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짜장스님으로 더 유명한 운천스님이 아이들과 함께 짜장을 뽑고 있다
▲ 운천스님 짜장스님으로 더 유명한 운천스님이 아이들과 함께 짜장을 뽑고 있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짜장스님'으로 더 유명한 남원 천년고찰 선원사의 주지인 운천스님. 무슨 일인지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항상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랑실은 스님짜장'으로 봉사를 하고 계시는 분이기에 무슨 일인가 더 궁금하다. 그동안 '스님짜장'으로 봉사를 한 것이 벌써 3만 그릇이 훌쩍 넘었다.

말이 3만 그릇이지, 짜장 한 그릇에 가장 저렴한 가격인 2000원씩만 계산을 한다고 해도, 60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사회에 돌려준 셈이다. 운천스님은 늘 "스님이 벼슬입니까? 아이들에게도 배울 것은 배워야죠.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중생들의 아픔을 알고, 그들과 함께 세상 고통을 나눌 수 있겠습니까?"라고 되묻고는 한다.

변산공동체학교 아이들이 나무를 자르고 있다
▲ 나무자르기 변산공동체학교 아이들이 나무를 자르고 있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공동체마을에서는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 마을 공동체마을에서는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생태가 살아있는 곳, 부안 변산공동체학교

스님이 이렇게 상기된 것은 11월 25일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운산리에 소재한 '변산공동체학교'를 다녀온 후이다. 변산공동체는 주곡 중심의 농사를 유기농법만으로 고집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현재 10여 가구에 60여 명의 식구들이 모여 살고 있고, 그곳에 중·고 과정을 가르치는 대안학교인 변산공동체학교가 있다.

1998년에 문을 연 변산공동체학교는 오전에는 일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공부를 한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모두 살림수업을 한다. 황토로 이룩한 학교는 물론, 모든 것을 스스로 짓고 해결을 한다. 먹거리 하나에서부터 땔감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은 스스로 해결을 하는 것이다. 이곳에는 '화학'이란 것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공동체마을은 모든 일을 공동작업으로 한다
▲ 공동작업 공동체마을은 모든 일을 공동작업으로 한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도자기 등도 만들며 장작가마도 갖추고 있다
▲ 도자기 도자기 등도 만들며 장작가마도 갖추고 있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그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을 합니다. 그곳에 짜장봉사를 나갔다가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왔죠. 저희들은 아직도 짜장봉사를 하면서 일부는 돈을 주고 물건을 사오고는 하는데. 이 학교의 학생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합니다. 그러면서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고, 오히려 제가 더 부끄럽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  

벌써 이 학교가 문을 연 지 15년이다. 그동안 이곳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농약이나 화학비료, 제초 등을 하나도 쓰지 않았다. 10배나 더 품을 팔아야 하는 농사법을 그대로 고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급자족을 위해 쌀농사며 보리, 밀 등은 물론 콩, 고추, 고구마 등 모든 것을 심어서 사용한다. 토종 씨앗을 구하기 위해 강원도는 물론 안 다닌 곳이 없다는 사람들이다.

변산공동체마을에서는 닭도 토종닭이다. 이곳은 아직도 화학비료 등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 토종닭 변산공동체마을에서는 닭도 토종닭이다. 이곳은 아직도 화학비료 등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올곧은 생활...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니 놀라워"

11월 25일 짜장스님이 변산공동체 학교를 찾았다. 아이들에게 스님짜장을 해주기 위함이다. 아이들은 직접 짜장을 하는 것을 도와주기도 하고, 그리고 한 사람이 2~3인분은 기본으로 먹어치웠다.

"세상에 그동안 숱한 곳을 다녔지만, 이곳보다 잘 먹는 곳을 본 적이 없습니다. 60명이 살고 있고 잘 먹는다고 하기에, 150인분을 준비했는데 거의 남은 것이 없어요."

공동체학교에는 음악 등 인성교육을 위한 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 음악실 공동체학교에는 음악 등 인성교육을 위한 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스스로 작업으로 해결한다
▲ 목공소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스스로 작업으로 해결한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운천스님이 말을 하고 껄껄 웃는다. 그만큼 이곳 사람들의 식성이 좋았나 보다. 하긴 운천스님이 만들어 주는 스님짜장 역시 일 년 간 농사를 짓고 걷어들여 만들고 있으니, 두 곳의 마음이 딱 들어맞았을 것이다. 

"정말 대단한 곳입니다. 아이들이 직접 도자기도 만들고 나무를 패고, 도대체 과거 우리네들의 농사법과 살아온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정말 올곧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말이 공동체지 어느 누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런 곳에서 규칙을 지키며 생활을 하는 아이들에게서 정말 많이 배우고 왔습니다. 오히려 제가 더 부끄러울 정도였으니까요"

사랑실은 스님짜장을 먹고 있는 사람들. 한 사람이 2~3인 분을 먹었다고
▲ 스님짜장 사랑실은 스님짜장을 먹고 있는 사람들. 한 사람이 2~3인 분을 먹었다고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늘 그동안 자신이 사회로부터 받을 것을, 당연히 사회에 돌려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을 하는 운천스님이다. 당연히 자신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많은 것을 받았기 때문에, 그것을 먹을 것으로 돌려준다고 시작한 '사랑실은 스님짜장'. 운천스님은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이번에 자매결연도 맺고 왔습니다. 저희들이 농사를 지을 때 함께 도와주기로요. 세상은 내가 남을 위해 베풀면, 그것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법입니다. 그것이 바로 아름다운 인연이죠. 말로만 하는 아름다운 인연이 무슨 소용입니까? 저는 이번에 공동체학교를 찾아가서 60여 분의 스승을 만나고 왔습니다"라며 크게 웃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운천스님, #변산공동체마을, #대안학교, #공동작업, #스님짜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