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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쳔연대는 15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원이 금융거래 내역 뿐 아니라, 개인 신상 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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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가정보원이 검거한 '왕재산 간첩단' 사건의 후폭풍으로 인천지역 시민사회와 노동계 활동이 크게 위축받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7월 왕재산 간첩단이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북한의 지령을 받아 간첩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1심 법원도 이들의 혐의를 인정해 총책 김아무개씨 등에게 실형의 중형을 선고했다. 다만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를 구성한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국정원은 왕재산 관련자를 검거한 후 '국가보안법 관련 대상자 조사'를 근거로 인천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 뿐 아니라, 노동계,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대대적 소환 조사를 실시했다. 소환 조사 대상자만 113명에 달하며, 야당 소속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도 조사했다.

국정원은 연장선에서 지난 1월 설 명정을 전후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소속 교사 4명의 집과 학교를 압수 수색했다. 한 교사의 경우 48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당했다. 평화통일을여는사람들(이하 평통사) 활동가들도 지난 2월 8일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당했다. 국정원과 경찰청은 평통사 타 지역 사무실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이외에도 국정원은 지난 4월 중순부터 2차에 걸쳐,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이하 인천연대), 노동자 교육기관 등의 시민사회 단체 회원 200여명에 대한 금융계좌 거래 내역을 들춰봤다. 15일 현재 인천연대에 접수된 금융정보사실 통보서를 받은 인원은 106명에 달한다.

인천연대에 따르면 금융거래 계좌 사찰은 지난 4월 중순경부터 4월 말까지 1차로 진행됐다. 5월에는 2차 사찰이 진행됐고, 2차 사찰은 10월 10일 이후 개개인 별로 통지됐다. 금융거래 계좌를 사찰한 기관은 국정원 뿐 아니라, 경찰청, 대구와 서울경찰청 등의 기관이 동원됐다. 인천연대는 계좌 사찰을 당한 사람이 <한겨레>가 민주통합당 김현 의원을 통해 확인한 216명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천연대는 15일 인천시청에서 '국정원 민간인 사찰 피해 사례 보고 및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천연대는 "1월 압수수색한 전교조 교사와 금융 거래가 과거 1회라도 있으면 모두 사찰대상으로 됐으며, 현재 거래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 계좌 정보가 제공되었다는 접수자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학생, 친인척, 친목모임 등 최소한의 수사 기준과 원칙도 없었으며, 통지서를 받은 이들은 금융거래를 중단하고 싶다는 얘기를 하는 등 정상적인 금융 거래를 못 하겠다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천연대는 "금융정보사실 통보서를 받은 한 시민은 '당신 딸이 일하던 곳이 북한 공작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라는 협박을 받는 등 확정적 사찰과 조사가 이뤄졌다"고도 주장했다. 인천연대는 금융정보사실 통보서를 받은 상당수 회원들이 금융거래 뿐 아니라, 개인 주민번호, E-mail, 직장과 부서, 주택 소유현황 등의 개인 정보가 국정원에 제공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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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연대는 지난 7일 국가정보원 인천지부 정문 앞에서 인천연대 회원에 대한 무차별적인 사찰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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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인천서 사건 하나 터진다"

노동자 교육기관 원권식 대표는 이날 "총 4번에 걸쳐 금융정보사실 통보서를 받았다. 아이들이 처음에 통지서가 왔을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는 '국정원이 뭐하는 곳이냐', '아빠 나쁜 짓 한 거냐'고 물었다"면서, "나도 모르게 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생길 정도로 불안하다"고 털어 놓았다.

시민단체 상근자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A씨도 <부평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어느 날 갑자기 국정원에서 내 금융거래를 조회했다고 통보가 와서 부모님들이 크게 놀랐다"면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지낸 지 몇 년이 됐는데, 저에게까지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심정을 밝혔다.

<한겨레>가 최근 사단법인 인권의학연구소의 '왕재산 사건 관련자 인권피해 실태조사 분석자료'를 분석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국정원 조사를 받은 7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보였고, 이 가운데 15%는 '위험 가능군'으로 분류됐다.

'공안탄압 분쇄 소위 왕재산 조작사건 인천대책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작년 왕재산 사건 이후 인천의 통일운동 단체를 비롯해 진보적 시민사회, 노동계, 정당 인사 상당수가 조사를 받았고, 그 영향 등으로 인해 활동이 많이 위축된 것이 사실"이라며, "일각에서는 대선 전에 인천에서 공안 사건이 터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이달 초 국가보안법 위한 혐의를 받는 인천 지역 전교조 교사 4명과 관련해 이들의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인천연대는 무분별한 민간인 사찰에 대한 문제 제기를 위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사다. 인천연대는 1인 시위와 촛불집회, 국정원 항의 방문, 국정원장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 제기 등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국정원을 포함한 공안기관의 수사권을 견제하기 위한 법 제도 개선을 대선 후보에게 요구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법적, 행정적 대응과 피해자들과 연대해 대응하겠다는 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