콜롬비아의 도시들이 그러하듯, 양측이 접하는 지점으로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치안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진다.
▲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Bogota) 시내 전경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는 북쪽에 부유층이 살고, 남쪽에는 빈곤층이 거주한다. 중간에 위치한 센트로는 어느 콜롬비아의 도시들이 그러하듯, 양측이 접하는 지점으로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치안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진다.
ⓒ 안준모 - 임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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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는 12월 18일부터 10년간 4개의 사기업 카르텔(cartel)이 독점적으로 수행해온 쓰레기 처리 업무가 중단되고, 시 행정부 산하 국영기업(Eaab)이 해당업무를 독점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지난 10년간 네 개의 사기업체(Lime S.A E.S.P, Atesa S.A E.S.P, Aseo capital S.A E.S.P, Ciudad limpia S.A E.S.P)가 보고타 지역을 6개 구획으로 나눠 독점적으로 보고타 시민들의 쓰레기를 수거해 이윤을 취해왔다.

그러나 18일부터 시 행정부 산하 국영기업인 la Empresa de Acueducto y Alcantarillado de Bogotá(Eaab)이 이전 6개 구역 쓰레기 처리 업무 모두를 관할하게 된다. 이전 쓰레기 처리 업무와 변화된 점은 이전에는 재활용 및 비재활용 쓰레기 모두를 기업이 수거해 이윤을 취해왔지만, 새로이 실시되는 시스템에서는 비재활용 쓰레기(Residuos no aprovechables)는 Eaab가 수거하게 되고, 재활용 쓰레기(Residuos aprovechables)는 재활용 수집가들로 구성된 60개의 재활용 쓰레기 수거 기업들이 수거하게 된다.

그러나 Eaab가 계속해서 쓰레기 처리 업무를 해나갈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Eaab는 내년 1월에 열리는 쓰레기 처리 업무 공개 입찰을 7월 선정업체를 발표하고 12월 19일부터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독점적으로 활동한다.

내년 1월 입찰을 통해 선정된 기업은 이전과 다르게 Eaab처럼 비재활용 쓰레기만을 수거하게 된다. 18일부터 바뀌는 쓰레기 처리업무를 위해 Eaab는 234대의 압축차량, 93대의 덤프트럭 그리고 50여 대의 청소차량을 구입해 한다. 해당 기자재 구입과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 총 1800억 콜롬비아 뻬소(한화 약 720억2800만 원)가 소요된다(기자재 구입에 1150억 빼소가 투입되고, 인프라 확충을 위해 650억 빼소가 추가로 투입된다). 현재 30여 개의 재활용 수집 기업이 구성된 상태다.

현 보고타의 쓰레기 처리 모델 원안은 4개의 사기업체(Lime S.A E.S.P, Atesa S.A E.S.P, Aseo capital S.A E.S.P, Ciudad limpia S.A E.S.P)가 자유경쟁을 통해 입찰자로 선정돼, 10년간 독점적으로 해당 업무를 맡아왔다. 지도에 보이는 것처럼 구획을 총 6개로 구분하여 4개의 기업들이 한 두개의 구역을 독점적으로 맡아왔다.
 현 보고타의 쓰레기 처리 모델 원안은 4개의 사기업체(Lime S.A E.S.P, Atesa S.A E.S.P, Aseo capital S.A E.S.P, Ciudad limpia S.A E.S.P)가 자유경쟁을 통해 입찰자로 선정돼, 10년간 독점적으로 해당 업무를 맡아왔다. 지도에 보이는 것처럼 구획을 총 6개로 구분하여 4개의 기업들이 한 두개의 구역을 독점적으로 맡아왔다.
ⓒ Google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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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개의 사기업들을 대신해서 시 관할 기업인 Eaab(la Empresa de Acueducto y Alcantarillado de Bogota)가 종전 6개 구획에 해당되는 전 지역의 쓰레기 처리 업무를 맡게 된다. 18일부터 바뀌는 쓰레기 처리업무를 위해 Eaab는 234 대의 압축차량, 93대의 덤프트럭 그리고 50여대의 청소차량을 구입하여 한다. 해당 기자재 구입과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 총 천 팔백 억 콜롬비아 뻬소(한화로 약 백 칠억 2천 8백만원)가 소요된다. (기자재 구입에 천 백 오십억 뻬소가 투입되고, 인프라 확충을 위해 육백 오십억 뻬소가 추가로 투입된다.)
▲ 12월 18일부터 적용되는 쓰레기 처리 모델 임시 이행안. 4개의 사기업들을 대신해서 시 관할 기업인 Eaab(la Empresa de Acueducto y Alcantarillado de Bogota)가 종전 6개 구획에 해당되는 전 지역의 쓰레기 처리 업무를 맡게 된다. 18일부터 바뀌는 쓰레기 처리업무를 위해 Eaab는 234 대의 압축차량, 93대의 덤프트럭 그리고 50여대의 청소차량을 구입하여 한다. 해당 기자재 구입과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 총 천 팔백 억 콜롬비아 뻬소(한화로 약 백 칠억 2천 8백만원)가 소요된다. (기자재 구입에 천 백 오십억 뻬소가 투입되고, 인프라 확충을 위해 육백 오십억 뻬소가 추가로 투입된다.)
ⓒ Google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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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aab는 내년 1월에 열리는 쓰레기 처리 업무 공개입찰을 7월 선정업체를 발표하고 12월 19일부터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독점적으로 활동한다. 구획은 위 지도처럼 12개 구획으로 나뉘게 되고 각 지역마다 선정된 업체들은 비재활용 쓰레기만을 수거할 수 있다.
▲ 2013년 12월 19일 자유경쟁 입찰 뒤 적용되는 새로운 쓰레기 처리 모델. Eaab는 내년 1월에 열리는 쓰레기 처리 업무 공개입찰을 7월 선정업체를 발표하고 12월 19일부터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독점적으로 활동한다. 구획은 위 지도처럼 12개 구획으로 나뉘게 되고 각 지역마다 선정된 업체들은 비재활용 쓰레기만을 수거할 수 있다.
ⓒ Google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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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로운 모델은 정부기관 CRA(la Comision de Regulacion de Agua Potable y saneamiento Basico)의 타당성 조사를 거쳐 지난 11월 19일 시의 승인을 받았다. 승인 뒤에 Eaab의 눌집이 한때 해커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로 인해 Eaab가 400여 대의 쓰레기 수거 및 처리 업무에 관한 차량을 구입하는 계약 내용들이 노출됐다. 새로운 모델을 도입하는 측에서는 이번 해킹 사건을 새 모델 도입에 반대하는 측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새로운 모델 도입을 주장하는 측에는 현재 보고타 시장인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와 그를 지지하는 행정공무원들이 존재한다. 보고타 시 정부 측에서는 현재까지 자유 입찰을 통해 선정된 4개 기업이 10년 이상 쓰레기 처리 업무를 독점적으로 지배하면서 에스뜨라또(콜롬비아에서는 인구를 소득기준 7분위로 나눠서 해당 분위에 맞는 공공 서비스에 대한 세금을 부과한다. 보통 6분위까지 적용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보고타의 경우는 슈퍼부자 즉, 7분위 계급이 따로 존재하고 그에 맞는 차별적 세금을 적용한다. 참고로, 6분위 계급이 콜롬비아 전체 인구의 1.2%를 차지한다.)

일각에서는 1, 2 및 3계급에게 돌아가야 할 지원 배당의 30%를 빼앗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콜롬비아 헌법 재판소에서 "쓰레기 수거 및 처리 업무에 관한 모델 선택 시 재활용 수집가들을 포함하는 모델이어야 한다"고 시정부에 내린 판결문을 들어 새로운 제도 도입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대 측에서는 새 모델의 도입이 시장의 자유경쟁 원리를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 측에는 보고타 시정 담당 최고 보좌관(Alta Consejera para los Asuntos de Bogota) 지나 파로디(Gina Parody)와 기존에 쓰레기 처리 업무를 맡았던 업체들이 있다. 이들은 시 정부가 반(反) 기업 정서에 기초해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현재 하루 보고타에서 배출되는 7700톤의 쓰레기를 기존의 업체들을 대체해 Eaab가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쓰레기 수거 및 처리 업무 시스템에서는 6개의 구획에 600개의 고정된 쓰레기 수거 루트를 바탕으로 7000명의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쓰레기 수거 차량의 수용 용량이 6톤에 달하는데, 이 수용 용량을 채우게 되면 차량들은 쓰레기 집하장으로 이동해 쓰레기를 하역한 뒤 다시 수거 루트를 돌게 돼있다. 그리고 각 기업들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은 대부분 10년 이상의 업무 경험을 가지고 있는 베테랑들이다. 이러한 정교한 시스템을 급작스럽게 쓰레기 수거 및 처리 업무 경험이 아주 없는 Eaab가 대체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대 측의 주장에 따라 다른 행정기관인 SIC(la Superintendencia de Industria y Comercio – 상공업 감찰기구)는 Eaab가 이번 새로운 모델의 사업자로 선정된 경위와 자유경쟁의 원리에 위반되지는 않는지 사실조사를 위해 Eaab에 개입하여 수사를 실시했다. 보고타 시정 담당 최고 보좌관 지나 파로디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콜롬비아의 모든 국영 및 사기업은 콜롬비아 헌법 및 법률 아래에 있기 때문에, 어떠한 기업도 감찰기관의 감시 하에 예외일 수 없다"고 언급하면서 "더군다나 국영기업은"이라는 말을 했다. 현지 언론들은 사실상 현 페트로 시장의 새로운 쓰레기 처리 모델 반대의 배후에는 지나 파로디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시장 구스타보 페트로는 무슨 이유로 지금 이 해묵은 쓰레기 카르텔의 해체를 시도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지나 파로디는 왜 페트로에 반대하는 것일까.

페트로는 지난 2010년 대선에서 POLO(Polo Democrático Alternativo)의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1차 투표에서 일찌감치 탈락한 뒤 공석인 보고타 시장 직에 출마해 올해 1월부터 수도 보고타의 시장 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페트로에게는 다음 2014년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가 남아있다. POLO 당내에서의 사상(思想) 불일치를 근거로 2010년 6월 대선 패배 이후 당을 나와 진보주의 운동(Movimiento Progresistas)이라는 새로운 정당 건립에 참여하게 된 페트로는 현재 다음 대선에서 진보주의 운동의 대선후보로 나설 것이 확실시 된다.

그러나 다음 대선에 참여하기 위해 페트로는 시장 직을 적어도 내년 3월에는 내려놔야 한다. 페트로로서는 다음 대선의 더 많은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해서 현 임기 내에 대중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실시해 보여야 한다. 올해 임기 중에 마약중독자를 치료 보호할 목적으로 소량의 마약을 시 정부에서 통제하여 공급하는 센트로(centros de consumo controlados de droga) 도입 추진 계획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좌절됐다.

지지부진한 지지층 확보에 고심하던 페트로에게 쓰레기 처리 시스템은 썩 괜찮은 탈출구가 될 수 있었다. 지난 10년간 4개의 사기업이 독점적으로 보고타의 쓰레기 처리 사업을 장악해왔다. 그리고 이 카르텔의 뒤를 돌봐주고 있는 정치인들이 대부분 우리비스타(Uribista)이기 때문에, 언제나 전임 대통령 알바로 우리베(Alvaro Uribe)와 대립각을 세워오던 페트로가 이 카르텔에 타격을 주는 것은 반(反) 우리베 정서를 바탕으로 지지층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다(지난 10년간 위 4개의 사기업이 보고타의 쓰레기 처리 업무를 장악해왔던 기간과 우리베가 대통령이었던 기간은 일치한다). 또 이번 새 모델의 도입을 통해서 '데스까미사도'(Descamisado). 즉, 헐벗고 굶주린 보고타의 빈곤층을 대변하는 '민중의 대변인' 이미지로 나설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쓰레기 처리 모델의 도입이 어떻게 민중을 대변하는 이미지로 이어질 수 있었을까? 보고타에서는 (주로 센트로 근처 지역) 낮에도 빈번히 벌어지는 일이이지만, 저녁이 찾아오면 빈곤에 시달리는 극단적 저소득층은 산더미 같이 모여 있는 쓰레기들을 뒤지며 재활용으로 쓸 만한 것들을 골라낸다. 10년 전 현 쓰레기 모델이 도입되기 전만해도 저소득∙빈곤층은 재활용쓰레기를 마음 놓고 수거해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쓰레기를 사기업이 수거해 가게 되면서 저소득∙빈곤층은 당장의 생존자체가 위협받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페트로 시장의 재활용 수집 기업을 도입하는 새로운 모델 안은 많은 저소득∙빈곤층으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중들은 시장의 이런 정책추진에 공감하고 정책을 무마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격렬하게 시위를 하고 있다. 페트로가 새 쓰레기 처리 모델이 보고타에 성공적으로 도입하게 된다면, 다음 2014년 대선에서 현 산토스 대통령에 맞서는 강력한 야권 후보로 나설 수 있게 된다.

반면, 보고타 시정 담당 최고 보좌관인 지나 파로디는 페트로가 보고타 시장 직에 물러나면 보고타 시장 선거에 뛰어들 만만의 준비를 하고 있다. 파로디는 이미 지난 2011년 보고타 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페트로에게 패한바 있다. 파로디로서는 다음 보고타 시장선거 승리를 위해 미리 페트로와 충돌하며 반(反) 페트로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파로디는 이를 바탕으로 다음 선거에서는 반 페트로 세력 연대로 승리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산토스 현 대통령도 재선을 위해 다음 선거에서 복병이 될 수 있을 페트로를 그냥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바라볼 수 없다. 밖에서 보기에는 페트로 대 지나 파로디의 싸움 같지만, 사실상 파로디는 산토스의 보고타 시정 담당 최고 보좌관 임명을 받아 보고타 시정에 관여하고 있는 대리인에 불과하다. 산토스는 파로디를 통해 까사 나리뇨(Casa Narino – 콜롬비아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통령 집무를 보면서도 보고타 시장이며 앞으로 강력한 야권 후보를 나설 수 있는 페트로를 미리 견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쓰레기 처리 모델 변화만 놓고 봤을 때는 페트로가 파로디와 산토스에게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현지시각)에 까사 나리뇨에서 산토스와 페트로가 이번 쓰레기 처리 모델 변화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였고, 회담이 끝난 뒤 페트로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산토스가 자신의 보고타 국정운영에 대해 지지를 보냈다는 멘션을 날렸다. 산토스가 이번에는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하지만 새로운 쓰레기 처리 모델의 시행일이 코앞으로 닥칠 경우 양측이 어떤 형태로 다시 충돌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태그:#보고타, #콜롬비아, #페트로, #파로디, #산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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