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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서비스를 받는 사람이나 소외계층 뿐 아니라 '어렵고 힘들 때 마을이 내게 무언가 해줄 수 있구나'하는 신뢰가 형성돼 사회적 자산을 확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를 더 건강하게 하는 것이 마을기업이고 사회적기업입니다."

협동조합 분야의 세계 석학인 스테파노 자마니, 베라 자마니 이탈리아 볼로냐대 교수 부부가 지난 2일 서울시청에서 '마을과 사회적경제 그리고 협동조합'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습니다. 이날 강연은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이하 마을지원센터)의 명사강연회 3탄으로, 마을지원센터, (재)행복세상, 특임장관실 공동주최로 마련됐습니다.

유창복 마을지원센터장은 이날 환영인사말을 통해, "관계망을 만드는 것이 마을이고, 마을에서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며 "돈이 아닌 사람의 관계를 확장시키는, 그것이 협동조합"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자마니 교수 초청강연회 '마을과 사회적경제 그리고 협동조합' 웹포스터
 지난 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자마니 교수 초청강연회 '마을과 사회적경제 그리고 협동조합' 웹포스터
ⓒ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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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모두 다 참여할 수 있는 경제적인 시스템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가 먼저, 지역의 마을기업을 어떻게 활성화하고, 마을기업을 어떻게 하면 많이 만들 것인지에 대한 강연을 풀었습니다. 스테파노 교수는 공공성(publicness)과 관련된 두 단어, 'polis'(그리스어)와 'civitas'(라틴어)를 꺼냈습니다.

"두 단어는 의미는 비슷하나 시작은 다릅니다. polis라는 단어는 아테네에서 유래했는데, 아테네는 민주주의가 발달했지만 시민 참여는 제한적이었습니다. 여성, 가난한 사람, 문맹인 등은 참여를 못했죠. 그리스의 polis는 제한적이고 배타적이었습니다."

반면, 로마에서 쓰인 civitas는 모두가 참여하고 의사 결정에 목소리를 냈으며 어떤 배제조항도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포괄적이고 참여적인 개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지금도 차별이 존재해서 가난한 사람, 집 없는 사람, 이주노동자, 정신적․육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은 사회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며 "이들이 의사결정이나 참여하는 부분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데, 이들을 좀 더 배려하고 특별히 혜택을 줘야 합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그는 현재 한 가지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효용가치. 약자들을 제외시키면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고, 많이 얻을 수 있으므로 복지가치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그는 "이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고 사회를 양분화 하는 위기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폴리스적인 마을 아닌 시비타스적으로 모두가 참여하는 개념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모두 다 참여한다는 개념'이 정치적인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투표와 같은 정치적인 참여도 중요하지만 다른 분야로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경제적인 시스템의 필요성을 덧붙였습니다. 즉, 협동조합입니다. 그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제시합니다.

첫째, 시민사회단체입니다. 그에 의하면,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은 두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함께 일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자선사업가. 이들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하지만, 본인 혼자 결정합니다. 그는 자선사업가를 존경하지만 위험한 점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선을 받는 사람의 인격이나 동기 부여 등을 해칠 우려 때문입니다.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이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일한다는 것으로 실업은 인간에 대한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는 올바르고 참여할 수 있는 직장으로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기업을 꼽았습니다.

이탈리아에서 협동조합이 활발한 이유 

이어 베라 자마니 교수가 마을기업이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말을 이었습니다. 그는 올바르게 운영되는 건전한 사회는 정부, 기업, 시민사회 세 지점이 건강하게 작동한다는 말을 꺼냈습니다. 경제는 기업만 담당하는 것이 아닌 시민사회 영역도 경제에서 중요한 영역을 담당하며, 특히 사회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시민사회 영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업 가운데 자본주의 형태의 기업만 있는 것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수익을 내는 것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을 말하는 것으로, 그는 이탈리아에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활발한 네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첫째, 규모가 작습니다. 그래서 지역마다 있고, 필요로 하는 사람과 가까이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규모가 크면 필요를 알지 못하나 작기 때문에 효과적이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둘째, 단체들이 조직화돼 있고, 연합하고 있습니다. 연합회 등의 단체가 뒤에 있기 때문에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은 자신의 일만 하면 됩니다. 후속적인 일은 연합회 등을 통해 이뤄지는 협력적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셋째, 참여당사자들이 매우 다양합니다. 참여자들이 자신의 여러 재능을 기부한 덕분에 사회적으로 더 많은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넷째, 관계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일반 기업과도 협조하며, 지방자치단체와도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이 성공의 요인임을 언급합니다.

그는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이탈리아에서는 소외된 계층들이 사회에 복귀하고 새로운 직장을 잡을 때 이들이 큰 역할을 합니다"라며 사회적 자산으로서 사회를 더 건강하게 하는 것이 마을기업․사회적기업임을 강조합니다.

한편, 우리나라도 오는 12월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에 들어갑니다. 이 법이 시행되면 당초 300~1000명 이상인 협동조합 구성요건이 '5인 이상'으로 크게 완화됩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는 협동조합법 시행령을 마련,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오는 11월 9일경 공포할 계획입니다.

자마니 교수에게 묻고 답하다 

- 신앙공동체를 토대로 협동조합을 만들고자 합니다. 신앙공동체에서 협동조합을 만들려고 할 때, 조언을 해주신다면. 
"이런 이탈리아 사례가 있습니다. 이탈리아 남부의 가난한 시골마을이었죠. 4천 명 정도 살았는데, 마을이 작아서 전기회사가 추가 전선을 제공하지 못해서 주민들이 비싼 값을 내고 전기를 썼어요. 그러자 시장이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2000~2500명 주민이 모였는데, 주민이 참여하는 마을협동조합을 만들자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시에서도 지원을 했고, 협동조합을 통해 태양광 전력을 만들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마을에 필요한 전력 뿐 아니라 남는 전력을 팔아서 남은 수익을 유치원 등 시에서 필요한 공공시설을 위해 썼습니다. 토론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긍정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전기를 생산했고, 추가 자원도 만들어진 거죠. 이런 과정을 통해 마을 형편이 좋아졌습니다. 2500명이 모여서 토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서 주민들끼리도 더 친화적이 됐고요. 사회적 연대성이 확산되고 그 시는 더욱 발달했을 겁니다.

이탈리아 북부에는 산악지역이 많은데,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마을기업 등의 단어를 쓰지 않지만 작동원리는 같습니다. 지역 빈산이 있는데, 이곳에 시 정부와 함께 스키장을 만들었어요. 관광객이 찾아오고 직업이 늘어났습니다. 일자리는 혼자 만들기 어렵습니다. 함께 만들어야 해요. 작은 기업이 더 효과적입니다. 대마불패는 더 이상 없습니다. 작지만 서로 모여서 힘을 합친다면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 같은 목적과 이념을 가진 사람들과 사회적기업을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알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수단이 있을는지요? 
"딸기밭모델이라는 게 있습니다. 딸기를 심으면 1년 뒤 옆에서도 납니다. 조직에서도 딸기밭조직 모델이 적용되고 있어요. 처음 시작이 어렵지만 중요합니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을 할 때 누군가는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비전을 갖고 시작해야 한다는 거죠.

중요한 것은 선구자가 작은 결과라도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대다수는 그 결과를 보고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인류 문명사를 봐도 그렇습니다. 소수의 사람이 모여 다른 개념을 이야기하고 이 개념이 퍼집니다. 산업혁명이 엄청난 변화를 줬지만, 처음 시작은 소수가 모여서 확산된 겁니다.

확고한 신념과 믿음은 전염성이 있습니다. 확산 속도도 빠르죠. 모든 시작에는 확고한 비전을 가진 소수가 필요합니다. 그룹이 클 필요는 없어요. 많은 그룹이 있다고 확산이 잘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기업에 가면 1층에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창업자 사진이 있는데, 이유가 있습니다. 그 회사가 처음 소수에서 시작했지만 비전, 결정 등이 확산되면서 열매를 맺었음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협동조합이 활성화된 곳으로 유럽이 거론되는데, 우리는 현재 마을공동체 복구 시도가 있으나 풍토가 유럽과 다르다고 봅니다. 가치가 중요한데, 기업하는 수단으로 협동조합이 뜨는 것도 위험성이 있는 것 같은데요. 협동조합을 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영국의 홉스를 소개하겠습니다. 1651년 홉스(<리바이어던>)가 말하기를, '모든 사람들은 나쁘다' '공격적인 습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의 이런 철학이 근대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분야에서 우리 삶에 영향을 줬습니다. 그래서 독재자들이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나는 홉스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논리가 맞다면 지구상에 협동조합은 없어야 합니다. 사람은 나쁘지 않고, 단지 환경의 영향을 받을 뿐입니다. 환경을 만들어 사람을 교화하고 참여시키면 됩니다. 유럽은 협동조합이 잘 된다는데 한국도 근본적인 원리와 이치는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한 가지 가장 우려하고 걱정해야 할 부분은 시작도 하기 전에 실망하고 낙심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협동조합의 문제가 아니고 의지와 결단의 부족의 문제입니다. 어떤 협동조합도 결단과 의지를 가진 소수에 의해 시작됐습니다. (베라 자마니 첨언) 한국이 민주화를 빠른 시일 내 이룬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주화는 안 될 것이기 때문에 포기했다면 지금 이 자리, 협동조합을 토론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 한국에서 곧 시행될 협동조합기본법에는 금융(보험)업이 빠져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어떤지요? 금융(보험)이 없으면 협동조합이 발달하기 어렵지 않나요?
"신협이나 보험 관련 협동조합, 이런 부분은 어느 나라에서나 금융당국의 통제를 받습니다. 즉 금융업 관련 부분은 금융관련규제를 받습니다. 한국 사례만 그렇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협동조합기본법은 첫 번째 단계입니다. 초기 단계에서 자본 때문에 못한다고 보기는 어렵고요. 서비스, 노동집약적 협동조합도 가능합니다.

금융이나 보험업 때문에 협동조합이 발달 못한다면 그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협동조합이 성장할 수 있는 요인을 본다면, 법 때문에 협동조합이 발달한 것이 아닙니다. 법도 중요한 요인이나 법 때문에 할 수 있고, 없는 것이 아닙니다. 필요를 찾고 그것을 공동의 노력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 돌봄 등 복지 영역에서의 협동조합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복지국가라는 개념에서 복지사회라는 개념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국가도 사회의 일부분입니다. 사회 전체가 활동에 참여해야 하고 더 큰 틀에서 국가, 기업, 시민사회가 참여해야 합니다. 사회적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이 공공기관보다 더 효과적으로 돌봄 등의 활동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이론적 정신적으로 동기부여가 높습니다. 이탈리아 사례에서도 볼 수 있는데요. 사회적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은 모럴이 높고 이런 부분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www.seoulmaeul.org)에도 올라가 있습니다.
* 글쓴이는 서울특별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자마니 교수, #협동조합,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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