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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 국제농업박람회가 7일부터 11일까지 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진주시 국제농업박람회가 7일부터 11일까지 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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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부터 약 두 달 동안 경남 진주에서는 여러 축제가 연이어 열립니다. 개천예술제, 유등축제는 온 나라에 널리 알려진 축제입니다.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는 국제농업박람회가 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이지만 조금 더 긴 국화전시회도 같은 장소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수능일인 8일 아내와 큰 아이, 둘째 아이와 국제농업박람회 관람을 갔습니다. 막둥이는 학교에 갔습니다. 공부가 세상에서 가장 싫은 막둥이, 형아와 누나가 집에서 노는 것을 보면서 눈물을 머금고 학교에 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농업박람회라 사람들이 별로 없는 줄 알았는 데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북적북적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농기계 값이었습니다. 수십만 원짜리 풍구에서 9630만 원짜리 농기계도 있었습니다.

수천만원짜리 트랙터. 농입인들은 허리가 휩니다.
 수천만원짜리 트랙터. 농입인들은 허리가 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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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이게 6000만 원이에요."
"트랙터는 비싸요."
"4000만 원짜리도 있어요."

아내는 어안이 벙벙한 것 같습니다. 트랙터는 덩치가 큰 농기계라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옛날에는 소로 논 갈고 밭을 갈았습니다. 조금 발전한 것이 경운기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소로 밭갈이를 하거나 경운기로 논갈이를 하는 농민들은 거의 없습니다. 이유는 나이가 많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나이든 농민들이 트랙터를 살 여력이 안 된다는 겁니다.

"트랙터가 이렇게 비쌌어요?"
"당연하지. 일단 수요가 적잖아요. 자동차하고는 달라요. 농민밖에 살 사람이 없어요. 뿐만 아니라 논이 몇 마지기(1마지기 200평) 있는 농민들이 트랙터를 살 이유가 없지요. 살 사람이 적으니 비쌀 수밖에."

이것만 아닙니다. 모내기를 하는 이앙기도 천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옛날에는 손으로 다 심었습니다. 요즘도 걸어다니면서 심는 이앙기가 있지만 이제는 승용 이앙기입니다.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천만원 하는 이앙기를 살려면 논이 몇 마지기가 있어야 할까요? 최소한 3000평 이상은 되어야 이앙기를 살 수 있습니다.

이앙기입니다. 6줄 이앙기는 사람 100명이상의 능력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역시 천만원이 넘기 때문에 농민들에게는 부담이 큽니다.,
 이앙기입니다. 6줄 이앙기는 사람 100명이상의 능력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역시 천만원이 넘기 때문에 농민들에게는 부담이 큽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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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앙기만 있으면 될까요? 아닙니다. 타작을 하려면 콤바인이 있어야 합니다. 콤바인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2000만~ 4000만 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5000만 원이 넘는 콤바인도 있습니다.

컴바인도 수 천만원입니다. 옛날보다 농삿일이 쉽지만 돈은 더 많이 들어갑니다.
 컴바인도 수 천만원입니다. 옛날보다 농삿일이 쉽지만 돈은 더 많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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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 이앙기, 콤바인을 합하면 1억 원이 훌쩍 넘어버립니다. 외국산 고급 승용차값입니다. 농민들 허리가 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농기계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 쌀값은 거의 10년째 제자리 걸음입니다. 김근태(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달 5일 농림수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현재 80㎏ 기준 쌀값이 16만2000원 수준인데, 10년 전 가격도 16만원대였다. 10년이 지나도록 쌀값이 변화가 없다"며 "반면 비료값은 10년 전 3000원에서 이젠 1만2000원 수준으로 4배 정도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농민들이 죽기살기로 농사를 지어도 갈수록 빚만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갑자가 아내와 아이들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습니다. 결국 이곳저곳을 다녔습니다. 드디어 상상을 초월하는 농기계가 보였습니다. 풀을 베는 농기계입니다. 한우와 젖소를 키우는 농가들에게 꼭 필요한 농기계입니다. 풀을 베 조사료를 만듭니다. 6000만 원이 싼 가격입니다. 거의 1억에 가까운 베일리도 있습니다.

풀을 베 조사료를 생산하는 베일리라는 농기계입니다. 볒짚을 묶는 기계와 합하면 거의 1억입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입니다.
 풀을 베 조사료를 생산하는 베일리라는 농기계입니다. 볒짚을 묶는 기계와 합하면 거의 1억입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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볒짚과 풀을 묶는 기계입니다. 베일리와 합하면 거의 1억원입니다.
 볒짚과 풀을 묶는 기계입니다. 베일리와 합하면 거의 1억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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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값이 요즘 폭락하고 있는데 이런 기계 하나 들여놓았다가는 기둥 뿌리가 뽑힙니다. 웬만한 축산농가가 아니면 꿈도 꾸지 못합니다. 한우를 키우는 동생이 이 가격보다는 싼 베일리를 가지고 있지만 얼마나 돈이 많이 들어갔는지 어느 정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축산농가들이 얼마나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지 1억에 가까운 농기계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1억짜리 농기계를 보다가 작은 것을 보니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사람 눈이 참 간사합니다. 파종기를 보니 270만 원, 290만 원입니다. 파종을 하거나 비닐을 덮을 때 필요한 농기계입니다.

마늘을 등을 심은 후 비닐을 덮을 때 쓰는 농기구입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270만원입니다.
 마늘을 등을 심은 후 비닐을 덮을 때 쓰는 농기구입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270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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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논직파기입니다. 550만원과 더 비싼 직파기도 있었습니다. 직파란 모판을 하지 바로 논이 볍씨를 뿌리는 것입니다.
 무논직파기입니다. 550만원과 더 비싼 직파기도 있었습니다. 직파란 모판을 하지 바로 논이 볍씨를 뿌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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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논직파기도 있습니다. 직파란 모판을 하지 않고 논에 직접 볍씨를 뿌리는 것을 말합니다. 직파기도 500만 원 정도합니다. 어디 하나 싼 농기계가 없습니다. 다들 농민에게 '돈 주면 주지'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비료 살포기도 있습니다. 옛날에는 손으로 비료를 뿌렸는데 이제는 기계로 뿌립니다. 무언가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다들 농기계입니다. 이제는 비료까지 기계로 뿌립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비료 살포기입니다. 옛날에는 손으로 비료를 뿌렸지만 지금은 기계로 뿌립니다. 결국 돈입니다.
 비료 살포기입니다. 옛날에는 손으로 비료를 뿌렸지만 지금은 기계로 뿌립니다. 결국 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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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 나이도 많습니다. 당연히 농기계 힘을 빌릴 수밖에 없습니다. 기계 힘을 빌리면 돈이 들어갑니다. 농기계로 편하게 농사를 짓는다고 생각하지만 아닙니다. 더 많는 돈이 들어가야 합니다.

결국 남는 것은 빚입니다. 빚을 안 지고는 살 수 없는 구조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눈에 들어온 농기계가 있었는데 탈곡기와 풍구였습니다. 탈곡기는 콤바인으로 타작을 할 수 없는 분들이 타작을 하도록 만든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경운기에 연결된 탈곡기로 타작을 했습니다. 참 위험합니다. 초등학교 친구 중 한 명이 탈곡기에 손을 넣었다가 왼팔이 절단되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습니다.

탈곡기입니다. 옛날에는 발로 밟으면서 탈곡을 했습니다. 그 때가 참 그립습니다.
 탈곡기입니다. 옛날에는 발로 밟으면서 탈곡을 했습니다. 그 때가 참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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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작을 한 후 지푸라기를 바람을 통해 걸러내는 풍구라고 합니다.
 타작을 한 후 지푸라기를 바람을 통해 걸러내는 풍구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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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구(정선기)는 타작을 한 후 지푸라기를 바람을 통해 걸러내는 농기구입니다. 옛날에는 꼭 필요한 농기구였습니다. 지금도 시골집에 가면 이 녀석이 있습니다. 수십만 원에서 1억 원에 가까운 농기계, 우리 농민들 살림살이가 얼마나 팍팍한지 알 수 있습니다.

도시사람들 밥상에 쌀밥 한그릇 올리기까지 농민들은 이렇게 엄청난 돈을 들여야 합니다. 남는 것도 없습니다. 배추값이 오르면 중국에서 수입합니다. 마늘값이 오르면 수입합니다. 농민들 덕보는 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당연히 소비자도 저렴하게 먹지 못합니다. 아무튼 수백만 원, 수천만 원 하는 농기계 때문에 우리 농민들 오늘도 참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태그:#농업박람회, #농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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